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다람쥐 Jul 14. 2016

언론사의 돈줄, 협찬 기사와 포럼 그리고 시상식

한국이나 외국이나 언론사들은 갈수록 줄어드는 수익을 만회하고자 새로운 수익기반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선 이 방향이 이상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기업들을 옥죄며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바로 ‘협찬 기사’와 각종 ‘컨퍼런스 및 포럼’ 그리고 ‘시상식’이라는 겉으로는 그럴싸한 방식으로 포장하면서 말이다.


-협찬 기사는 ‘협찬’이 아니라 ‘갈취’다

협찬 기사는 한국 언론계에서 오래된 ‘관행’이다. 개인적으로 관행이라는 말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이미 일상화됐을 정도로 협찬 기사는 언론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협찬이 이뤄지기까지 과정은 문제가 많다. 정상적이라면 기업에서 언론사에 협찬 기사 출고를 부탁한 뒤, 이를 언론사는 충분히 검토해서 기사로 출고하고, 기사에 ‘이 기사는 기업의 협찬을 받아 작성된 기사입니다’라는 문구 정도는 있어야 한다.(개인적으로 협찬 기사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지만 할거면 최소한 이런 과정은 거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협찬 기사의 출발지부터 언론사라는 것이 문제다. 월초가 되면 언론사는 이달 광고 및 협찬수익 목표액을 부서별로 정한다. 이후 데스크나 차장급 기자들은 기업 홍보팀 임원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기업들은 검토해 보겠다고 말한다. 기업들은 예산을 검토한 뒤 협찬 기사를 내보낼지 말지를 결정하고, 이를 언론사에 통보한다. 기사가 나가기로 결정되면 데스크는 해당 기업 담당기자에게 홍보팀과 상의해서 어떤 아이템으로 협찬 기사를 내보낼지 정하라고 지시한다(기사 아이템은 기업에서 정하는 경우도 있다). 그 뒤 협찬 기사가 나가고 바이라인엔 담당기자 이름이 들어간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것이 광고인지, 협찬 기사인지, 취재기사인지, 보도자료인지 전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만일 기업에서 ‘좀 힘들 것 같습니다’라며 협찬이 어렵다고 하면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데스크는 매출을 위해 담당기자보고 소위 ‘조질’ 아이템을 찾아오라고 지시한다. 이후 ‘조지는 기사’가 나가면 홍보팀에서 데스크에게 연락이 오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협찬금이 언론사로 들어간다. 그리고 해당 기사는 인터넷에서 삭제되거나 추가 취재가 중단된다.


대기업 관련 기사를 보다 보면 댓글 중에 ‘얼마 받고 기사 써준 거냐’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다. 솔직히 말해 기자가 직접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쓰는 경우는 과거엔 있었다고 하나 현재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과거 잘못된 ‘촌지’ 문화가 지금은 언론사가 돈을 받고 기사를 내보내는 ‘협찬 기사’로 바뀌었고 생각한다.


사실 평기자들은 협찬 기사 자체를 쓰는 것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내가 취재한 내용도 아니고, 내가 정리한 기업 보도자료도 아니고, 그렇다고 언론 윤리에 맞는 행태도 아닌데 협찬 기사엔 담당기자 이름이 들어가니 좋아할 리가 없다. 사실상 ‘펜’의 힘을 빌려 기사가 협찬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인데 내가 그 펜을 쥔 사람이 되니 자괴감도 든다.(이렇게 언론사가 돈을 벌어들이면 이는 데스크의 실적으로 포함돼 데스크들은 인센티브를 받는다.)


-각종 언론사 주최 포럼, 시상식도 마찬가지

수많은 언론사들이 매년 주최하는 각종 포럼과 ‘~대상’으로 끝나는 시상식도 마찬가지다. 이런 행사에 일반인이나 전문가나 자기 돈을 주고 참석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언론사들은 출입처 인맥을 이용한다. 출입처 기자들은 행사 개최 몇 달 전부터 출입처에 전화를 돌리며 참석 인원을 확보하고, 포럼이나 시상식이 개최되는 날은 참석하는 각 출입처 홍보임원 의전도 한다. 차장급 기자 이상은 협찬금액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포럼이나 시상식의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개최되는 자체가 ‘돈’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에 대해 발표를 하고, 누가 상을 받는지는 출입처나 언론사나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런 행사들은 해외 유명 언론사들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과 한국 언론사의 차이점은 ‘투명성’이다. 이런 행사에는 돈이 오고 간다. 그러나 행사마다 얼마의 협찬금을 출입처로부터 받았다는 등의 내용은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돈거래가 이뤄진 상황이기 때문에 언론사 입장에서는 향후 출입처 기사를 쓸 때 눈치를 볼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출입처와 언론사의 이런 ‘부적절한 관계’가 기사 작성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져 대서특필될 기사가 단신으로 축소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물론 협찬 기사와 이런 이벤트 개최가 언론사의 주요 수익원이고, 결국 그것이 기자들의 월급으로 나오니 이런 것들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이것이 협찬금을 받고 쓴 기사인지 밝히지도 않고, ‘사실 이 포럼에 참석한 사람들은 저희가 참석해 달라고 사정을 해서 티켓을 사고 참석한 것입니다’라는 등의 설명도 안 하지 않는가. 일처리 자체가 굉장히 불투명한데 이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만 항변하니 언론사들의 발전을 기대키 어렵다는 생각이다.


사족) 남을 비판할 위치에 있으려면 나부터 깨끗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는 역할을 하는 언론사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언론사에게 특종, 단독기사보다 중요한 것이 청렴이지 않을까.

작가의 이전글 기자를 그만둔 후 찾아온 공허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