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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Mar 21. 2022

11일차_관심분야 : 독립서적 편

* 10일차는 병결관계로 보충업무로 대체함



독립서적을 모으는 사람


독립서적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을 때는 대학교 3학년쯤부터였다. 학내 신문을 읽던 중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에 대한 특집 기사를 읽고 나서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나는 전공이 전공이니만큼 '작가=등단자'이라는 편협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요즘은 많이 나아졌다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독립출판이라는 게 흔한 것은 아니었다. 독립서점이라는 것도 낯설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매우 신선하다는 것이었다!


책이나 출판 같은 것은 전문가의 영역으로 머물러 있었는데, 요즘은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브런치 같은 글쓰기 플랫폼도 활성화가 되어 있어 부지런하기만 하면 내 원고를 꾸릴 수 있고, 꼭 출판사와 계약을 하는 게 아니더라도 독립출판이 가능한 부크크 같은 사이트들도 있어서 책을 내고 싶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책을 내는 게 가능하다. 


이때까지 모은 독립서적. 모두 독립서점에서 구매했다. 정말 아끼는 책들.



개중에는 '책의 질'을 운운하며 여전히 못미더운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검증받지 않은 작가의 원고가 과연 가치가 있느냐, 는 식이다. 물론 잘 정돈된 채 발행된 책들에 비해 어설프거나 부족한 점도 있다. 하지만 의문이 든다. 책의 가치를 정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작가를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은 무엇인가? 우리는 대부분의 책을 전문 출판사의 손을 거쳐 만나게 된다. 출판사도 회사니까 수익이 날 법한 원고를 고심해서 고를 것이다. 그렇다면 출판사의 선택을 받지 못한 원고는 가치가 없는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명작' 중에서는 출판사의 퇴짜를 몇 번이나 받고 우여곡절 끝에 발간된 작품도 있다. 발간 당시에는 혹평을 받은 작품도 있다. 원고의 가치는 시대와 독자 앞에 서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중요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선배 작가나 출판사나 평론가 같은 전문가의 선택과 지지가 아니더라도 세상에 내 원고를 내보낼 수 있는 기회가 트였다는 것은 꽤 많은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닫힌 길이 열리면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도 있는 것이다.






독립출판을 해봤던 경험


작가 등단 문제로 골머리를 썩고 있던 시기가 있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 문제와 등단의 꿈 사이에서 무척 갈등을 했다. 취업에만 매진해도 될까말까인데, 등단은 더 불가능하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이제까지 쓰던 작품들을 처박아놓기도 아까워서 작품집이라도 만들어보려고 독립출판에 도전했다. 써놨던 습작들을 닥닥 긁어모아서 직접 교정·교열을 하고 편집을 했다. 최종 원고를 들고 부크크에 가서 템플릿에 맞게 제작을 하고 직접 주문해서 샘플을 받았다. 기분이 묘했다. 판매를 시작하고 직접 여기저기 홍보도 했다. 20권 조금 안 되게 팔았던 것 같다. 수익 정산을 받고 나니 진짜 해냈구나 싶었다.


사진출처 : 픽셀스


물론 그 당시 패기와 열정으로 최선을 다해 만들긴 했지만 지금 다시 보면 참 허접하다는 생각도 든다. 누가 보면 우습다 못해 귀여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 이 경험은 아주 의미 있게 남아 있다. 먼저, 주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책을 내기 전에는 막연하게 작가가 되고 싶은 애, 정도였다면 책을 내고 나서는 작가님, 작가 선생님, 이라고 불러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이름 놔두고 꼭 내 필명으로 불러주는 사람도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뛸듯이 기뻤다. 어쨌든 내 독자, 내 팬이 생긴 거니까. 


다음으로는 내 태도가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에이 내가 무슨 작가야'라고 생각을 했다. 스스로 그렇게 위축되어 있으니 아무도 내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다. 당연하다. 자기 자신도 스스로를 인정하지 않는데 남들 눈에는 니가 뭔데, 싶을 테니까. 하지만 책을 내고 나서는 부끄럽든 말든 내 책을 가진 작가가 되었다는 마음으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할 수도 있는 거구나. 꿈이 그렇게나 멀어보였는데 막상 어떻게든 닿고 보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삶에 아무리 찌들어도 글쓰기를 손에서 놓지 않고 있을 수 있는 계기도 이렇다. 나는 꿈을 이루어봤으니까. 더 큰 꿈에 도전할 수도 있겠다. 작품 공모를 통한 등단이나, 작가들의 꿈의 무대 신춘문예도 할 수 있겠다. 혼자서만 원고를 끄적이고 넣어놓는 사람이 있다면, 막연하게 작가의 꿈만 꾸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 않고 독립출판에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혹시 모른다, 어느 날 세상이 당신을 작가라고 불러줄지도.





나는 책을 너무 사랑해


이렇게 말하면 역설적일지 모르지만, 나는 독서보다는 책 그 자체를 좋아한다. 부끄럽지만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천천히 정독하는 편이라 1년에 읽는 책 권수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특히, 어려운 책에 도전하면 1년에 1~2권에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정독한 책 내용을 전부 기억하는 것도 아니다. 장기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니라서 돌아서면 까먹기도 한다. 그래도 좋은 구절은 밑줄을 쳐놓고 다이어리에 기록하기도 하면서 책과 나의 추억을 간직하는 편이다. 책을 만지는 촉감, 책냄새, 책 읽는 그 분위기마저 몽땅 사랑한다!


사진출처 : 픽셀스


그리고 책을 만드는 것도 좋아한다. 한때는 전자출판기능사 자격증을 따보고 싶었다. 인디자인 프로그램도 배워보고 싶었다. 출판사 편집부에서 일해보는 게 꿈이었다. 책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보여서다. 하지만 꿈과 현실 사이의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파주에 있고, 나는 파주와 정 반대방향 한반도 남쪽 끄트머리 도시에 살고 있다. 큰맘 먹고 상경하자니 주머니에 가진 돈도 없고, 친인척지인 한 명 없이 모험을 떠나기에 나는 겁이 많으므로. 언젠가는 이 지역에 내 출판사를 꾸려보고 싶다. 지역 작가들을 발굴하는 작업을 언젠가는 해보고 싶다. 아니면 독립서점을 운영해보는 것도 좋겠다.


각 지역마다 명물로 손꼽히는 동네 책방들이 많아졌으면. 책 좋아하는 사람들의 아지트처럼 기능해줬으면 좋겠다. 요즘은 운영이 힘들어서 문을 닫는 곳도 많다 해서 아쉽다. 내가 좋아하는 우리 지역 독립 서점들도 거의 없어져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도 나는 독립 서적들을 모아볼 예정이다. '나만의 작고 소중한 책' 느낌이라 소장가치가 매우 높다. 혹시라도 내가 지금 발견한 작가가 훗날 엄청 유명해져서 내가 가진 독립서적이 매우 귀한 보물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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