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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Feb 16. 2022

버리는 재료에 쓰는 돈은 얼마나 될까

N년차 자취러 01 - 결국 단순함을 선택하게 된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마트에서 10만 원 넘어가는 재료를 사고 집에 와서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뒤, 내가 실제로 그 재료의 50% 정도는 결국 버린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가. 아마 자취 생활을 시작한 뒤 1년 정도 지난 다음 느꼈던 것 같다.


쉬운 예로, 된장찌개를 만드는데만 해도 된장, 고추장, 소고기, 두부, 버섯, 호박, 감자, 양파, 마늘.  적어도 9가지의 재료가 들어간다. 아쉬워서 그 재료를 거의 다 쓰며 냄비 두 개에 끓일 때도 있었다.


문제는 사회생활을 하며, 일주일 어치 음식을 만들어 놓아도 일주일에 두세 번은 사람들과 밥을 같이 먹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냉장고 안에 만들어 놓은 음식들, 그리고 아직 대기하고 있는 재료들은 계속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밖에서 먹는 걸 좋아하지만, 나는 집안에서 요리해 먹는 것도 좋아한다. 일단 모든 재료를 내가 씻으니 안심이 되고, 내가 내 입맛에 맞게 건강하게 간을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재료 손질부터 직접적인 요리, 밥을 먹고 나서 설거지까지 적어도 한 시간 반 정도는 텀을 둬야 여유롭게 먹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확실하게 밖에서 자주 먹는 날들에 비해 집안에서 내가 요리해 먹는 날은 속도 더 편하고 살도 덜 찐다.


이제 곧 이사를 가야 하니 냉장고를 비우기 시작했는데, 아직 쓰지 못한 재료들이 너무 많아 속상했다. 그래도 평소에 최대한 재료 낭비를 줄이고자 내가 자주 찾는 재료와 만들어 먹는 음식들의 루틴이 있다.


1. 아침엔 오믈렛을 만든다. 오믈렛에 필요한 재료는 달걀 3개, 시금치, 방울토마토. (소금, 그리고 입맛에 맞춘 시즈닝, 여기에 원하면 치즈도). 여기에 항상 같이 먹을 과일과 견과류를 곁들이는데, 거의 대부분 사과와 월넛을 사용한다. 전에는 아보카도도 자주 먹었었는데, 아보카도는 적당히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나 아니면 너무 익기 전에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 식단에서 빼게 되었다. 오믈렛을 선호하는 건 달걀은 일주일에 필요한 양이 어느 정도 가늠이 되기 때문이고, 시금치도 생각보다 오래가기 때문. 오히려 여기서 문제는 토마토인데, 토마토는 습기가 있으면 금방 곰팡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세척을 위해 시금치와 토마토는 조리 전 10분 정도 물에 담가놓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긴 있다. 약간의 TMI를 쓰자면, 아침에 일어나서 공복에 운동하고, 샤워하기 바로 전 담가놓으면 샤워하고 나와서 바로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오믈렛은 특히 커피와 잘 어울린다.


2. 일주일에 한 번은 저녁에 미역국을 먹게 되는 것 같다. 미역국에 필요한 재료는 홍합, 말린 미역, 마늘, 참기름, 소금. 나는 미역국에 소고기 대신 홍합이나 바지락을 쓰는 걸 좋아한다. 소고기는 유통기한은 없지만 사는 즉시 빨리 써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마트에서 파는 얼려진 홍합과 바지락은 나도 냉동한 상태의 홍합과 바지락을 언제든 쓸 수 있어서 편하다. 나는 바지락보다는 홍합을 선호한다. 홍합이 우러나오면 국물 맛이 엄청 진해지기 때문이다. 말린 미역은 자잘하게 손가락으로 잘라놓고 물에 불린다. 그리고 미역국엔 역시, 참기름이 필수. 미역국을 선호하는 이유는 재료들이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해 언제든지 쉽게 해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오이 달걀 샌드위치. 이 샌드위치에 필요한 건 빵, 오이, 소금, 달걀, 마요네즈. 어렸을 때부터 잘 먹던 샌드위치이고 간단하게 스낵용으로 먹기 편한 샌드위치이다.


4. 양배추 계란 쌈. 필요한 재료는 라이스페이퍼, 양배추, 달걀, 간장, 소금. 양배추와 달걀은 원하는 만큼 프라이팬에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며 만든다. 사실 이 자체로도 생각보다 굉장히 맛있다. 탄수화물이 좀 부족하다 싶으면 라이스페이퍼를 뜨거운 물에 살짝 데운 후, 숨이 죽은 양배추와 스크램블이 된 달걀을 듬뿍 얹고 돌돌 말아본다.


요리라고 하기엔 너무 간단한 레시피이지만 사실 건강하게 재료 아끼며 먹으려는 자취생에게는 이렇게 쉬운 요리들이 없다. 물론 김치볶음밥, 계란 간장 볶음밥, 오므라이스 등등 밥과 같이 하는 요리들도 많다. 여기서의 문제는 밥도 생각보다 빨리 먹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나는 파프리카도 좋아해서 닭가슴살과 파프리카를 때에 따라 당기는 시즈닝으로 볶으면 또 하나의 그럴싸한 요리가 완성되지만, 파프리카도 상하지 않게 생각보다 빨리 먹어야 한다.


아, 오늘 저녁은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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