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바람 Jun 15. 2021

확실한 행복

당신의 행복을 알고싶어요. (2021년 4월 저장)

며칠 전 친한 사람들과의 모임에서 이런 얘기가 나왔다.


행복이란 뭐지. 사람들은 행복해지고 싶다고 하는데, 과연 행복이란 무엇일까. 나에게 행복은 뭘까.


여자친구가 있던 J은 이렇게 말했다. 자기 자신은 언제 행복한지, 무엇이 행복을 주는지 정확히 모르겠지만, 자기 여자친구를 보면 요리를 하거나 베이킹을 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사람들에게 만든것을 나눠줄 때 행복한것 같다고. 하지만 본인은 사실 일 할때도 아니고, 좋은 물건을 살때도 아니고, 인스타그램에 무엇을 올릴때도 아니라고 했다. 돈에 욕심이 있지 않아서 사실 무엇을 해야 행복한지 찾는 중이라고.


이런 질문을 참 좋아하는 나도 생각해봤다. 물론, 이런 생각을 초등학생때 부터 자주 했던 나는 이미 대답을 알고있다.


나에게 가장 확실한 행복은 글을 쓸 때다. 블로그라는 플랫폼이 죽어가고 있는 지금, 그래도 브런치라는 곳에 와서 몇자 끄적이는 사람들이라면 공감 할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아직 "글"이라는 것을 좋아하고, 생각하는 것을 활자로 담아내는 것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다. 종이책에 뭐라도 조금 끄적이면, 다채로운 감정에 휩싸이는 사람들. 키보드를 두드리며 내 생각을 글로 옮기는 행위에 두근거리는 사람들.


나는 글 쓰는게 참 좋다.


그리고 다행이도 이 행복은, 내 글에 누군가 공감해주는 행복과 별개이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생각과 느끼고 있는 감정들을 내가 선택한 단어들과 표현으로 기록해 놓는다는 것은 그 행위 자체로도 나에게 엄청난 행복을 선사한다. 훗날 그 기록들을 다시 읽는 재미도 별개이다. 그리고 누군가 내 글을 읽고 공감하다고 해주고, 댓글을 달아줬을때의 행복도 별개이다. 결과적으로는 글 쓰고 그것을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내 미래의 자신과도) 나에게 여러 다른가지 다른 색의 행복을 준다. 글을 쓰며 느끼는 행복, 그 글을 공유하는 행복, 그리고 그 중 누군가의 공감을 얻는 행복 - 하나의 행동으로 이렇게 다채로운 행복을 얻는다는게 신기하고 즐겁다.


***


글 쓰는 것 말고도 나에게 확실한 행복을 주는 것들은 많다.


좋은 글을 읽는 것. 좋은 책을 발견하는 것. 그 책을 읽고, 또 읽는 것.


좋은 음악을 듣는 것. 어떻게 이런 가사를 쓸 수 있지, 감탄하는 것. 어떻게 이런 멜로디에 이런 편곡을 할 수 있지, 또 한 번 감탄하는 것. 


음악의 이해도가 높은 환상적인 안무들을 발견하는 것. 그 안무를 내가 직접 추게 될 때의 희열.


좋은 영화 보는 것. 연기하는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을 다시 보고, 또 보는 것. 그들이 뱉는 대사에 웃고 우는 것.


햇살 가득하고 바람 좋은 날씨에 예쁜 거리들을 걷는 것.


입안에 향이 좋은 차를 발견하는 것. 고소한 커피.


당근 케익. 촉촉한 레드벨벳. 치즈 스콘.


예쁜 트렌치코트. 단정한 가디건. 편한 운동화.


아기자기한 그릇들과 컵. 거기에 음식을 깔끔하게 담는 것.


말을 예쁘게, 재밌게 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신비루처럼 사라지는 같은 대화들.


가족 QT. 부모님의 미소. 동생의 웃음.




당신의 행복은 무엇인가요?

작가의 이전글 내가 원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