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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퀸콩 Sep 20. 2023

복직을 하시겠습니까?

지금 나에게 더 중요한 것


회사에서는 정기인사를 하기 전 휴직자에게 복직희망 수요조사를 하고 있다.






현재 다니는 직장에서는 아이한명당 3년의 휴직기간을 주고 있다.


첫째 아이 휴직 때만 하더라도 2년의 휴직을 쓸 수 있었는데 복직을 하고 난 이후 출산장려정책으로 초등학교 휴직 1년이 더 생겼다.


그때만 해도 초등학교휴직을 2년에서 나눠 써야  한다는 생각에 막달까지 근무를 하고 아이를 더 보려고 애썼다. 그리고 복직 후에는 초등학교 입학 때를 생각해 6개월을 남겨두고 복직을 하게 되었다.


그렇 첫째 아이의 휴직도 늘어나고 둘째까지 낳았으니 나에게 총 4년 6개월의 휴직기간이 생긴 샘이다.


그래서 둘째 때는 첫째 아이 때 조산으로 힘든 임신기간을 보냈던 것을 생각해  첫째 아이 돌볼 겸 휴직을 일찍 신청하고 육아 함께 휴직이 시작되었다.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복직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돌봄 교실까지 신청다.

나와 아이모두 적응기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나 아이는 적응기간이라는 것이 필요 없었다. 학교 등교부터 돌봄 교실까지 새로운 환경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일이 너무 신나고 즐거운 자극이 되었기 때문이다. 예상 못했던 건 아니지만 잘 적응해 주어서 다행이었고 덕분에 몸도 마음 편한 휴직을 쓰게 되었다.






하지만 인생은 공평하다. 초등학교 적응을 힘들어하는 아이 때문에 맞벌이하는 엄마들의 고충이 크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나에겐 해당하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거기까지였다.


나에겐 또 다른 힘듦이 있기 때문에 신이 그런 힘듦까지 주지 않았으리라.


나는 아이와의 관계가 참 어렵고 힘들다. 다들 딸 둘 엄마라가 좋겠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감정을 잘 케어해줘야 하는 딸의 특성상 나에게 너무 어려운 육아라는 것을 점점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감정을 수용받고 공감받아본 경험이 거의 없다. 가부장적인 아빠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곤 하지만 사실 나의 아빠는 폭력적인 사람이다.


폭력과 폭언으로 얼룩진 청소년 시절을 보냈지만 나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부단히 애를 쓰며 살아왔고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되었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내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고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화를 참기 너무 힘들고 아이는 계속해서 억울해하고 섭섭해한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 넘어가면 또 괜찮아지고 그런 일상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느꼈다. 이 아이가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구나. 내가 변해야 하는데 이건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나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하고 싶다. 꼭 그래야만 한다.





지금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것은 조금 더 많은 돈이 아닌 것 같다. 정서적인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


결국 둘째 아이의 초등학교 휴직으로 쓰려했던 1년의 시간을 지금 쓰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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