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당신의 하루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앓거나 앓지 않으면서. 두 끼에서 세끼의 밥과 얼마간의 잠. 일 아니면 학업, 그 사이 핸드폰을 하는 일. 이것으로 대부분 사람의 하루가 지나간다.
그래서 중요한 건 누구나 짐작할 만한 시간이 아니라 이 밖에 남는 작은 시간이다. 그 두세 시간이 그릴 많은 얼굴에 대해서 다 말할 수 없으나, 새로운 하루를 굴릴 힘이 거기서 나온다는 것만은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작은 시간'이지 않을까? 물어보는 것은, 작은 것을 생각해보자고, 그러니까 종이를 접어 본다든지- 아니면 그에 관한 글을 읽어보자고 부추기기 위해서다.
'접다'의 뜻을 아십니까
오늘은 '접다'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접다'에는 5가지 뜻이 있다. 가장 먼저 무엇이 생각날까? 첫 번째 의미는 '종이나 천 등을 꺾어서 겹치게 하다'이다. 이것은 '접다'가 가진 최초의 뜻으로 종이를 이해하면서 나온 동사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 뜻은 '종이를 겹쳐지게 만들어 모양을 만들다'이다. 종이접기가 이 뜻에 100%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세 번째는 '폈던 것을 본래의 모양으로 만들다'인데, 접어서 원래의 모양을 변화시키는 것을 '접다'라고 하면서, 바뀐 모양에서 다시 원래의 모양으로 돌아가는 일도 '접다'라고 부르는 점이 재미있다. 이 뜻은 종이접기를 면밀히 이해하면서, 거의 모든 사물에 깃들기 시작한다.
오늘날 접히는 스마트폰도 새로운 단어를 가져와 탄생을 알리는 것이 아니라 '접다'라고 표현하니까. 스마트폰을 '접는' 기술에 대해서는 조금도 알지 못하지만, 소소하게 종이 접는 취미를 가진 나로서는 이 언어를 공유함에 다소 의기양양해진다.
하여간 종이를 접는 데는 1, 2, 3의 의미가 모두 필요하다. 단어가 가진 5가지 뜻 중 3가지를 포괄하면서, 하나를 완전히 점유해 '-접기'로 명사화되었다는 점은, '종이접기'야 말로 '접다'의 소유권을 너끈히 주장할 수 있는 부분이다.
종이가 마음으로 바뀌는 지점
'접다'가 가진 뜻밖의 의미는 이제부터다. 네 번째 뜻은 '생각을 그만두거나 의견을 포기하다'이다. 마지막 뜻은 놀랍게도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유리한 조건을 붙여 주다'로, 이 둘 사이의 간극에 벌리면서 1~3번째의 뜻과 완전히 달라진다.
어떻게 생각을 그만두거나 의견을 포기한다는 지점에서,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유리한 조건을 붙여주는 의미의 보폭을 디딜 수 있을까? 어째서 종이가 마음으로 바뀐 것일까? 마음은 왜 접을 수 있는 것일까.
당신이 종이를 접지는 않겠지만 마음은 하루에도 벌써 여러 번 접었을 수도 있다. 그건 오늘 점심 메뉴를 생각하면서 일어날 수도 있고, 몇 개의 가게를 지나치면서 일 수도 있다. 여행지 몇 곳을 떠올리면서 벌어지기도 하며, 종내에는 어떤 사람을 생각하면서이기도 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접는다는 것은 혼자서 할 수 있으면서 아무도 모르게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말이지 종이접기와 통하는 맥락이 아닐 수 없다!
종이접기와 마음의 친연이 빛나는 부분은 변덕스럽게도 '쉬우면서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마음을 접기란 얼마나 어려우면서, 또 쉽게 접혀버리는지. 이렇듯 마음의 형태를 종이로 이해하는 것은 '의미를 적는 곳'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추측해본다. 그래서 마음은 종이처럼 접히고, 접을 수도 있고, 또 너끈히 접어줄 수도 있는 것이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 놓치는 것
최근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장에 우리가 운 것은 아마도 마음을 새롭게 정의했기 때문인 것 같다. 단단한 마음...! 너도나도 갖고 싶은 것이다. 이건 아주 오래된, 고대의 종이를 불러오는 것 같다. 이를테면 목간 같은 것. 글자로 의미를 실어 날랐다는 의미에서 목간 또한 종이의 일종으로, 마음을 담는 무엇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시절 종이는 정말 꺾이지 않았다. 단단하고, 뾰족하고, 좀처럼 변하지 않을 것을 적었다. 마음이라기보다 지명과 인명, 행정에 관한 내용 등 공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지만 말이다. 당시의 지우개가 '칼'이었다는 점을 떠올리면, 아무래도 한 걸음 물러서게 된다. 지우는 일에도 대단한 힘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마음을 바꾸거나 지우거나 다시 먹으려면 칼로 지워야 한다니, 여간해서 다짐하기 어려운 정신이다.
오늘날 마음의 생김새는 나무가 아니라 종이에 가까워 보인다. 물에 젖고 바람에 날리고 찢어지고 아주 형편없다. 이렇게 허약한 종이를 종이 그대로 두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힘이 필요하다. 그것 역시 마음을 닮은 것 같다.
여기까지는 접히는 마음이다. 문제는 접어주는 마음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에게 유리한 조건을 붙여 주는 '접는' 마음. 내가 접혀서 다른 사람을 더 나은 상태에 놓는 마음. 그런 마음은 대체 무엇일까?
종이를 그대로 두어도 좋았겠지만, 네 다리와 귀 두 개, 눈 두 개와 멋진 뿔을 만들기 위해 작게 접히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15X15cm의 면이 있다. 종이는 크기가 클수록 많이, 다양하고 정교하게 접을 수 있다. 당신이 수없이 마음을 접어야 했다면, 그 마음의 면적은 얼마나 크다는 이야기일까. 다시 한번 '접다'의 뜻에 따르면,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것도 '접다'라고 한다.
명함이 함부로 구겨지지 않는 두께를 지니고, 달력은 시간을 버티도록 두껍게 태어난다. 우리는 그것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아주 얇기 때문에 쉽게 접히고, 외뿔 코끼리나 수탉으로 탄생하는 시간도 있다. 종이를 접어보면 그렇다.
이쯤되면 접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이제 종이 한 장을 꺼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