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로 시작하는 미니멀라이프 04

04 - 치즈보드

by 봄바람

사람은 한 곳에 3년 이상 있어야 "나의 사람들"이 생기는 것 같다. 뉴욕에서 생활한지 3년정도가 되자, 그제야 나는 사람들을 나의 공간에 초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관심이 생긴 것은 예쁜 치즈플래터였다. 가볍게 만나도 예쁜 치즈플래터 하나만 있어도 여자들끼리 그렇게 기분이 나고 꺄르르 웃고, 때로는 깊은 얘기도 나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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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4185.JPG 치즈플래터에 관심이 생긴 이후 그 플래터를 담은 예쁜 치즈 보드도 샀다


IMG_1825.JPG 화요일 밤에 모여서 책을 읽고 대화를 하는 "문학의 밤"이라는 것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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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슬픈 이야기지만, 샌프란에 이사한 이후로는 딱 한번 꺼냈다. 변호사 모임에서 알게된, 나와 결이 비슷하다고 느낀 한국에서 판사로 일하고 있는 언니. 그 언니는 기차로 한시간 반 정도 떨어진 동네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샌프란에 올라와서 우리집에서 하룻밤 자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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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옮길 아파트는 지금 지내고 있는 아파트보다 훨씬 작은 아파트일거라서 사람들을 초대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안다. 어떤 책에서 읽은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쇼핑을 할 때 어떤 물건을 잘 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주름 리프팅 크림을 사는 사람은 평소에 가장 신경쓰는게 자신의 주름이고, 운동복을 많이 사는 사람은 지금 일상에 운동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내가 샌프란시스코에 이사온 이후 가장 먼저 샀던 것은 큰 식탁이었다. 지금 나의 아파트에는 6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큰 식탁이 있는데, 이 식탁을 사면서 나는 어쩌면 샌프란에서 사람들과 복작복작 어울리며 함께하는 생활을 꿈꿨던 것 같다. 다행히 부모님이 샌프란시스코에 놀러오셨을 때 동생과 동생 남자친구도 다같이 내 아파트에 모여서 이 식탁이 그제야 꽉 찰 수 있었다.


다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생활이 생기기까지 오래 걸리겠지만, 그때도 내 마음에 쏙 드는 치즈보드를 살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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