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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Mar 23. 2022

13일차_관심분야 : 타로카드 편

미래를 어느정도 알 수 있다면


누구나 미래에 대한 걱정은 가지고 있겠지만, 유독 심각하게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심할 때는 나쁜 일이 벌어졌을 때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며 일찌감치 고통을 받는다. 막상 다가온 사건이 자신의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았음에도 미리 감정을 소비하느라 지쳐버려서 심리적인 내상을 잔뜩 입은 상태다. 속으로는 '역시 이럴 줄 알았어, 이래서 내일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야'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문을 닫는다. 어떻게 아냐고? 나도 알고 싶지 않았다.


이런 굴레에 지쳐있었던 무렵, 타로카드 상담을 알게 됐다. 마음이 너무 답답해서 미래를 조금이라도 예견해보고 싶은 마음에 찾게 된 것이다. 건물의 좁은 한쪽 귀퉁이 틈, 신비로워보이는 잡동사니들로 잔뜩 꾸며진 간이 공간, 은은한 인센스 스틱 향내, 표정을 읽을 수 없는 타로마스터, 그 사람 손에 들려 있는 가지각색의 타로카드들. 단 몇 장의 카드로 현재 내 상태와 앞으로 벌어질 미래, 그리고 조언까지 들을 수 있었다. 얼마나 정확하게 맞혔느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불안하고 답답한 마음에 위안이 되어준 그 신비로운 경험에 매료되었다. 그 때부터 타로카드를 조금씩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진출처 : 픽셀스





타로 아마추어의 고민상담


내가 속해 있던 동아리에서 나는 '간비(현자의 상징 간디+내 이름 끝자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동아리방에 모여 있다가 심심풀이로 타로카드로 상담을 해주던 것이 어쩌다보니 그렇게 발전한 것이다. 그 뒤로 종종 친구들의 고민상담을 타로카드를 통해 진행했다. 비록 타로마스터급의 전문적인 타로 상담은 아니었으나 복채 1천원의 행복 정도는 되어줄 수 있었다. 혼자 공부하던 타로를 직접 상담에 곁들이려니 공부가 많이 필요했다. 한창 공부할 때에는 타로카드 스터디도 참여했었다.


내인생 첫 타로카드 리더 북. 열심히 공부한 흔적들.


친구들의 고민은 다양했다. 연애 관련 상담부터 시작해서 학업 문제, 진로 문제, 양자택일의 문제, 인간관계 문제 등 여러가지였다. 사소한 고민부터 속 깊은 고민까지 타로카드를 사이에 두고 꽤 진지하게 듣다보니 친구들과 더 가까워지는 느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과연 내가 다른 사람의 고민 상담을 해줄 만한 사람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평범한 그 나이 또래 사람들이랑 다를 게 없는데 고작 타로카드 공부 좀 했다고 뭐라도 된 것처럼 이렇다 저렇다 말할 자격이 있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사진출처 : 픽셀스


타로는 양날의 검 같다. 미래를 어느 정도 알고 조언에 따라 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오히려 좋지 않을 때도 있다. 타로카드가 어느 정도 상황을 읽는 능력이 있다는 걸 인정하지만 미래가 매우 유동적인 성격을 가진 만큼 타로의 메세지가 결코 완전하지는 않다. 그래서 마음을 가볍게 하고 참고 정도만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 마음이 힘들 때에는 그게 잘 안 된다. 타로의 예언이 좋지 않으면 그것대로 좌절감을 안겨줄 때도 있기 때문에 때로는 독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타로카드로 상담하는 일을 잘 하지 않게 되었다. 가끔 정말 재미로 볼 때만 꺼내고 그 외에 진지하게 공부를 더 진행하지 않았다. 때로는 책장에 꽂혀 있는 타로카드 책을 보면서 '다시 공부해볼까' 싶은 유혹이 생길 때도 있다. 내 마음 속 뿌리칠 수 없는 관심사 중 하나이지만, 지금 당장은 아닌 것 같다. 타로가 주는 메세지에 의지해 미래를 예단하는 것보단 직접 몸으로 부딛치고 해결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최선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언젠가 필요한 순간이 오면 그 땐 다시 공부해보고 싶다.





세상에 사소한 고민은 없다


예전에는 혼자 걱정하고 상상하고 고통받는 내 모습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이렇게까지 미래의 문제에 대해서 걱정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대체 왜 그럴까? 최근 이 문제로 명상을 시작하면서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 삶을 돌아보았다. 지난 날, 예상치 못하게 마주한 시련 때문에 받은 상처가 너무 컸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마음이 에어백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다. 독감 예방접종을 맞듯이, 마음의 예방접종을 하려고. 막상 닥쳐온 일이 별거 아니라고 해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두면 조금이라도 덜 아플 것 같아서. 그렇게 생각하니 한심한 내 모습이 안타깝게 보이기도 했다.


그런 면에서 타로카드는 지나치게 많은 걱정을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발산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취미였다. 너무 과몰입 하면 안 된다는 원칙을 잘 지키지 못할 때도 많았지만, 어쨌든 불안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순간이나마 잠재워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타로카드로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은, 사람은 누구나 인정과 경청, 공감을 갈구한다는 점이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고민거리를 안고 산다. 누군가에겐 '뭐 저런 걸로 걱정을 하냐'고 할 수 있을만한 일도 당사자에겐 큰 문제일 수 있다. 그러니 고민과 걱정을 안고 있는 사람이 예민하거나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그걸 단순히 인정해주고 경청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에겐 위안이 된다.


또, 고민상담이라고는 하지만 어차피 해결의 영역은 당사자의 손에 달려 있다. 제3자는 아무런 영향력을 갖지 못한다. 타로카드가 아무리 조언을 건네도 당사자가 듣지 않으면 소용 없는 것처럼. 그리고 꼭 조언을 따르지 않는다 할지라도 상황에 따라 전혀 예상치 못한 방법으로 해결되기도 하더라는 것이다. 인생은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거창하게 미래를 예견하고 조언하는 것보다는 누군가의 마음을 인정하고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많이 배웠다. 타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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