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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raosha Sep 15. 2023

런던에서의 1년...

  오래만에 글을 쓰고 있다. 런던에 온 지 이제 1년이 지났고, 그 동안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과 나를 돌아보는 삶을 보냈다. 특히,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때론 즐겁고, 때론 불편했지만 앞으로 남은 삶을 생각해봤을 때 뜻깊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처음 런던에 와서, 나름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딱히 일을 하거나 무언갈 하는 것이 아니였기에 아들이 가장 힘들었다. 이제는 Y2가 되어서 학교를 즐겁게 다니며 의사소통에도 크게 무리가 없는 모습을 보면 아이의 성장은 정말 무한하구나를 다시 한 번 깨닫게 해준다.


   예전에 글을 올린 적이 있는데, 영국의 장점이 무엇인가에 대해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그 때 당시에도 언급했지만 날씨만큼은 부정하지 못할 첫번째 장점일 듯 싶다. 물론 겨울에 추적추적내리는 비와 햇빛이 없는 날씨도 있지만 5월부터 10월까지의 좋은 날씨를 생각하면 그 정도는 금세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영어라는 장점말고는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고 해야겠다. '존중'과 '배려'를 말하고 싶다. 내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해도, 내 몸이 조금 불편해도, 겉모습이 초라해도,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여기서는 존중해준다. 게다가 상대방의 어떠한 행동이나 모습에도 배려는 기본적으로 따라 붙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몸에 베어있는 습관같은 것이었다. 노약자 자리양보는 당연한 것이고, 노숙자에게 필요한게 무엇인지 물어보고 사준다거나 아니면 가게로 들어가거나, 갑자기 지하철에서 토하는 청년(술 취한 것이 아님)에게 괜찮냐면서 토사물을 치워주면서 자리 옷을 벗어주는 사람도 있다. 운전자는 신호등과 관계없이 사람이 보이면 멈춰서주고, 신호등에 사람만 서 있어도 멈춰서 지나가라고 한다. 끼어드는 차에 대한 양보는 기본이고...이야기하려면 정말 많다.


  이런 것들이 어디서 나오나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유치원, 학교에서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학습하고 있었다.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유치원과 학교를 다니면 80~90년대에는 그저 공부잘하면 최고였고, 경쟁에서 살아남는 일이 우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들은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며 경쟁보다는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자기가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울지 행복할지를 생각한다. 한편으로는 한국에 돌아가면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될 아들이 안쓰러워지기까지 한다. 아들은 경쟁에 취약하고 유난히 배려를 많이 하는 것이 아직도 마음에 걸리지만 그건 못된 아버지의 마음이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들은 나와 놀 때도 내가 굽히고 일어나는 행동을 잘못하는 것을 보고 아빠는 허리 숙이면 힘드니깐 저쪽으로 돌아와도 돼, 저쪽으로 가면 허리 안 아플거야라고 말해주는 아이이다. 다른 친구들과 놀 때도 어떨지 보인다. 


  여튼 이 존중과 배려는 우리나라에서 조금은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정'이라는 단어가 있지만 그것과는 많이 다르고,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은 예전과는 많이 다른 건 분명하다(개인적인 생각).


  마지막으로 고작 1년 살면서 그런 소리하냐고 하겠지만, 연령과 관계없이 편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할아버지와 20대 젊은이가 PUB에서 서로 모르는 사이임에도 몇 시간씩 편하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쉽게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난 지금 테니스를 배우고 있는데, 연세가 많은 신 할머니는 편하게 말을 걸어주고 일상의 대화를 나눈다. 위아래의 느낌이 아니라 정말 친구같은 분위기이다.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처음엔 너무나 불편했다. 40년을 넘게 한국에서 살아온 나에게는 윗사람은 특히 연세가 많으신 분들은 아무래도 불편한 감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일을 하지 않고 이렇게 쉰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1년을 쉬다보니 생각이 많아졌다. 한국에 돌아가서 다시 일을 하겠지만 어떻게 일을 해야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머리는 아는데 행동으로 옮겨질지는 미지수이다.


  이제 6개월 뒤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지만, 또 어떻게 될 지는 잘 모르겠다. 더 남아있을지 돌아갈지. 주재원이나 워홀로 런던에 왔다가 남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이해가 되는 듯 하다. 이건 위에서 언급한 것과는 다른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일을 대하는 것이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인듯 싶다. 이 부분은 나중에 자세히 써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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