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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Jun 22. 2021

뒤늦게 BTS에 빠지다

늦덕의 즐거움


요즘 방탄소년단의 신곡인 'Butter'의 인기가 절정을 달리고 있다. 빌보드 싱글차트 4주 연속 1위라는 신기록을 세웠다는 기사를 보며 대단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뿌듯함이 밀려온다. 사실 나는 방탄소년단(BTS)의 '늦덕'이다. 젊은 층은 이 단어에 익숙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다른 연령대의 독자분을 위해 아래에 의미를 덧붙인다.


늦덕 :
아이돌이 데뷔한 후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아이돌에 입덕한 팬을 말한다.

[출처 : 나무 위키]


사실 BTS는 워낙 유명한 데다, 그들의 열정과 땀으로 이룬 성공 스토리에 감명받아 이전부터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팬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Butter' 뮤직 비디오를 보고 본격적으로 입덕 하게 되었다. 일단 곡의 분위기가 밝고 신나는 데다 리드미컬해서 절로 박자를 맞추며 몸을 들썩이게 된다. 그리고 멤버들의 넘치는 긍정 에너지와 장난꾸러기 같은 모습을 보고 있으 배실배실 웃음이 새어 나온다. 우울한 일이 있을 때도 영상을 보고 있으면 잠시 잊고 웃게 된다.


예전에는 아이돌에 빠져서 매일 영상을 찾아보고 비싼 돈을 주고 굿즈를 사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러고 있다. 매일 영상을 찾아보는 걸로 모자라서 콘서트나 각종 행사에 가고 싶고, 예쁜 굿즈를 보면 사고 싶은 생각이 든다. 삶에 별다른 즐거움이 없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뮤지션이 생기니 관심이 가고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좋다.




뒤늦게 어린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사실 10 시절, 서태지 열풍이 온 나라를 휩쓸었을 때도 별 관심이 없었다. 20대 때는 HOT, 젝스키스, 핑클, SES 등 수많은 1세대 아이돌이 있었지만 좋아하는 그룹은 없었다. 당시 친구들은 연예인에 무덤덤한 나를 신기하게 여겼다. 그렇게 누군가의 팬이 되는데 인색하게 굴었던 내가 왜 뒤늦게 어린 아이돌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처음엔 주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소 겸연쩍기도 했지만 다양한 연령대의 외국 팬(아미)들을 보니 주눅 들 필요가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나이를 먹으면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강요가 느껴져서 아쉽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BTS의 경우에는 팬들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자뿐 아니라 남자 팬들도 많고 30-40대 이상의 팬들도 많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이나 성별을 떠나 BTS 멤버들이 보여주는 열정과 노력, 계속해서 성장해가는 모습 매료되어서인 것 같다. 


대형 기획사에 의해 만들어진 아이돌이 아니라,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치열하게 노력해서 성공한 이들의 스토리는 익히 잘 알려져 있다. 특히 데뷔 초에는 거의 인지도가 없어서 방송 출연이 힘들자 자체 콘텐츠로 팬들과 소통하면서 활동해야 했다. 흙수저 신인 아이돌의 입지전적 성공 스토리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인데, 거기에 멤버들의 착한 품성과 한결같이 성실한 태도까지 더해지니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것 같다. 이제는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랐는데도 이들은 여전히  나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보여주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멤버 간에 갈등이 있을 법한 상황에서도 현명하게 조율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스탭이나 관련 종사자에게도 늘 친절하고 겸손하게 대한다. 처음에는 혹시 연출된 모습이 아닐까 의심도 했지만 수많은 영상 속에서 보이는 한결같은 모습을 보고 '진짜로 이런 친구들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나이에 그 정도로 성공하면 안하무인으로 굴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지 않은 모습이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이를 먹는다고 저절로 현명해지고 성숙해지는 건 아닌 것 같다. 겉모습은 어른인데 아직도 덜 자란 내면의 어린아이가 칭얼댈 때, 한참 어린 BTS 멤버들의 모습을 보고 나를 돌아보게 다.


'게으름을 합리화하지 말고 좀 더 열정적으로 살아보자'


잊혔던 뜨거운 무언가가 내면에서 솟아오른다. 철없는 '늦덕' 아줌마는 오늘도 BTS 영상을 보며 삶의 열정과 에너지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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