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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n 15. 2021

내가 원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2020년 7월 즈음에 썼던 글

나의 초등학교 때 꿈은 여행작가였다. 아빠가 세미나를 갈 때 따라갔던 일본, 그리고 아빠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잠깐 보러 갔던 미국 여행은 아직 10살 정도였던 나에게 꽤나 큰 영향을 주었던 것 같다. 책도, 시도, 일기도 좋아했던 나였기에 여행을 주제로 삼는 작가가 나랑 꼭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20년 뒤 나는 뉴욕에서 일하는 대형로펌 2년 차가 되었다.


여행작가라는 꿈을 한 번도 선택에서 제외한 적이 없었고, 포기한 적도 없었지만 미국에서 20년 동안의 이민생활에서 느낀 점은, 아직 꿈을 찾으면서 살기에는 나는 현실과 조금 타협하면서 돈을 모아야 된다는 것이었다.


2018년 여름, 동생과 같이 유럽여행을 한 적이 있다. 7개의 나라를 돌았는데, 그때 사실 느꼈던 건 여행을 하지 않아도 어딜 가나 나에게 드는 생각은 비슷하구나, 였다.


내가 지금 어디 있는지 보다, 내 나이에 스며드는 고민이나 기대는 똑같은 것이다.


지금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일하고, 다른 아무것도 못하는 나, 그리고 보는 모든 게 새로웠던 그때의 나. 그 둘의 머릿속에 들었던 생각들은 사실 비슷한 것 같다.


이제는 꿈이 약간 바뀌어서, afternoon tea 카페나 와인 바를 하나 차리고 싶다. 내 가게에 온 손님들이 마치 여행하는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예전에는 나 혼자 하는 여행에서 드는 생각들로 가득 찬 글을 써보고 싶었다면, 요즘은 남들과 같이 부대껴 지내면서 드는 생각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사람들과 함께할 때 가장 삶이 다채로운 색을 띠는 것 같아서.


언젠가 인수합병 문서들이나 계약서를 쓰지 않고,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은 글을 쓸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글을 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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