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죽어 있으면 아무도 가까이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최고의 조언들

by 봄바람

로스쿨 2학년을 마치고, 뉴욕으로 향했다. 메여브라운이라는 로펌에서 여름 인턴쉽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여름에 로펌 인턴쉽을 시작하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이, 나는 내가 소송을 더 좋아할지, 자문을 더 좋아할지도 몰랐다. 다행히 메여브라운은 학생들마다 그것을 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 줬고, 그 당시에 나는 여러 프로젝트를 맡는 동시에 다른 분야에서 일하시는 파트너 변호사분들과도 최대한 많은 커피챗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당시 메여브라운에 계셨던 한국인 파트너 변호사님 중 한 분을 만났다. 그 당시 유명했던 대한항공 땅콩 사건의 미국 소송을 담당하고 계시던 분이었고, 나도 우연히 그 일의 조그만 부분을 도와드릴 수 있었다. 여름이 끝나갈 즈음, 나에게 밥을 사주시면서 해주셨던 조언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변호사님께서도 나처럼 1년 차 어쏘였을 때, 같이 오피스를 쓰는 오피스메이트는 같은 연차의 백인 남자였다고 한다. 변호사님 말로는, 그때 당시 그 오피스메이트는 거의 매 과제마다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변호사님도 물론 꾸중을 듣거나 지적을 받았지만 이 오피스메이트의 특징은 꾸중을 듣고 나서의 행동이었다.


두 사람 다 파트너에게 한바탕 실컷 욕을 먹고 오피스에 도착한 후에 오피스메이트는 ”저 파트너는 아무것도 모른다(the partner doesn’t know what he’s talking about), 내가 맞다는 걸 나중에 알게될것이다“라는 식으로 아무리 높은 파트너여도 본인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나에게 이 이야기를 해주셨던 변호사님은, 결국 이 오피스메이트가 본인보다 2년 더 일찍 파트너가 되었다고, 로펌에서 일찍 파트너가 되려면 이 정도 배짱은 보여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누가 뭐라 해도 일터에서 기가 죽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그리고 일을 시작한 지 거의 9년이 지난 지금, 나도 기가 죽는 것만큼 내면적으로나 외면적으로 일터에서 본인을 갉아먹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욕을 먹어도, 혹은 무시를 당해도, 배우는 자세는 잃지 말되 내가 열심히 한 것에는 항상 떳떳해야 한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풀 죽어있거나 생기가 없으면 아무도 같이 일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 화를 내는 일이 생기더라도 대쪽 같은 “열정적인” 자세가 일터에서는 (caveat - 적어도 미국 일터에서는) 훨씬 낫다.


욕을 먹어도, 혹은 무시를 당해도, 배우는 자세는 잃지 말되 내가 열심히 한 것에는 항상 떳떳해야 한다. 나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