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바람 Feb 27. 2022

[다큐 추천] 다운폴: 보잉 케이스

결국 인간이 문제다


<다운폴 (Downfall: The Case Against Boeing)>은 안전한 항공기를 만드는 걸로 유명한 회사, 보잉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다큐는 2018년 10월에 승객 189명을 잃은 사고와 2019년 3월에 승객 157명을 잃은 사고에 대한 시점으로 시작을 한다.


이 영화(다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나는 선천적으로 기계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사람이다. 어렸을때부터 나는 놀이공원에 가면 친구들 "가방을 들어주는" 역할을 스스로 맡으며 친구들이 롤러코스터 타러가는 걸 구경하곤 했는데, 롤러코스터를 타면 느끼는 어지러움이나 툭 떨어지는 느낌이 무서워서 롤러코스터를 못 탔다기 보다, 중간에 나사 하나 빠지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못 탔던 경험이 많다. 비행기도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쯤 괌에서 사귀었던 친구의 아버지가 아시아나의 점장님이셨는데, 그 친구가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에 얼마나 많은 점검을 하고 또 하는지, 사고가 나는건 거의 불가능 하다"라고 해줬던 얘기가 참 많은 도움이 되었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고, 우리가 하나의 경험을 할 때 얼마나 많은 자잘한 회사들이 각자 다른 부분을 맡으며 그 경험을 선사하는지 이해를 하고 나서는, 그 안전도 "아시아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안전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우리는 대부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같은 "항공사"를 보고 비행기의 안전을 믿는데, 사실 승객 입장에서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제주항공 등등 이 항공사들은 거의 서비스 직업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항공사"에서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공항에서 저 공항의 경로를 만들어 승객들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보내는 일이고, 그 외에는 좋은 교육과 트레이닝을 받은 파일럿과 승무원을 고용하고, 만약을 대비하는 경우의 안전을 교육시키는게 항공사들이 하는 일이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전, 기계와 장비들이 다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는지, 파일럿과 항공교통관제사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연료가 충분한지 등등도 정말 안전에 중요한 부분이지만, 사실 안전과 관련된 기계적인 면은 항공사가 다루지 않는다.


비행기를 직접 만들고 그것을 파일럿들에게 교육하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은 항공기 제조업체 - 즉 보잉 같은 회사들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통, 우리는 이 항공기들과는 별 상관없는 항공사의 이름을 믿고 비행기에 탄다.


보잉은 이 항공기제조업체들 중에서도 으뜸으로, 사실 나는 유럽으로 가기 전 보잉 말고는 타본게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지금 구름위를 떠다니는 항공기들 중 적어도 50% 이상은 보잉이지 않을까 싶다. 다큐 초반에서 나오는것처럼, 심지어 파일럿들조차 "보잉아니면 날지 않는다 (if it ain't Boeing, I ain't going)"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업계에서 보잉의 위상은 대단하다.


하지만 2018년 10월, Lion Air 항공사가 운행하던 보잉 737 Max가 추락했다.


보잉은 첫 며칠간 파일럿 잘못이라고 얘기를 하고, 인도네시아 항공사인 Lion Air이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키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그러다 블랙박스가 발견되고, 그 블랙박스 안에서 기계에 대한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자 보잉은 스쳐가는 듯이 MCAS의 오작동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보잉의 말을 들은 파일럿들과 항공업체 사람들은 다 놀란다.


MCAS가 무엇인지, 처음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잉의 공식적인 입장은, 파일럿은 MCAS의 오작동을 감지한 이후 MCAS시스템을 꺼야 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가관인 사실이 들어났다.


보잉은 MCAS라는 시스템을 파일럿들에게, 또 항공사들에게, 단 한번도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시스템을 다루는데 트레이닝 하나 받지 않았다는 건 당연하다.


어떻게 항공기에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시스템이 지금 오작동하는지 알았겠는가? 그리고 그 시스템을 어떻게 끄는지 알았겠는가?


이러는 와중에 보잉이 "MCAS가 전체적인 문제가 아니였고 파일럿과 항공사의 문제였다"라고 얘기하며 "MCAS에 관한 문제를 보안하겠다"라고 질질 몇개월을 끌다, 5개월 뒤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한다.


다시 한번 MCAS의 오작동이였다.


심지어 이번 파일럿은, MCAS의 문제임을 인지하고 시스템을 껐었다. 하지만 MCAS가 한 번 시작되면 항공기에 붙는 속도 때문에 항공기를 제대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항공기는 결국 추락한다.


이 두 사고를 통해 월스트릿저널도 조사를 더욱 더 하고, 미국 정부에서도 조사를 하며 청문회을 가진다.


아주 짧게 말하자면 (꽤 긴 역사를 다루기 때문에 직접 다큐로 보길 추천한다),


MCAS를 만든 것도, MCAS를 만든 이후 그 어떤 항공사에게도 MCAS에 대한 말을 하지 않은 것도, 그리고 그 어떤 파일럿에게도 MCAS의 존재를 알리지 않은 것도, 다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


MCAS가 들어간 보잉 맥스 737이 기존 737모델과 다르다고 여겨지면, 항공사들을 파일럿들에게 그 새로운 항공기 모델에 관해 트레이닝을 시켜야 할 의무가 있고, 그 의무가 있다면 항공사들은 트레이닝 비용이 아깝기 때문에 보잉 맥스 737을 사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보잉은 보잉 맥스 737이 기존 737 모델보다 "더 좋지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는" 모델이라고 홍보했고, 그 홍보를 믿고 모든 항공사들은 돈을 아낄 수 있는 항공기라고 생각을 하며 미친듯이 사들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운 항공기 모델 보잉 맥스 737에 대한 트레이닝은, 아이패드로 이루어진 설명 매뉴얼이 전부였다.




보잉이 항상 이런 회사였던 것은 아니었다. 한 때는, 승객들의 안전을 우선시 하는 회사였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회사문화 자체를 바꿔버리는 인수합병이 진행되었고, 승객들의 안전보다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이익률이 더 중요한 회사로 바뀌어 버렸다. 


여행을 좋아하고 비행기를 많이 타 본 사람이라면, 다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또 여행을 많이 가지 않는 사람이라도 회사운영이 어떻게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보길 추천한다.


처음에 MCAS에 관한 20분 정도의 내용이 많은 집중력을 요구해서 지루할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은 뒤돌려보기를 하면서라도 꼭 이해하며 시청하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이 다큐를 보며 나는 정말 다양한 생각이 들었는데:


1) 역시 인간이 문제다. 기계가 잘못되는 것도, 결국 그 기계를 설계한 인간이 잘못해서. 그 인간이 잘못 설계한 이유도 (혹은 그 설계에 대한 트레이닝을 안시킨 이유도), 결국 인간의 욕심이 지나쳐서이다. 그리고 그 인간의 욕심이 지나치게 만드는 사회적인 시스템의 문제도 있다고 생각한다. 제어시스템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인간은 끝없이 돈과 이익을 가장 중요한 것이라 여기며 안전이나 생명은 뒷전으로 할 것이다 (이것에 대한 또다른 예가 미국 아마존 기업의 유명한 시스템이다. 한동안 아마존은 아마존 창고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았는데, 이는 창고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여름에 너무 더워 쓰러지며 병원에 운송될 경우, 그 치료비를 지불하는게 아마존 창고마다 에어컨 하나씩 설치하는게 훨씬 더 쌌다고 기업 내에서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이 유명해지고 아마존은 이제야 에어컨 하나씩 설치를 했다). 이익만을 원하는 월가의 투자자들 - 그리고 그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 압박을 걸 수 있는건 그 기업들의 고객인 우리 개개인밖에 없다.


2) 미국이 그래도 부럽다. 이건 영화 <Sully>를 보면서도 들었던 생각인데, 미국은 어떤 사고나 사건이 났을 때 그 사건의 끝까지 파고든다. 답이 나올때까지 엄청나게 노력한다. Sully같은 경우 캡틴 설리가 2009년 허드슨 강에 비행기를 띄우며 155명의 승객을 다 살린 엄청나게 다행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왜 그런 사고가 났는지" 그리고 "캡틴 설리도 어떤 의도로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는지" 끝까지 파고든다. 물론 영화에서는 좋은 의도로 그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에게 그런식으로 청문회까지 열며 쪼아대야 하는지, 라는 식으로 보여줬지만, 나는 그게 너무 부러웠다. 2016년에 나온 영화여서 2014년에 겪은 세월호가 많이, 정말 많이 생각났고, 우리 나라는 이런 식으로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게 안타까웠다.



작가의 이전글 확실한 행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