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주 병가로 빈 원고를 주말에 보충하여 대체함 [3/4]
"그대에게는 뛰어난 음악적 소질이 있는데, 단 한 가지가 문제다. 누군가를 이기려는 욕망이 그것이다. 훌륭한 음악성과 재능을 가졌음에도 그대의 가슴은 음악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기겠다는 일념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욕망은 그대를 음악과 완전히 하나가 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다. 이 생각을 버리지 않는 한 결코 탄센과 같은 경지에 오르지 못할 것이다. 탄센에게는 남을 이기려는 마음이 없다. 이것이 그가 계속 이기는 이유이다."
- 류시화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56p. 중에서-
아주 어릴 때부터 생각했지만, 남과 경쟁해야 살아남는 시스템은 확실히 문제가 있다.
전교1등이 너무 하고 싶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공부에만 매진했던 적이 있다. 결국 한 학기 전교1등을 해냈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내가 전교1등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내 힘으로 최고가 되어보고 싶어서였다. 환경이나 재능을 넘어선 어떤 경지에 도달하고 싶었다. 결국 그 경지에 도달하고 나서 깨달았다. 경쟁은 별로 의미가 없다는 걸.
분명히 내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단계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경쟁에서 오는 깨달음은 아니었다. 오히려 경쟁이 더 독이 된다는 걸 알았다. 딱 1번뿐인 1등이었지만 다시 1등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의미한 싸움 같았다. 선생님들은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 없이 1등을 한 나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자극했고, 곱지 않은 시선은 내 몫으로 돌아왔다. 공부가 즐겁지 않았다. 그 뒤로 나는 공부에 더 노력을 투자하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한지는 오래되었지만 아직까지 경쟁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분이다. 공모전에서 상을 타지 못해서, 신춘문예로 등단하지 못해서, 팬이 많이 없어서, 조회수가 나오지 않아서, 내 행위들이 모두 쓸모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나를 보면 그렇다. 그것이 현실적인 거라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글 쓰는 게 너무 좋아서, 1시간이고 10시간이고 자리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며 내가 창조하는 세계가 보다 흥미로워질 때까지 쓰는 나는 온데간데 없고 오직 공모전에 당선될 것 같은 글, 등단할 것 같은 글에 매진하며 내 색깔을 잃어간다.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겠냐는 같잖은 핑계를 달면서.
남보다 잘하겠다는 목표는 금방 시든다. 1등을 하겠다는 목표도 어느 순간 무의미해진다. 오로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어제의 나보다 더 잘 쓰는 것이다. 언젠가 글쓰는 게 정말 재미없다고 느낄 때까지 성실하게 쓰는 것이다. 순간순간의 평가로 일희일비하지 말자. 천재들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의 것에 집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