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어머니의 부고 문자
종종 생각했다. 지난여름 그녀를 만났을 때 밥을 먹지 않고 커피를 마시고 헤어진 걸. 우리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카페에 갔는데 간단히 밥이라도 먹었으면 어땠을까. 이상하게 그날이 두고두고 부채처럼 남았다.
어젯밤 그녀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 그만두었다. 오늘 낮 하늘이 유달리 그날 그녀와 만난 날과 닮아 있어 조용히 몸서리쳤다. 가끔 아무렇지 않다가 여행하면서 느꼈던 냄새와 공기가 일상에 훅 하고 들어올 때가 있다. 오늘의 하늘 풍경이 그랬다.
여름이구나,
또 한 번의 계절이
시작되는구나.
아무렇지 않게 시작한 계절이었는데 불현듯 그녀가 그날 어머니의 편찮음에 대해 이야기하다, 가족들끼리 제발 다음 계절이 우리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말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나에게는 '허락된 계절'이라는 말이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스칠 때, 그녀에게 어머니 부고 연락을 받았다. 마치 나를 보고 있는 것처럼.
문자에는 어머니가 영면한 날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녀의 바람대로, 이번 계절은 허락해 주었다면 좋았겠지만 시간은 잔인했다. 왜 그런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만난 그날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었던 밥을 먹었더라면, 따뜻한 밥 한 끼 마주 앉아 나눠 먹었다면, 이번 계절은 허락해주셨을까,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다행히라면 부고 문자에서 그녀의 씩씩함이 전해졌다. 부디 편안한 곳으로 가셔서 그곳에서 두 딸을 사랑으로 지켜봐 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