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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Apr 08. 2022

25일차_자유롭게 주간회의

차 한잔의 여유와 주간회의


보통 회사에서 '회의'라고 하면 부담스러운 풍경을 떠올리기 쉽다. 나만 해도 주간회의라고 하면 부서마다 한 주의 실적에 대해 설전을 벌이거나 다음 프로젝트 기획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이미지가 먼저 생각난다. 니트컴퍼니에서 여러 번 회의를 참여하면서 마음 속의 이미지가 좀 더 자유분방하고 유쾌한 이미지로 변화하게 되었다.


내가 속한 전환팀의 주간회의는 매주 금요일 오후 시간대에 진행된다. 이전에는 4시였고, 최근에는 2시에 진행하였다. 오늘 있었던 주간회의도 오후 2시에 줌(zoom)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참고로 니트컴퍼니의 주간회의가 얼마나 자유롭냐 하면, 팀원들은 각자 시간이 되면 참여하고 참여하지 않더라도 패널티가 없다. 회의 참여 장소도 자신의 방, 사무실, 외부 카페, 아니면 산책하는 길거리, 외근하는 버스 안에서 등 자유분방하다. 매번 회의마다 정해진 주제를 중심으로 이야기하지만, 대체로는 자유롭게 돌아가면서 발언하고 대화를 나눈다. 


사진 출처 : 픽셀스


이번주의 회의 주제는 "나에게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가?"였다. 성공이라는 말이 그동안 막연하고 멀게만 느껴져서 구체적으로 정의내린 적은 없었는데, 회의 10분 전부터 나름대로 생각을 해보았다. 여러가지 가치관에 따라 정의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골똘히 생각하다보니 하나의 결로 정리되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의 생각은 또 어떨지 궁금했다.





성공한 삶이란 무엇일까


본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한 주간 있었던 일에 대해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꽃이 한창 필 시기라 그런지 꽃놀이를 다녀오신 분들도 있었고, 계절의 변화에 따라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신 분들도 있었다. 제주도로 훌쩍 여행을 다녀오신 분도 있었고, 산악영화제에 다녀왔다고도 했다. 역시, 백수라고 해서 한가하다는 편견은 정말 편견이라는 생각이 든다. 각자의 삶을 다들 바쁘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어떤 분은 인생의 목적의식이 뚜렷해서 자신이 생각하는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사회에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느끼면 본인이 성공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리고 어릴적부터 해외에 있는 예술가들을 만나고 창작물들을 접하면서 예술적인 삶에 대해서도 동경하는 면이 있다고 설명해주셨다. 어머니에게서 그런 삶에 대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삶이라 신선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분은 마음 불편한 것 없이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삶을 살면 성공했다고 느낄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단순하게 행복하게 사는 것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좀 더 확장해서 다른 사람들을 돕고 싶고 사회적인 공헌을 통해 평화로운 삶의 수순을 따르고 싶다고 했다. 어떤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여쭤보니, 경제적 상황이 어려운 여성 청소년 친구들에게 생리대 지원을 하는 등 작지만 실천하고 있는 분야가 있다고 하셨다. 생각을 직접 실천하는 모습과 태도를 문득 본받고 싶어졌다.


사진 출처 : 픽셀스


또 다른 팀원은 성공이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각자 인생에서 결핍과 관련이 있는 거라고 생각해서 '무병장수'하는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본인이 지금 건강하지는 못해서인지 건강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나 역시 공감한다. 툭하면 골골대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일단 건강해야 뭐든지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른 한 분은 성공에 대한 욕망이 특별히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게 성공이라 한다면, 여행을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떠났다가 돌아왔을 때 다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하셨다. 어디로 떠나보고 싶은지 여쭤보니 도시가 아닌 곳들로 떠나보고 싶다고 하셨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여행작가로 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추천해드렸다. 또 다른 팀원분이 필리핀의 깜미귄이라는 곳을 여행지로 추천해주셨고, <사람, 장소, 환대>라는 책도 추천해주셨다.


또, 경제적/심리적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성공이라고 정의하신 분도 계셨다. 경제적으로는 나 혼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는 삶을, 심리적으로는 내가 불편함을 느낄 때 참거나 그냥 넘기지 않고 '편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말씀하셨다. 정말 듣고보니 성공한 삶에서 가장 필수적인 요소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성공은 그냥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성공의 요소들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돈이 필요하고, 내 스스로 편안한 상태여야 한다고 생각이 들어서다. 공감이 됐다.


사진 출처 : 픽셀스


마지막으로, 여유를 가지면서 느슨한 연대를 가질 수 있는 삶이 성공한 삶이라고 하신 분도 있었다. '남의집'이라는 플랫폼을 설명해주시면서 자유롭게 연대하며 꾸려가는 하나의 방식을 소개해주셨다.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함께 글쓰기를 하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플랫폼이라고 하는데, 호기심이 생겨서 나도 후에 더 찾아볼 예정이다. 또, 여유가 무일푼에서 나오는 것은 아니므로 너무 빡빡하지 않게 살아갈 수 있을 정도의 기반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모든 팀원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성공에 대해서 정의할 때 비슷한 결이 있다고 생각했다. 우선, 자신의 분야와 능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여유와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역시 금전문제다. 한 달에 얼마 정도를 벌어야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지향할 수 있을지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들 정의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500은 벌어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만한 돈을 벌기 위해서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돈을 생각하면 성공한 삶과는 또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참, 어려운 문제긴 하다.





'MZ세대 이외수'


나에게 성공한 삶이란 무엇일지, 나름 두 갈래로 정리해서 말했다. 우선 전체적인 삶의 기조는 이렇다. 내 분야에서 인정받고 끊임없이 나를 찾아주는 사람이 있는 것. '내 분야'라고 한다면 전반적으로 예술과 관련된 부분이다. 가장 많이 하고 있는 글쓰기 작품활동도 있을 것이고, 일러스트 그림 작업도 있을 것이다. 그 분야에서 꾸준히 팬을 만들고 내 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일을 한다면 성공했다는 기분을 느낄 것 같다. 


사진 출처 : 픽셀스


물질적인 부분에서는 꽤 구체적으로 생각을 했는데, 우선 도시의 아파트가 아닌 시골에서 한옥을 짓고 살고 싶다. 의외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한옥이 진짜 비싸다. 근데 한옥 스테이를 해본 결과, 한옥만큼 나를 여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공간이 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에 자가용으로 아우디를 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튼튼한 차가 좋을 것 같아 볼보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시골에서 부업으로 친환경 농사를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건 우리 부모님께서 농사를 짓고 계셔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물론 본업은 글쓰는 작가로 살고 싶다.


내가 이렇게 뜻을 밝혔더니, 팀원들이 'MZ세대 이외수'라는 별명을 지어주며 멋쟁이라고 칭찬해줬다. 하핫! 이외수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개성 넘치는 멋쟁이의 삶인 것 같다는 건 인정한다. 언젠가 성공한 삶을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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