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공부를 잘한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다. 또 학창 시절 그런 친구들이 대체적으로 학습양의 비해 좋은 성적을 받는 것을 봐왔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이 늘 부러웠었다.
나도 책을 많이 읽으면 저렇게 공부를 잘할 수 있게 될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렇게 실천해 본적은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당시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한 환경이 아니였다. 일단 한창 입시를 준비하며 내신공부를 해야 하는 나에게 당장 책을 읽을 만한 여유와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읽고 싶어도 어떤 책을 어떻게 골라서 읽어야 하는지 방법도 몰랐고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도 아니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간절했다면 그것이 맞다는 확신이 들었다면 적극적으로 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텐데 당시 나는 그런 사람이 되지 못 했다.
나는 집안에 가장 큰딸이었고 누군가를 통해 좋은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나에겐 없었다. 그리고 나의 부모님은 돈을 열심히 벌어서 학원을 보내주시고 좋은 고등학교 배정받을 수 있는 환경은 주셨지만 좋은 책을 사주시고 그런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분들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친숙하게 읽을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을 가져보지 못했던 시간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내가 스스로 책을 찾아서 많은 읽을 수 있는 자연스러운 환경이 된 것은 입시를 실패하고 적당한 대학에 입학한 후 힘든 시절을 보내던 시기였다. 하지만 그때 학교를 다니는 길목에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대형서점 앞을 늘 지나다닐 수 있게 되었고, 학교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며 책을 마주할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좋아했던 책의 종류는 자기 계발서와 자서전이었다. 그중에서도 자서전을 참 좋아했다.
여러 종류의 자기 계발서는 한참 읽고 난 후 모든 책에서의 나만의 공통점이라고 생각한 포인트가 있다. 일단 생각하고 고민만 해서는 안되고 행동하고 실천을 해야 한다는 말을 다른 말로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자서전도 같은 맥락 일 수도 있다. 자서전 인물 또한 공통적으로 눈물 젖은 빵을 먹어보지 않고 정상에 올라가는 사람은 없었다.
저마다의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품고 헤쳐나가며 인고의 시간 속에 자신만의 신념으로 성공을 이룬 사람의 이야기는 자기 계발서 에서 하는 말들과 다르게 나에게 도전이 되는 메시지들을 계속 던져주었다.
나의 EPDI(9개의 성격유형 검사)를 보면 행동의 힘이 원천이고, 높은 수준의 행동에너지를 기반으로 행동하는 사람의 유형으로 분류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이런 성향은 이때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하루가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책 속에서 많은 위로와 응원을 받았던 것이다.
아직 이룬 것은 없지만 그것을 이루어가려는 의욕이 넘치던 그때 새로운 오늘을 기대하며 눈을 뜨는 아침이 참 행복했다. 언젠가 그런 내 모습이 무척이나 그리운 적이 있었는데 지금 그때의 기분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이것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동안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최근에 내가 읽어 나가고 있는 책들은 모두 자녀교육과 인문학에 관련된 책들이다. 자연스레 나 자신에 대한 공부가 너무 절실해졌다. 내 아이를 위한 교육은 결국 나의 공부가 제일 필요하고 그걸 알게 되니 공부를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인문학 수업들을 찾게 되었고 그렇게 듣게 된 수업 중 하나는 '우리 아이 문해력 기르기"라는 도서관 프로그램 수업이었다.
하루는 수업 중 강사님께서 백희나 작가님의 장수탕선녀님 그림책을 낭독해 주셨다. 이 책은 워낙 유명하기도 하지만 첫째 아이 한글 공부를 시작할 때 재미있는 그림과 글밥이 많지 않아서 좋은 교재 정도로 활용했던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얼마 후 아침을 먹던 중 둘째 아이가 거실 한편 전면책장에 있던 많은 책들 중 장수탕선녀님 책을 들고 와서 읽어 달라는 것이다. 이제 26개월 된 아이에게 글을 읽어주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림을 같이 보면서 책의 내용을 설명하기도 하고 지어내기도 하면서 책을 다 보았다.
책에 빠져든다는 것이 이런 의미인가? 그렇게 수없이 이책을 보았지만 그날 이 책을 처음보는것 같았다. 그림 하나하나 천천히 살펴보며 그림책을 보는 재미를 느꼇던 것이다. 그렇게 책을 덮고 난 후 큰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처음으로 그림책을 읽지 않았다. 그림책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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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그림책을 대할 때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고 읽어야 하는지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전의 나 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기분이다.
이제는 알겠다. 책을 고르는 일은 사람의 경험과 관심에 따라 정말 다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섣부르게 좋은 책을 권하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내용과 느낌을 나눌 수는 있지만 이 책이 상대에겐 또 다른 의미일 수 있기에 좋은 책이라고 100% 장담해서는 안될 것 같다.
이젠 적어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 한 두 명쯤은 이야기할 수 있도 선호하는 출판사도 몇 가지는 이야기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의 취향도 생기고 나만의 책을 고르는 안목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요즘 책을 고르는 안목, 책을 고르는 꿀팁 같은 정보가 많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정보들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책을 읽는 안목과 취향은 누군가가 알려주는 정보를 가지고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참고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금 당장 보이는 책 중 읽고 싶은 책을 들고 읽는 것이 훨씬 더 실절적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많이 들겠지만 그 노력과 경험은 더 큰 자산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그것을 읽으면서 좋은 문장을 발견하고 생각할 수 있는 한 줄을 찾게 된다면 그 작가를 알아보게 될 것이고, 그 작가가 썼던 책들을 읽으며 그 출판사를 알게 될 것이다. 만약 그 책이 싫었다면 왜 싫었는지 생각해 보고 다른 책을 고르면서 나만의 취향과 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워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동안 가지지 못했던 나만의 책을 고르는 안목을 가지게 되었고 또 한 번 성장하게 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아이를 키워가며 힘들지만 보람을 느끼고 행복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어제와 다른 오늘 나의 성장이다. 이 성장 끝에 있는 나의 모습이 어떤 모습 일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