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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Nov 11. 2022

준비 안된 시험에서 합격을 받았을 때는

 직장인, 다시 공부합니다 11 - 후기

너무 얼떨떨해서 일단 첫 감정을 남기려 브런치를 켰다.


여태 17일에 시험 결과가 나오는 줄 알고 있다가 어제 갑자기 같이 일하는 동료 중 한명이 오늘 나온다고 말해주었었다. 미국 서부시간 오후 6시에. 


그래도 꿈 하나도 꾸지 않고 푹 자고 아침에 일어났더니, 갑자기 카톡이 왔다. 잘 모르는 지인이였는데, 어쩌다 그 분도 나와 같은 7월달 캘리포니아 변호사시험을 봤었고 시험 결과가 알려지기 전인 오후 6시보다 더 전, 아침 8시부터 "당장" 웹페이지 소스 코드를 통해 시험 결과를 알수있는 방법을 나한테 알려주면서 결과를 확인하라고 하셨다. 본인은 패스를 했다고 했다. 나는 아무리 소스코드로 들어가도 에러가 떠서 그냥 나중에 체크를 하겠다고 했다.


오후에 동생과 통화하다 물어봤다. 오늘 저녁에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냥 사람들 만나고 나서 확인할까. 동생은 궁금해서 어떻게 참느냐고 했다. 나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패스하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생에게 "사람들 만나는데 기분이 안좋아 있으면 그렇잖아..." 이렇게 말했다. 어쨌든 동생은 그래도 아마 나는 체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고, 나도 결국엔 오후 5시쯤에 낮잠을 자고 6시에 일어나서 체크를 하기 위해 알람 설정을 해놓았다.


알람 울림에 침대에서 일어나 노트북 화면을 열었다. 그리고 시험 결과 나오는 페이지로 갔다.


PASS가 떴는데 믿기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세달을 공부하는 시험을 나는 3주 공부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이 쳐도 3주 반.


어제까지만 해도 동료들한테 아무리 무급으로 2주를 더 휴가 받아서 공부를 하는게 조금 그래도, 나는 그랬어야 했다고... 실제로 나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일 잘하는 동료들도 다 4주가 아닌, 6주를 로펌에게 요구했다. 나도 그랬어야 했던 것이, 월급 받으면서 4주를 준다고 해도 시험 날짜 이틀을 포함한 28일이기 때문에 실제로 공부할 수 있는 기간은 25일이었고 실제로 그 25일은 너무 짧았다. 


이건 기적이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다.


내가 이렇게나 준비가 안되었는데도 패스를 한다면, 그 때는 인생이 나에게 뭐라고 얘기하는거라고 생각을 해야하나 스쳐가는 생각이 들었던 적이있다.


근데 이게 현실이 되었다.


조금 더 편하게, 조금 더 쉬며... 조금 더 내 자신을 믿어도 된다는 얘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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