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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Mar 14. 2022

6일차_일을 잘한다는 것

열심히는 했습니다만


전직 바이럴마케터였다. 글쓰기를 잘하는 특성을 살려 일하고 싶어서 고심 끝에 선택한 직업이다. 그렇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글쓰기'에 초점을 맞춰서 바이럴마케터를 시작했으나,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어쨌든 마케터는 마케터라는 사실이다. 마케터라는 직업에 대한 이해도가 없었던 나는 입사하고 시간이 갈수록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내가 생각한 바이럴마케터는 블로그나 SNS에 글을 써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일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참 바보같은 단순함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입사하고 나서 내가 느낀 점은 '바이럴은 마케팅 업무의 지극한 일부'라는 것이다. 마케터에 대해서는 아는 게 별로 없지만 몸소 겪은 바로 정의하자면 '상품과 서비스 전반의 중간관리자'라는 것이다. 


마케터는 본인의 마케팅 업무만 딱 정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각 부서 사람들과 긴밀하게 협업해야 한다. 기획에서 상품이나 서비스를 만들면 무조건 회의를 한다. 마케팅부서 사람들이 모여서 그걸 어떻게 홍보하여 사람들을 모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온라인 광고는 물론 프로모션과 이벤트 기획을 미친듯이 해야 한다. 또한 CS 결과로 고객 니즈와 불편사항을 빠르게 캐치해서 서비스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피드백도 해야 했다.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협력업체를 찾아다니기도 했고, 매출 상승을 위해 경쟁업체 조사와 분석을 실시하기도 했다. 외부 판촉물 뿌리는 것도....



사진출처 : 픽셀스



내가 겪은 일은 저정도여서 솔직히 마케터가 저걸 다 하는게 맞는지는 확실히 모르겠다. 다 쓰지는 않았지만 저런 업무 외에도 기획일, 영상촬영 기획 및 촬영, 새 상품 활로 개척 등 더 있었다. 일을 하면서도 '아니 내가 이걸 다 하는 게 맞아?'라고 생각했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사수나 선입사한 동료들이 전반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면 난 일주일도 못가서 퇴사했을지도 모른다. 하필이면 내가 입사한 시점이 회사가 크게 성장하는 단계고 마케팅부서도 급성장하는 단계여서 전체적으로 과도기였다. 누적된 데이터가 많지 않은 상태로 한 건 한 건 업무 진행하는 게 도전이나 다름 없었다.


'솔직히 신입이라 잘 모르는 부분도 많지만 어쨌든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던 면접 때의 입사포부를 정말 열심히 지켰다. 하라면 다 했다. '이런 것까지 해야돼?'라고 생각하는 것까지도. 그렇게 해야 경력도 없는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수 있었고, 앞으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차근차근 경력을 쌓다보면 좀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그만두게 될 줄은 몰랐다. 다시 그렇게 하라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일을 잘하는 것과 일을 좋아하는 것


운이 좋게도 내가 담당했던 상품과 서비스 매출이 많이 올랐었다. 내가 담당하기 전보다 약 2.5배 정도 상승했으니 꽤 선방한 셈이다. 내 실력이 좋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열심히 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시기가 잘 맞아준 것도 크다. 그래서 후회는 없다. 하지만 딱 그 정도다. 일에 대한 흥미는 갈수록 떨어졌고 부담감은 커졌다. 


잘 했는데 왜 그만뒀어요? 그렇게 물으면 잠시 대답을 고민하게 된다. 냉정하게 대답하자면 하면 할수록 하기 싫어서 그만뒀다. 업무가 좋은 사람은 없겠지만, 적어도 버티면서 하든 할만해서 하든 계속 할 원동력이 있어야 계속 할 수 있다. 일에 자부심이 있다거나, 그래도 해온 일에 대한 애착이 있다거나, 성장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거나 등. 그런데 나는 아무것도 해당되지 않았다. 자부심도 없었고 애착도 없었고 보람도 딱히 없었으며 할만하지도 않았다.



사진출처 : 픽셀스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해서 어떻게 사나? 어른들이 종종 내게 했던 말이다. 나도 안다, 살기 위해서 사람은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는 걸. 불가피하게 하기 싫은 일도 견디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러지 못하는 나를 꽤 오래 원망했던 것 같다. 남들은 다 그럭저럭 버티는데 난 왜 그것조차 못할까? 지금은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 


견디면서 하는 일은 결국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견디는 것도 견딜만해야 견디는 것이다. 사람은 분야마다 각기 다른 임계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버틸만한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임계점을 가진 것이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분야에서 임계점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떤 분야에서 할만할지는 아직 모른다. 할만하지 않은 일만 운 나쁘게 계속 걸려왔던 걸지도 모르지 않은가. 





내 분야가 필요하다


구독하는 유튜버의 추천으로 읽게 된 책. 꽤 괜찮은 내용이다.



야마구치 슈의 <일을 잘한다는 것>이라는 책을 추천받아서 읽었다. 이 책에서 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을 관통하는 것은 '감각'이었다. 일을 잘한다는 건 성과를 내는 것을 말하는데, 오늘날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어떤 분야에서 대체불가능한 급으로 여겨지는 사람들을 말한다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봤을 때 일을 하는 것은 누구나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어느정도는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말 '잘'하게 되려면 독보적인 뭔가가 있어야 한다. 독보적인 무언가를 이 책에서는 '감각'이라고 표현한 것 같은데, 내 생각에 이 부분은 재능의 영역 같다.


감각이 빛나려면 우선 본인의 영역이 뚜렷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다 자기 영역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타고난 감각도 한 몫 한다. 노력까지 뒷받침되면 금상첨화다. 물론 그 영역을 벗어나면 평범한 사람들이랑 같다. 그러니까 세계적인 피아노 천재도 요리할때만큼은 대장금은 못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기가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분야를 확실히 하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려면 내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어떤 면에서 감각이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고민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그 분야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보는 편이다. 일단 직접 해보면 이게 맞는지 안 맞는지 바로 알 수 있다. 예로, 글쓰기의 연장선으로 책을 기획하고 독립출판까지 시도해봤다. 돈이 안 되긴 했지만 의외로 재밌었고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분야를 더 개척하기 전에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지만.  


재능이 돈이 될 수 있는 시대다. 재능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나 플랫폼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막연하게 속에 품고 있었던 영역이 있다면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아직 잘 모르겠다면, 시간과 기회는 충분히 있으니 도전해볼 용기를 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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