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최고의 조언들 3
로펌에서 여름 인턴을 하던 시절, 가끔 마주치는 파트너 변호사님들과 그분들의 가정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게 그렇게 재밌었다.
부동산 그룹의 파트너 분들 중 한 분은 딸이 둘이셨는데, 이게 우리 집의 가족 구성과 같아서 반가웠다. 마침 따님이 고등학교 3학년(junior year)을 마치고 고등학교 4학년(senior year)으로 올라가던 때라 파트너님도 나에게 가끔 대학입시에 대한 궁금한 부분들을 물어보러 오셨었는데, 이때 함께 나누었던 대화들 중 나에게 특별히 와닿았던 조언이 있었다.
이 분은 아직 따님들이 무엇을 할지 모르지만, 가능하다면 변호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 조금 더 자세하기 얘기하자면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것이 - 여자가 하기에 참 아름다운 직업인 것 같다고 말하셨다.
그런 표현은 처음인 것 같다고 내가 말하자, 변호사님이 그러셨다.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가 고객이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보통 로펌에서는 소송이든, 자문이든 개인을 상대하며 일하는 게 아니라 회사를 대표해서 일하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삿대질을 당할일도, 내가 스스로 언성을 높일 일도 없는 것 같다고. 매일 일을 하며 부딪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의 경우 다른 회사의 법무팀이고, 회사를 대표해 공적인 일로 로펌에게 의뢰를 한 것이기 때문에 모두 기본적인 거리를 존중하며 일할 수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세상에는 생각보다 그렇게 우아하게 일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알려주셨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타인과의 기본적인 거리를 존중하며 우아하게 일을 할 수 있는 직업이 많지 않다.
이 조언을 들은 지 거의 10년이 지나니 나도 이게 얼마나 특별한 조언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실제로 의사 친구들을 만나면, 타인을 환자인 동시에 고객으로 대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고충이 상당히 힘들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나 “합리적”이라는 기준이 스스로 같인 세상에서 생긴 기준이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만큼 내가 알던 “합리적”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는 이야기다).
미국 로펌에서 일하면 거의 대부분 어쏘들은 워라밸에 대해 정말 많은 불평을 늘어놓는다. “여자가 하기에 아름다운 직업”이라는 이 조언은, 사실 로펌에 일하면서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주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새벽에 퇴근을 하는 경우에도,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도, 나는 세상에 있는 수많은 직업 중 나의 아름다움을 어느 정도 유지해 줄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있는 데에 자부심을 가지며 버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