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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구마깡 May 14. 2019

우린 가끔 어지럽혀진 방과 같아서.

109 - 별이 되지 않아도 돼

https://youtu.be/jjbgDtIJqFk

남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힘들 때 누군가에게 쉽사리 털어놓지 못한다. 우울한 바다에 허우적거릴 때 나에게 다가와주는 사람들에 집중하지 못할뿐더러 내가 그 사람을 잡게 되면 그 사람도 바다에 빠져 같이 허우적거릴까 봐, 잘 털어놓지 못한다.


누군가 말했다. 힘든 지금의 내 모습은 하나의 양초 같다고. 촛농이 녹아내려 제 모습이 아니어도 심지에는 불이 붙어있을 테니, 너무 낙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설령 심지에 불이 꺼져 회색빛의 연기만 피어오르더라도 성냥 한 개비에 불을 붙여 연기에 가져다 대면 다시 불이 붙을 거라고.


우리의 마음은 항상 어수선한 방과 같아서 원하는 물건을 쉽사리 찾기 힘들다. 여기저기 성냥을 찾아 돌아다녀도 산만한 내 방에선 당최 찾아낼 수 없다. 국엔 포기하고 가만히 주저앉는다.


힘든 일에 주저앉은 네가 나에게 이야기를 한 건 어쩌면 혼자 감당해내지 못할 정도였기에 그런 걸까. 혼자서 방을 정리하자니 힘에 벅차 나에게 이야기한 게 아닐까. 처음부터 방을 갈아엎고 반짝반짝하게 만들 순 없지만, 방을 정리하는 건 도와고싶다. 그러니 천천히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흘려보내자.


그러니 종종 힘에 부치면 나에게 언제든지 기댈 수 있게, 차근차근 너의 방을 정리하고 구석에 숨어있던 성냥갑을 찾을 수 있길. 언젠가 너의 양초에 불을 붙이는 건 다름 아닌 너 자신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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