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택배 도착 알림 문자가 왔다. 며칠 전에 주문한 작약이 배송된 모양이다. 박스를 열고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된 끈을 자른 후 조심스럽게 꽃을 꺼냈다. 다행히 상한 데 없이 잘 배송되었다. 10송이 중에 1송이는 활짝 피어 있는 상태였고 나머지는 아직 피지 않은 몽우리 상태였다. 9송이가 피는 동안 1송이의 아름다움이라도 먼저 감상하라는 판매자의 배려가 느껴졌다.
작약 몽우리를 빨리 꽃 피우려면 열탕 처리를 해야 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어서 끓는 물에 작약 줄기의 끝부분을 5초 정도 담갔다. 그런데 제대로 열탕 처리가 안 된 모양인지 몽우리가 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언젠가는 피겠지 뭐...'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기로 했다. 우리 집에 온 작약은 날 닮아 굼벵이인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도통 세상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 사이에 먼저 활짝 피었던 한 송이는 탈모 증세로 머리카락 빠지듯 꽃잎을 우수수 떨어뜨렸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동글동글 알사탕 같던 몽우리들이 물만두만 한 사이즈로 부풀어 있었다. 그리고 몇 시간 후에는 겹겹이 싸인 꽃잎이 벌어지면서 주먹만 한 꽃송이로 탈바꿈했다. 꽃이 만개하니 작약의 향기가 집 안에 은은하게 퍼졌다. '작약이 이렇게 화려한 꽃이었구나...' 6월이라는 계절이 집 안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화훼농가에 도움을 주기 위해 구입한 꽃인데 나에게 온 기쁨이 더 크다.
'가성비'는 가고 '가심비'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지 오래이고, 거기서 더 나아가 이제는 '가안비'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돈을 좀 더 지불하더라도 건강과 안전을 생각해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형태를 말한다. 확실히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나 역시 최근에는 가심비와 가안비를 고려하여 소비를 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특별한 날에만 생화를 구입했는데 요즘은 일상의 만족을 위해 주기적으로 구입하고 있다.
밖에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고, 놀이터에 있는 나무 사이로 새들이 지저귀며 날아다니는 6월의 어느 오후, 작약의 향기까지 더해지니 '행복'이라는 두 글자가 가슴에 콕콕 박히는 느낌이다. 소중한 순간이 잊힐까 마음으로 꼭 붙들고, 메모장을 열어 글자라는 옷을 입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