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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May 12. 2021

카페 예찬

코로나 일상 속 커피 라이프


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카페를 자주 방문한다. ‘딸랑’ 문을 열고 들어서면 바깥과는 다른 공기와 분위기가 나를 반긴다. 그윽한 커피 향이 먼저 몸을 감싸고, 노트북으로 일과 과제에 열중한 사람들의 모습이 배경으로 펼쳐지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백색소음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준다. 문 하나 차이인데 바깥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때문에 카페라는 공간을 자주 찾게 된다.




밥값보다 비싼 커피 값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아메리카노 기준 평균 5천 원 안팎의 비용에 한두 시간 정도 편안하게 쉬어 갈 수 있는 곳은 카페 밖에 없는 것 같다. 함께 곁들여 파는 샌드위치도 빵순이인 나한테는 훌륭한 식사가 되고, 세트메뉴로 할인을 받게 되면 기분도 좋아진다. 오랜만에 친구나 지인을 만날 때도 여기저기 옮겨 다니기 싫으면 카페가 좋은 선택지가 된다. 보통은 브런치 메뉴를 팔기 때문에 한 자리에 앉아서 밥 먹고 차 마시며 대화를 나누기에 좋다. 게다가 요즘은 인테리어가 멋진 카페 많아마시는 즐거움과 더불어 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상대적으로 식당은 밥을 먹고 계속 앉아 있기에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인다. 손님이 계속 들어오므로 오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서둘러 자리를 털고 일어서게 다. 왠지 모르게 쫓기는 기분으로 나와서 다음은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에 빠지게 다. 하지만 카페는 차를 다 마셨다고 해서 바로 일어나야 하는 부담감도 없고 여유 있게 앉아서 책을 보거나 일을 하거나 대화를 나누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쉬어 갈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쉼터인 셈이다.


하지만 카페 주인 입장에서는 억울할 것도 같다. 식당은 다들 빨리빨리 일어서는데 왜 카페에서는 달랑 음료 한 잔 시켜 놓고 한참씩 앉아 있는지... 실제로도 몇 시간씩, 심지어 거의 하루 종일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일부 몰지각한 손님 때문에 업주가 힘들어한다는 이야기가 많다. 예전에 카페에 들어갔는데 혼자서 다 마신 음료 잔을 앞에 두고 4인석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손님 때문에 빙빙 돌다 그냥 나온 적도 많다. 카페를 좋아하고 자주 찾는 사람일수록 이런 태도는 지양해야 할 것 같다.




요즘 들어 아쉬운 점은 코로나 때문에 카페를 갈 수가 없다는 것이다. 햇살을 가득 받으며 산책을 하고 카페에 들러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게 일상 속 작은 즐거움인데 코로나 감염 우려로 아무래도 실내 착석이 꺼려지게 된다. 물론 잠시 앉아서 마실 수는 있지만 인적 사항을 남겨야 하고 혹시라도 감염자가 발생하면 검사를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 때문에 잠시 고민하다 그냥 포장해서 들고 나오게 된다. 커피를 즐길 수는 있지만, 카페라는 공간의 매력을 즐길 수가 없어서 아쉬운 요즘이다.


그래서 최근 홈카페를 즐기고 있다. 각종 커피 용품을 구비해두고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신다. 처음에는 모카포트나 핸드드립을 자주 사용했다. 모카포트에 물과 원두가루를 넣고 불 위에 올려놓으면 보글보글 끓는 소리와 함께 진한 에스프레소가 추출된다. 핸드드립으로 내릴 때는 또 그 나름의 묘미가 있다. 원두 가루에 천천히 뜨거운 물을 부으면 동그랗게 빵처럼 가루가 부풀어 오른다. 그윽하게 퍼져나가는 원두향을 맡으며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갈수록 귀차니즘이 심해져서 요 며칠은 그냥 커피메이커를 이용해 커피를 내린다. 향과 맛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래도 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하지만 아무리 홈카페로 달랜다고 해도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에 대한 갈증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 마음 편하게 카페에 가서 멋진 라테 아트가 그려진 커피를 마시고 싶다. 배경으로 깔리는 잔잔한 음악, 사람들의 대화 소리, ‘치이익’ 하고 돌아가며 우유 거품을 만드는 머신 소리가 어우러지는 카페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벌써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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