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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다람쥐 Aug 29. 2016

퇴사 후 6개월, 방황과 처절한 현실 인식의 시간

퇴사한 지도 어느덧 6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오랫동안 어느 곳에 소속되지 않은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대학을 다니면서도 군 휴학 외에는 전혀 휴학을 한 적이 없었으니 이렇게 장기간 쉬면서 나를 돌아볼 기회를 가진 것은 처음이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했고, 많은 생각을 했다. 이 시간은 방황도 하고, 내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처절하게 알게 된 기간이었다.


사표를 쓰고 세 번의 계절이 지났다. 퇴사 당시 추운 겨울이었지만 이후 산들산들 봄바람이 불었고, 유럽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폭염이 찾아왔다. 끝이 보이지 않던 폭염은 단 하루 만에 완연한 가을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나도 이제 휴식을 접고 본격적인 새로운 일, 회사를 찾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6개월 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한 달 정도는 혼자 유럽 여행길에 올랐었고, 그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들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사진으로만 보던 곳을 직접 보고 느끼며 행복했다. 다만 홀로 그 즐거움을 즐겼던 것이 아쉽기도 했다.


이후 한 달 정도 아파서 아무것도 못했다. 그렇게 아파본 것은 태어나 처음이었다. 어쨌든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나 건강이 회복됐고, 내가 무슨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무엇이 부족한지, 다른 사람들은 다 갖췄지만 난 갖추지 못한 것은 무엇인지, 앞으로 내가 할 일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의 시간이 계속됐다.


스스로를 돌아본 결과는 비참했다. 글을 쓰는 것도 높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는데 일한다는 핑계로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너무 소홀했다. 내 수준이 ‘과연 회사에서 찾을 만한 인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마음이 급해졌다고 해서 한 순간에 내가 다양한 분야에 대해 엄청난 실력자가 될 리는 없으니 기본부터 다지는 것으로 방향을 정했다. 전 분야에 대해 기초공사와 보수공사가 필요했다.


그리고선 7,8월 두 달이 흘렀다. 머리에서 사라진 경영, 경제 분야의 지식들을 다시 채우고, 영어 공부도 했다. 그리고 내 방 책장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사놓고 읽지 않았던 책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이제 사놓은 책들을 다 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두 달간 공부를 했다고 내 실력이 월등히 향상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잃어버렸던 감을 되찾는 정도는 된 것 같다. 특히 언어 공부는 끝이 없다. 그것이 한국어든 영어든 어떤 언어가 됐든 말이다.


간간이 글도 썼다. 브런치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쓴 것 같다. 그런데 기자를 그만두고 나타난 커다란 문제점은 글을 쓰면서 이것저것 눈치를 많이 보게 됐다는 점이다. 내 생각이 많아진 것도 영향을 줬고 자신감도 많이 떨어졌다. 매일 기사를 쓰던 내가 글 쓰는 것을 한동안 손을 놓게 되면서 내 실력에 스스로 의문을 갖게 된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 노트북에는 쓰다가 갈아엎은 글들이 수두룩하다. 브런치에 매주 한 개 정도의 글을 쓴다고 계획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던 이유다.


이렇게 반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며 나에 대해 돌아보니 스스로 안타까웠다.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나를 반성했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시점이 돼서야 내가 앞으로 어느 쪽으로 일을 해야 할지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명확하지도, 갈 곳이 정해진 것도 아니지만 분명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믿음을 갖고 약점을 채워나가고 있다. 준비하는 도중에 나에게 사라졌던 열정을 다시 살려주고, 비전도 뚜렷한 곳. 어렵겠지만 그래도 그런 곳에서 일할 날을 꿈 꾸며 말이다.


**사족 1) 요즘 30대 초반은 다시 ‘질풍노도의 시기’가 찾아오는 나이인 것 같다. 나도 그렇고 오래된 친구들도, 대학교 동기와 선후배들도, 전 직장 동기들도 모두 불안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며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있거나 이런 고민을 갖고 있다. 회사가 어디든, 직업이 무엇이 됐든 말이다.


**사족 2) 이번 주부터는 배워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과연 모두 소화가 가능할까 의심스러운 양이지만 빠르게 채워 넣어야 '매력적인 인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진도를 나가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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