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했던 4월 캄파슬로우

by 우즈


일교차가 컸던 4월 마지막주 우리 가족은 3일간 원주에 위치한 캄파슬로우에서 지냈다. 작년 같은 시기의 이곳에서의 기온보다 꽤 낮은 최고기온과 최저기온이었다.


원주에 도착해 막국수를 먹고 캠프사이트에 짐을 정리했다. 그리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숨바꼭질, 색종이 접기를 하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우리 사이트는 넓은 광장 구조라 숨바꼭질할 때 숨을 곳이 많이 없었다.


이미 어른인 나와 혜원이가 술레가 되었을 때 뻔히 보이는 딸을 못 본척하고 헤매는 모습을 보며 딸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귀여운 웃음소리도 못들 은척 하며 조금 더 헤매다 보면 딸이 나와 우리를 놀라게 하기를 반복했다. 같은 레퍼토리가 반복되었지만 몇 번이고 더 할 수 있는 행복한 순간이었다.





저녁의 기온은 꽤 떨어져 쌀쌀했다. 모두 가져온 두꺼운 옷을 입고 저녁을 먹은 후 쉘터 안에 들어와 난로 근처에서 시간을 보냈다. 딸은 요즘 부쩍 유치원에서 내준 숙제를 해야 한다며 공책을 펴고 간단한 수학문제를 푼다. 재밌는 부분은, 딸이 유치원에 다니지도 않고 숙제도 없다는 사실이다.


우리에게 간단한 수학 문제를 내보라고 하고, 공책에 적어 풀고, 답을 맞히고 손뼉 치고. 한참을 반복하다 모두 함께 이너텐트에 들어갔다. 엎드린 내 등에 딸이 올라왔고 엉뚱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몸을 돌려 딸을 구르게 했다. 한참을 웃으며 반복하다 딸이 잠에 들었고, 나와 혜원이는 난로 앞으로 나와 이야기를 나누다 가져온 책을 보다를 반복하다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커피를 준비했다. 얼마 전 교토에서 만난 세환이가 준 원두를 챙겨 왔다. 메커니즘과 커피맛에 대한 이해는 여전히 거의 없는 수준이지만,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원두를 갈고 커피를 내리는 과정은 여전히 즐거웠다. 커피를 다 마실 때쯤 혜원이와 잠에서 깬 딸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전엔 원주에 있는 시장에 들렀다. 혜원이와 딸이 시장을 좋아해 다른 지역을 여행하면 늘 시장에 들르는 편이다. 시장에 들를 때마다 우린 유명한 음식들을 사 먹는 외부인들이었는데, 이번에 혜원이는 집에 필요한 식자재를 몇 가지 구매했다. 묘하게 우리가 조금 더 어른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딸은 꽃을 구경하다 자그마한 화분을 하나 사자고 했다. 딸 덕분에 구매한 작은 화분이 우리 캠프 사이트에 봄을 데려와 주었다. 나와 혜원이만 있었다면 하지 않았을 선택들을 딸이 자주 하고, 그 선택들은 빈번하게 엉뚱한 즐거움과 행복을 준다.





캠프에 있는 나무학교에서의 활동은, 작년 우리 모두 만족한 이곳에서의 이벤트 중 하나였다. 올해도 신청했고 딸과 혜원이는 이곳에서 재밌고 귀여운 나무 작품들을 만들었다. 거친 표면을 매끄럽게 하고, 그 위에 색을 입히고 모양을 그리는 과정은 우리를 기쁘게 했다.




혜원이와 딸이 수업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열려있는 우들라이프 마켓을 구경하다 호기심이 생기는 친구들을 보게 되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명은 스위스에서, 한 명은 대만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을 포함해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몇 명 더 있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WWOOF(World-Wide Opportunities of Organic Farm)이라는 커뮤니티를 통해 이곳에 와 농장의 일을 돕고 문화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고 한다.


WWOOF는 봉사자와 유기농 농부를 연결해서 교육적,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고 농업의 중요성을 지행 하는 커뮤니티로, 캄파슬로의 우들리농장이 이 커뮤니티에 가입되어 있었고, 이곳에 있던 다국적의 친구들은 모두 자진해서 이곳에 와 머물며 농장일과 마켓일을 돕거나 참여하고 있는 것이었다. 멋진 커뮤니티, 농장,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한참 했다.





딸이 나무학교, 아날로그 책방에서 만든 작품들, 시장에서 사 온 자그마한 화분은 우리 캠프를 포근하게 만들어 주었고, 우리 모두 이 포근함을 좋아했다. 집에 돌아와 화분을 돌보며 캠프에서의 일들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또 난로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 딸이 (실제하진 않는) 유치원 숙제를 시작했고 간단한 수학문제를 반복하다, 낮에 알게 된 WWOOF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멋진 사람들과 커뮤니티가 많고 우리 딸도 낮에 만난 친구들처럼 건강하고 멋진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마지막날 아침은 숲 속의 공기와 습기 덕분에 상쾌하기도 했고, 쨍한 햇살 덕분에 따뜻하기도 했다. 커피를 내려 마신 후 정리를 시작했다. 딸은 우리를 도와주다, 무엇인가 상황극 놀이를 하다, 우리를 다시 도와주다를 반복했다. 잔잔하고 즐겁고 행복했던 캠프에서의 짐들을 정리한 후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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