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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Mar 22. 2022

12일차_관심분야 : 문학 편

국어국문학과 출신입니다


나는 뼛속까지 문과다. 고등학교 때 이과를 갈 지 문과를 갈 지 결정할 때 딱히 망설이지도 않았다. 교차지원을 고려하지도 않았다. 누가봐도 너무나도 지조 있는(?) 문과 출신이었고, 그걸 전교생과 선생님들 모두 다 알 정도였다. 내가 이과/문과 선택을 할 때에도 '문송합니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문과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다. 걱정이 되긴 했으나 별 수 없었다. 


공부를 처음부터 손 놓은 것은 아니었다. 고1때, 나는 정말 할 만큼 했다. 담임선생님이 수학선생님이셔서 모르는 부분이 있거나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쉬는시간, 야간자율학습시간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이해가 될 때까지 질문을 했다. 처음에는 선생님도 열정적으로 가르쳐주셨는데 하도 많이 물어봐서인지 선생님도 힘들어하셨다. 그렇지만 그렇게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 나는 수학 7등급을 받았다. 응?


사진출처 : 픽셀스


그래서 과감하게 때려치웠다. 오죽했으면 선생님도 '너는 그냥 너 잘하는 거나 해라'고 말할 정도였다. 심지어 수학 시간에 내가 책을 읽거나 공모전 준비를 하고 있어도 혼내지 않으시고 오히려 웃으면서 칭찬해줬다. 잘 하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으니 그 길로 가면 되는 거라며, 좋은 작가가 되라고 덕담도 덧붙이셨다. 부끄럽긴 했지만 맞는 말이었다.


그렇게 나는 국어1등급 수학7등급의 극단적인 성적분포도를 가지고 있는 애로 전교에서 알음알음 유명한 애가 되었다. 외부 논술대회 금상을 받은 적도 있었고, 학내 벌점위원회 재판 대본을 써주기도 했고, 고3 입시철에는 친구들의 자기소개서를 봐주기도 했다. 글쓰는 것과 관련된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했던 것 같다. 그렇게라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어서 좋았다.


국어국문학과, 솔직히 취업시장에서 러브콜을 받지 못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건 국문학과만 해당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요즘은 모두 다 힘들어서 특별히 전공 때문에 더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래서 딱히 후회도 하지 않는다. 후회하면 뭣하겠는가, 어차피 나는 졸업했는걸!





편식 없이 두루두루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의 내 사고방식은 매우 편협했다. 애초에 글쓰는 일을 단순히 작품활동, 그 중에 소설을 쓰는 것만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 전문 분야가 있다는 건 좋지만 생존에는 상당히 불리하다는 걸 대학생활 하면서 많이 느꼈던 것 같다. 꼭 길이 한 가지 방향만 나 있는 건 아니라는 것도.


작가가 되는 방법은 공모전에서 등단하거나 신춘문예로 등단하거나 둘 중 하나 뿐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명예롭게 작가 커리어를 시작하기엔 등단만큼 좋은 것이 없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특히 요즘 눈여겨보는 것은 웹소설 분야다. 나는 순수문학만 생각해봤지, 웹소설을 써볼 생각은 못 했다. 딱히 장르문학을 낮게 보는 게 아니라, 낯선 분야라서 그렇다. 요즘은 무엇이든 창작활동을 가리지 않고 도전하고 있다. 


사진출처 : 픽셀스


또, 요즘은 글쓰기 플랫폼이 많이 활성화되었다. 분야별로 특화된 플랫폼들도 많다. 에세이를 전문으로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면 브런치, 분야별로 좀 더 정제된 장르문학에 도전하고 싶다면 브릿G라는 사이트도 있다. 보다 자유롭게 작품활동을 하고 독자에게 후원받고 싶은 의향이 있다면 포스타입도 있다. 이런 플랫폼을 많이 활용한다면 등단을 하거나 출판사와 계약해 책을 낸 것이 아니더라도 내 활동분야를 가지고 있는 작가가 될 수 있다.


물론 생존형(?) 글쓰기도 연마해야 한다. 글쓰는 사람들은 수입원 확보가 정말 절실하다. 투잡을 할 것이 아니라면 생존형 글쓰기 전략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게 좋겠다. 내가 해본 일은 자기소개서 작성 코칭, 문서 교정 및 교열 작업 등이 있다. 요즘 새롭게 도전하고 있는 분야는 전자책 제작 및 판매다. 재능마켓 사이트도 많아지는 추세라 가지고 있는 재주를 팔아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할까?


이 질문에 대해서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당연히 행복하겠지, 좋아하는 일을 못 찾은 사람도 많은데 좋아하는 일을 하면 얼마나 행복하겠어? 그렇게 쉽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이 녹록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좋아하는 일이 돈이 얼마 안 되는 경우다. 돈은 매우 냉정한 현실 지표다. 돈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좋아하는 일로 돈까지 벌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그러기 쉽지 않다.


그리고 설령 돈을 벌 수 있다고 하더라도 좋아하는 일이 일종의 '업무'가 되어버리면 그것대로 마음이 혼란하다.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일은 일이라 힘들고,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고, 다른 일을 한다 쳐도 뭘 해야 좋을지 곤란한 상황인 것이다. 참 어려운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사진출처 : 픽셀스


그래서 내 대답은 이렇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서 다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좋아하지 않는 일을 계속 하는 것보다는 행복할 확률이 높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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