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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Feb 09. 2023

저축은 어리석은 짓이다

오늘의 밑줄 05 - 호리에 다카후미의 <가진 돈은 몽땅 써라>

"사람은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무엇을 하고 싶은가?', '어디에 가고 싶은가', '무엇을 좋아하는가?'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고 이를 위해 필요한 실천을 대담하게 반복해 가야 비로소 인생이 풍요로워진다." 


***


굉장히 독특한 사람이 쓴 흥미로운 책이었다. 작가는 사업으로 일본에서 누구나 아는 벤처기업 CEO가 되었고, 새로 설립한 우주 벤처기업 '인터스텔라 테크놀로지'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개발한 로켓이 우주까지 도달하는 업적을 이뤘다 (이 부분도 신기하다. 일론 머스크도 그렇고, 호리에 다카후미도 그렇고, 최근 같이 일하게 된 가상화폐의 중심에 있는 클라이언트들도 다 - 다 우주에 관심이 그렇게 많다). 책은 굉장히 짧고 가독성도 좋아 쉽게 읽혔다. 물론 작가의 생각이 워낙 흔하지 않아 잠깐잠깐 생각을 해야 했었지만. 어떤 부분은 공감했지만, 어떤 부분은 이 작가/CEO의 능력이 없다면 돈에 관한 이런 여유는 쉽게 생기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돈에 대한 생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계속 바뀌고 있어서 이 책은 '돈에 대한 한 사람의 흥미로운 관점' 정도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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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생이 된 이후로 저축은 일절 하지 않았다. 열심히 일해 목돈을 쥐게 되면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식견을 넓히는 데 다 썼다. 성향적으로 저축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통장에 갇혀 생명력을 잃은 돈을 움켜쥐고 있기보다 살아 숨 쉬는 돈을 쓰는 것이 압도적으로 즐겁고 행복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든 글쓰기든 요리든 뭐든 다 좋다. 모르는 게 있다면 아낌없이 돈을 써서 새로 배우고 당장 시도하라. 자금의 여유가 있다면 당장 스타트업에 도전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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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듣는 이야기가 "월세로 내는 돈이 아깝다."이다. 그러나 이는 집을 매입할 때의 위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생각이다. 수억 대의 대출은 그 원금만으로도 커다란 리스크가 있는데, 혹여나 금리가 상승이라도 하면 그 대출 이자를 갚기도 빠듯해진다. 고정적인 월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하이리스크인 셈이다. 나아가 고정자산세는 내지 않을 방도도 없다. 땅값 역시 경기에 따라 요동치는 폭이 커 필요할 때 쓸 수 없는 '죽은 돈'이 되고 만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가장 큰 단점은 주거지의 변동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평생직장의 관념이 무너진 이후로 언제 어디로 출퇴근을 하게 될지 모르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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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여성에게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소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은 남자의 역할 중 하나다."


여자와 남자가 같이 밥을 먹는데 왜 남자가 내야 하냐 - 하는 이 질문은 내 주위 사람들과도 자주 하는 대화 중 하나다. 나도 "굳이" 남자가 내야 하는 정당한 이유 (혹은 논리적인 근거)는 찾지 못했다. 물론 나는 데이트를 나갈 때 50%는 낼 생각으로 나가고, 남자가 밥을 산다면 디저트나 커피를 사려고 한다.


"왜 둘이 같이 밥을 먹는데 남자만 돈을 내냐"에 타당한 이유가 있느냐와 별개로, 나의 경험상 느낀게 몇가지 있다. 나를 마음에 들어하고, 나를 다음에도 또 만나고 싶어하는 남자들은 돈을 냈던 것 같다. 물론 돈을 내지 않았던 남자들도 다음에 만나고 싶어했던 경우도 있었다 (어쩌면 내가 흔쾌히 돈을 냈던 것에 감동을 받아 다음번에도 만나고 싶어했던걸수도 있고..). 어쩄든 여자의 입장에서는 남자가 돈을 내려고 할 때, 확실히 고마운 마음도 생기고 '이 사람에게 나와 함께한 저녁이 돈 아까운 데이트가 아니었구나' 하는 메시지를 받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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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용돈, 사업, 사교생활에 대해 재밌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호리에몽(이 분의 별명)은 주식에 대해서도 재밌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주식은 합법적인 도박에 불과하다."


"나는 돈을 불릴 목적으로 하는 주식거래는 하지 않는다. 신뢰할 수 있는 소식통으로부터 '무조건 오른다' 하는 정보를 들어도 사지 않는다. 앞으로도 주식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내가 제대로 모르고 정확히 알 수 없는 것에 돈을 걸고 싶지 않다. 또 무엇보다 내 인생의 목표는 어떻게든 돈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원 없이 즐기는 것이다. 겨우 그런 곳에 힘쓸 여력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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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생각도 읽을만했다. 결혼을 한 뒤, 2년 뒤 이혼한 사람이 하는 이야기이니 그 부분을 참고하고 읽었다.


"결혼으로 인생의 근본적인 외로움을 잠재울 수 있다거나, 인생이 안정될 것이라는 환상은 직접 해보면 물거품처럼 사라진다는 건 확실히 알아야 한다. 왜 결혼하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이 '혼자가 아니라서 미래가 안심이 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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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퇴근을 한다면 연봉의 20%는 삭감되었다고 봐야 한다는 말도 나의 사회경험과 다르지 않았다.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만원 전철을 탈 때의 스트레스는 전쟁터 최전선에 있는 병사들이 받는 스트레스와 비슷한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그런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감내할 만큼 쾌적하고 멋진 집에 살고 있다면 또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 바에야 한 달에 고작 몇만 엔으로 수명까지 줄어들 수 있는,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깨끗이 날릴 수 있다면 어떻게 봐도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돈으로 모든 스트레스를 다 날려버릴 수는 없지만, 돈으로 해소할 수 있는 스트레스라면 가능한 한 해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 스트레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이 말은 평생 자유롭게 살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 스트레스가 다른 스트레스를 낳기도 한다."


호리에몽이 막 창업했을 때는 경비를 절약하고자 주로 전철로 이동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 한 어르신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고 했다: "이동할 때는 택시를 타게. 택시비를 아껴야 하는 일은 하지 말게나. 만일 자네의 일이 시급으로 환산해 택시를 탈 수 없는 정도의 일이라면 그 일은 가치가 없는 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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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자고 일어나 별다른 일정이 없으면 나는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내가 운동을 하는 목적은 체형 유지이다. 체력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다. 운동을 많이 안 해도 체형을 유지할 수 있다면 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이지만, 건강관리와 운동은 생각보다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다.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운동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체력은 나의 핵심 가치 중 하나이다."


나도 이 부분에 정말 깊이 동의했는데, 이유는 내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조금 덜 받는 체질로 태어났다.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잠을 정말 잘 잤고, 한번 자면 정말 깊이 잤으며, 실제로 인생일 조금 안 풀릴 때도 밤에 잠을 설쳤던 적은 손에 꼽는다. 그랬기 때문인지 내가 느끼기에 나의 에너지는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많고 '보이는 것보다' 하는 것도 훨씬 많다 (내가 내향적이기 때문에, 또 제스처나 목소리가 크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다는 것이 의외로 느껴질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실제로 하루 종일 계속 생산적인 활동들을 하고 있고, 남들과 비슷한 액티비티를 했을 때 쉽게 피곤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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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에는 사고의 양과 사회인으로서의 센스가 여실히 드러난다. 다케우치 이치로의 <사람은 분위기가 90%>에서의 지적은 대체로 정확하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으로 사람의 재치와 역량을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거짓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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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되면 뭐 하시게요? 그 많은 돈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또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불안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쌓아둔 자신의 만일의 사태나 일을 할 수 없게 됐을 때의 불안을 해소해 줄 것이라 믿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친구나 애인은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귈 수 있으리라고 착각한다. 어떤 의미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돈은 사소한 분쟁이나 불안을 해소하는 데 제격이긴 하다."


"그러나 '어디에 쓸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이 결여돼 있으면 불안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 저축액이 몇억 엔 있어도 불안하기는 매한가지이다. 반면 하고 싶은 일에 푹 빠져 있으면 돈에 대한 불안은 사라진다. 무엇인가에 푹 빠지지 못하는 어중간한 자신의 상태를 두고 '부자가 되기 위해서'라고 핑계되면 안 된다.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사고의 밀도를 높여야 하지, 통장의 잔고를 늘려봤자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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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을 펼쳐보라. 이 책을 읽기 전까지 그 통장 잔고가 여러분의 생활과 미래를 보장해 준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난 지금도 생각이 그대로인가? 통장 잔고는 여러분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잃고 있는 수많은 기회 총액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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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을 때 저지른 일보다 시작도 해보지 않은 일을 더 크게 후회한다고 한다. 돈도 마찬가지이다. 자신 있게 말한다. 쓴 후회보다 쓰지 않은 후회가 더 클 것이다. 주저 말고 하고 싶은 일에, 갖고 싶은 것에, 먹고 싶은 음식에 돈을 써라. 여러분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에 파묻혀 인생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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