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밑줄 04 - 소린 밸브스의 <공간의 위로>
"어디에서 살아요?
우리가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대답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 '어느 동네에서 살아요.' 또는 '어느 도시에서 살아요.' 또는 '어느 나라에서 살아요.'
저 질문을 새로운 방식으로 숙고해보라.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 어디에 있을 때 '살아 있다고' 느끼는가? 어디에 있을 때 평화롭고 희망차고 든든하다고 느끼는가? 취미에 열중하고 깊이 사색하고 배우고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곳은 어디인가? 당신이 사는 곳은 현관에 들어설 때마다 안전하고 평온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공간이 아니라 낮 시간에 당신의 물건을 그냥 보관해두는 창고일 뿐인가? 그렇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집은 소유물을 놔두는 장소 그 이상이어야 한다."
책 초반에 나오는 강렬한 질문들.
가끔 주변에 무언가 많이 쌓인다 싶으면 (이게 물건이 아니라 생각이나 업무량일 수도 있다) 어김없이 미니멀리즘이나 인테리어에 관한 책을 집어 읽기 시작한다. 사실 다 비슷비슷한 얘기를 하지만, 그래도 나에겐 도움이 되는 말이다.
어제는 친구가 다른 도시에서 놀러와 우리 집에서 자고 갔다. 누군가를 재운다는 생각을 하면 그 전날은 무조건 청소하는 날이 된다. 욕조부터 일단 깨끗하게 닦고, 바닥에 흘려진 머리카락들을 다 청소기로 흡수한다. 청소기안에 어느새 먼지들이 먹구름처럼 몰리지만, 귀찮아서 먼지를 버리는 건 다음 기회로 미룬다.
미국에 살아서 그런지, 또 누구나 한 번쯤 구경하고 싶은 도시들에서 살아서 그런지 (뉴욕, 샌프란시스코), 보통 일 년에 3-4번은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우리집에서 재우게 된다.
보통 우리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은, '아늑하다'라는 말을 한다. 내가 자취하는 아파트는 21평 정도 되는 아파트라 (750 sq ft) 그렇게 작은 아파트가 아닌데도 아늑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사실, 내가 꽤 노력해서 그런 아늑함을 집에 스며들게 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에 가장 중요한 가구는 책장, 소파, 그리고 8인용 테이블인데 실제로 손님이 왔을 때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며 나도 하루의 많은 부분을 여기서 책을 읽고 글을 쓴다.
취향이 꽤나 뚜렷한 편이라 좋아하는 나무색이 있고, 그 나무색 위주로 가구 색을 다 맞췄다. 예전에 곤도 마리에의 유명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 달렸던 댓글을 따로 적어놨었다: "난 남자라 책을 굳이 읽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이 아줌마가 말하는 대로 정말 설레지 않는 물건들은 다 버리고 설레는 물건들만 남는 게 가능하다면 정말 짜릿하겠네요. 매일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로만 둘러 쌓인 삶을 사는 건 정말 신나겠네요." 곤도 마리에가 사실 100몇 페이지 넘게 얘기하는 내용을 간략하게 설명한 댓글이었다.
실제로 그 이후로 나는 가끔씩 내 집을 둘러보며 너무 오래된 것들을 "버리지 못해" 계속 집에 놔두고 있는 게 아닌지 체크한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물건들은 처음 샀을 때의 그 설렘을 꽤나 빨리 잃어버린다.
내가 다시 '공간' 혹은 인테리어에 관한 책을 들었다는 것은, 아마 지금 내 삶에 필요 이상으로 무언가 쌓여 있다는 신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