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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Mar 24. 2022

14일차_관심분야 : 게임 편

게임...좋아하니?


내 위로는 두 살 차이나는 오빠가 있다. 오빠는 어렸을 때부터 컴퓨터에 미쳐 있었다. 내가 어릴 때에는 이제 막 컴퓨터가 가정에 보편적으로 두기 시작했던 시기였다. 그래서 비싸기도 했고 구하기도 어려웠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컴퓨터를 구해서 자기 방에 갖다 놓는 오빠를 보고 '와 씨 저정도 집념이면 컴퓨터로 먹고 살아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했다. 부모님은 저래가지고 뭐가 되겠냐며 걱정 했지만, 오빠는 자기 적성을 258퍼센트 살려 컴퓨터로 먹고 사는 사람이 되었다. 


아무튼 어렸을 때부터 오빠가 컴퓨터로 이것저것 하는 것을 구경해오던 나에게 게임은 그렇게 낯선 분야가 아니었다. 또래 여자애들이 싸이월드나 세이클럽 같은 걸로 서로 수다 떨면서 놀 때 나는 주로 게임을 했다. 게임을 좋아하는 오빠 덕분에 컴퓨터에서 돌아가는 게임이란 게임은 전부 다 보거나 직접 해보거나 했던 것 같다. 해본 게임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열거할 수는 없지만, 주로 경영게임이나 시뮬레이션 게임, RPG게임이나 FPS게임 등을 플레이했다.


사진출처 : 픽셀스


그렇게 게임하는 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중요한 취미가 되었다. 성인이 되고 내 컴퓨터가 생기고 나서도 게임을 꾸준히 해왔다. 완전 내향형 인간인 나에게는 사람들을 만나서 노는 것보다 혼자서 게임하고 놀 때가 더 행복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때로는 주변에 게임하는 사람이 없어 이런 주제로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게 조금 쓸쓸하기도 했다. 그래서 게임 내에서 친구들을 자유롭게 사귀기도 한다. 익명의 순기능에 어느 정도 기대면서 스트레스 받지 않는 넷상 인간관계를 나름대로 형성하는 것이다.





무슨 게임 하세요?


하루에 못해도 2시간 정도는 게임에 투자하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고 자주 하는 게임들은 이렇다. 


- 오버워치 : 경쟁전 4시즌 때부터 시작. 요즘은 핵쟁이들이 활개를 치고 인성 터진 유저들로 인해 6대6 팀게임의 밸런스가 무너져 이슈가 되고 망겜 소리를 많이 듣지만, 개성 있는 FPS게임으로는 단연 1등이라고 생각한다. FPS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도 쉽게 해볼만한 게임이라 접근성이 좋지만, 요즘은 고인물 게임이 되어가고 있어서 안타깝다.


- 로스트아크 : 메이플 이슈가 터지고 메이플 난민들을 대거 수용하기 시작하던 시점부터 시작. 감히 '낭만RPG'게임의 정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모험과 낭만이 넘치는 게임. 화려하고 정갈한 그래픽, 탄탄한 세계관, 다양한 콘텐츠, 그리고 게임에 대한 애정이 눈에 보이는 게임 디렉터 금강선까지 매력적인 요인들이 많다. 처음 3D 그래픽에 조금 멀미가 나고 조작법을 익히기까지 조금 어려울 수 있으나, 적응이 되면 어느새 나도 '모험가님'이 되어 있다.


사진출처 : 픽셀스


- 마인크래프트 : 유튜브로만 접하다가 시작한 게임. 샌드박스 게임이라 처음엔 '이게 뭐지?'라고 했는데 정신 차려보니 마인크래프트 건축 유튜버 영상 보면서 한옥마을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광산에서 철이랑 다이아몬드 좀 캔 것 뿐인데 정신 차려보면 4시간이 지나 있는 마성의 게임. 어쩌다가 성인 게임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초딩 때 이 게임을 접했으면 지금쯤 난 대형 마크유튜버가 되어 있었을지도?


- 스타듀밸리 : 친구의 추천을 받아 시작한 게임. 처음에는 '우리집도 농사짓는데 게임에서까지 농사 지어야돼?'라고 생각해서 꺼렸지만, 막상 시작하고 나니 과몰입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물려준 대규모 농장 부지에서 소소하게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면서 동네 사람들이랑 친해지는 게임이다. 콘텐츠가 좀 한정적이지 않나 싶을 때 업데이트를 해주기도 하고 유저 패치 모드가 다양해서 깨알 같은 재미가 있는 게임. 친구들이랑 멀티로 즐기기면서 랜선 힐링하기도 좋다.





가상 속의 정체성과 세계의 확장


내 상상력이 풍부해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현실 환경의 제약이 컸다.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게 너무 많았다. 뭐든지 하려면 돈이 필요했지만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 환경에서 경험에 투자할 돈은 사치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상상 속에서라도 자유롭고 싶어서 공상하는 습관이 생겼다. 내 상상 속에서 나는 뭐든지 될 수 있었고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현실의 문제를 잊고 몰입할 수 있었다.


나에겐 막연히 상상 속에서만 품고 있었던 야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게임이었다. 여행 한 번 제대로 가볼 기회가 없던 내게 게임 속 이국적인 풍경은 마치 세계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게임 속에서는 오직 실력으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었고, 게임 속 인물들이 제시하는 어려운 퀘스트들을 하나씩 깨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었다. 현실 속에서는 초라하지만 게임 속에서만큼은 나도 세상을 구하는 용사였다. 


사진출처 : 픽셀스



게임을 하면서 몰랐던 내 모습을 많이 알게 됐다. 생각보다 내가 대담한 면이 있다는 것도, 사람들이랑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면이 있다는 것도, 하려는 일에 발휘하는 집념과 인내심이 대단하다는 것도, 의외로 모험심과 개척정신이 뛰어나다는 것도. 가상 속의 정체성 하나가 생긴 것뿐인데 내 세계관이 더 넓어진 기분이었다. 


게임하는 사람들이 방구석 폐인 취급을 받던 시대는 끝났다.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버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생겨났고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크게 성장하면서 게임 시장 또한 활력을 가지고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또 이런 분위기를 타서 게임 회사들은 더 퀄리티 좋은 게임을 생산하기 위해 자극을 받고 있으니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이런 분위기를 매우 찬성한다! 더 퀄리티 좋고 재미있는 세상을 만나게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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