곁을 지켜 준 당신들에게
몇 달 전만 해도 내 편은 꼭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았는데. 혼자서 모든 걸 감내해야 되는 줄만 알았는데. 무엇 하나 익숙한 게 없어 정처 없이 떠돌며 답을 찾고만 싶었던 날들. 그렇게 낯설었던 관계들은 점차 시간이 쌓여 너와 나를 연결해 주었다.
여전히 새로운 것들이 많은 나는 여전히 세상과 타인을 향한 질문들이 많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만 같다. 우리는 우리 사이에 특별한 무엇이 없어도 괜찮을 거야. 간밤에 공허 대신 나를 바라봐 주던 따스한 눈빛에, 순간을 함께했던 긴 여운에 취해 잠들어도 나는 괜찮을 거야.
나와의 대화를 더 이어 나가기 위해 타야 하는 버스를 말없이 보내는 걸 볼 때면 마음이 저릿하다. 오고 가는 대화들이 거창하지 않아도, 특별하지 않아도 흘러가는 하루 속 순간을 나눌 수 있다는 건 귀한 일이다. 그러한 순간은 없어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우리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오늘도 나는 서로만 아는 언어로 대화를 나누고, 서로만 아는 기억을 만든다. 그런 다음 그 기억을 이불 삼아 포개어 덮어 긴 잠에 들어야겠다. 관계는 밤이 깊은 순간에도 흐르고 있으니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