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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Apr 07. 2022

24일차_허심탄회 속터뷰

동료들의 속마음에 귀를 기울여


입사한 지 2주 정도 지났을 때, 니트컴퍼니에서 속터뷰를 진행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속터뷰는 원래 오프라인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지역이 멀어서 사정상 오기 힘든 사람들을 위해서 온라인으로도 진행되었다. 내가 참여한 속터뷰는 3월 21일에 온라인(zoom)으로 진행했다. 원래는 후기를 바로 쓰려고 했는데 중간에 일이 밀려서 후기가 늦었다. 그렇지만 동료들과 잔잔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어서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 후기를 기록해보려 한다.


참여한 인원은 관리자 2명과 팀원 4명 정도의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그동안 주간회의에 몇 번 참여했었기 때문에 줌을 통한 온라인 모임이 낯설진 않았지만, 정해진 인원이 적다보니 한 사람의 의견을 심도 있게 들어보는 것은 처음이라 긴장되기도 했다. 무슨 말을 할까, 솔직하게 말할 수 있을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화두를 던지고 주제대로 인터뷰를 잘 이끌어주셔서 팀원들도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사진출처 : 픽셀스


속터뷰 시작 전, 우리가 왜 전환팀에 배정을 받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다. 니트컴퍼니에는 닛트팀, 생활팀, 전환팀이 있는데 각자 배정받은 팀에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했다. 어렴풋이 짐작은 했는데 입사지원서를 신청할 때에 분류된 것이라고. 나는 입사지원서에서 나의 상태를 체크할 때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는 상태라고 답했다. 그리고 속터뷰에 참가한 전환팀 팀원들 역시도 같았다. 왜 그런 상태를 체크하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혼자 겪는 성장통이 아니라는 위로


어떻게든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것을 따지지 않고 서류지원을 했고, 합격한 곳에서 일을 했다. 일을 하면서도 항상 마음 한 구석에는 '이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퇴사를 하고, 조급함에 쫓겨 대학원 진학도 했지만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자퇴를 했다. 혼란스러웠다. 가장 힘들었던 건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학교나 회사를 다닐 때에는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었지만,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스스로 찾아야 했다.


하지만 스스로 찾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어디로 가야 좋을지, 뭘 해야 좋을지 혼자서 판단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니트컴퍼니에 입사지원을 하게 된 것은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은데 혼자서 하는 건 한계가 있다고 느꼈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를 지켜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느낌이 절실했다. 서로 가혹한 평가로 채찍질하고 경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유로운 태도로 서로의 일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말이다.


사진출처 : 픽셀스


동료들의 사정도 나와 크게 다르진 않았다. 어떤 분은 대학 졸업 후 쉬지 않고 일을 했는데 자신의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퇴사를 했다고 했다. 근데 뭘 잘할지, 뭘 해야 할지 아직은 고민하는 시기라고 설명했다. 또 어떤 분은 좋아하는 일을 선택해서 몇년 간 꾸준히 해왔는데 꼭 행복하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이더라도 생계를 위해 하는 일이다보니 언제부턴간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래서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왔는데 지금부터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고민된다고 했다. 또 다른 분은 대학에 갔다가 적성에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자퇴를 했는데 하고 싶은 걸 아직 찾지 못해서 뭘 할지 고민중이라고 했다.


동료들의 사정을 듣다보니 내 시야가 많이 좁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주변 친구들은 다 직장을 잡고 자리를 잡아 안정화가 되어가는 중인데, 나만 바보같이 내 자리 하나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비슷한 문제로 성장통을 앓는 사람이 나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적했던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사람들은 인생의 어느 지점에 도달하면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되고, 지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들과는 시기가 맞았던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니트상태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어떤 분은 매달 내야 하는 보험료가 가장 두렵다고 했다. 또 어떤 분은 괜찮아져야 한다는 압박감이 두렵다고 했다. 또 어떤 분은 뒤쳐지는 거 아닐까 싶어서 두렵다고 했다. 모두 공감되는 이야기였다. 나 역시 매달 15만원씩 빠져나가는 각종 필수요금들(통신비, 보험비 등)이 두렵고, 늘어나는 공백기간에서 오는 압박감이 두렵고, 나만 이러고 있는 걸까봐 두렵다. 그렇지만 내가 더욱 두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나는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솔직한 마음을 얘기했다. 사실 내가 다시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아직까지도 확신이 없다. 내 과거를 안좋게 바라보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겪었던 곤란함과 어려움은 분명하고 아직까지 선명하게 가슴 속 상처로 남아 있다. 몇 년이나 지났으면 극복할 만도 하지 않냐고, 스스로를 계속 몰아세울 때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사회생활을 시작하기가 두렵다. 어떻게 극복해야 좋을지도 잘 모르겠다. 


사진출처 : 픽셀스


이런 이야기는 재취업을 할 때에 걸림돌이 될 지도 모른다. 나의 긴 공백에 대해서 궁금한 면접관들 앞에서 나는 결코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얼마나 곤란하고 힘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걸 어떻게 극복해내고 다시 나아가는지가 더 중요하지. 그러지 못하고 이 상태에 머무르는 나를, 세상은 겁쟁이에 무능력자라고 비웃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서 그동안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속터뷰를 진행하다보니 한 번쯤은 솔직하게 말해보고 싶었다. 후련했다.


인터뷰를 마무리짓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일이란 무엇일까? 나한테 지금의 이 기간은 어떤 의미일까? 인생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살지 말라는 조언도 있지만, 한번쯤은 꼭 질문해봐야 하지 않을까.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한 행위라고 생각했던 것은 이미 한계를 느꼈다. 그렇다면 나에게 일은 무엇일까? 나를 표현하는 것, 나의 쓸모를 증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표현할 수 있고 내 쓸모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그걸 찾아나가는 과정이 지금 이 기간이 가지는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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