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런던에 있다 보니 체감되지는 않는다. 반대로 런던에 있다 보니 가파른 물가 상승에 소득이 없는 아내와 나로서는 이제는 부담이 된다.
처음 런던에 와서 외식을 한국만큼 하다가 이러다 빈털터리가 될 것 같아서, 집에서 해 먹기 시작했다. 이제는 집에서 해 먹는 것이 일상이지만 그래도 종종 외식을 하곤 하는데 몇 개월 전부터는 가끔 외식으로 바뀌었다.
장바구니 물가는 어떤 제품이냐에 따라 다른데 대략 5~20% 가까이 오른 것 같다. 중요한 것은 쥐도 새도 모르게 가격표가 바뀌어있어서 곰곰이 명세서를 보지 않는다면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앞자리는 그대로 놓고 뒷자리가 교묘하게 오른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내도 이젠 학기가 종료돼서 둘 다 집에서 놀다 보니 장 보는 횟수도 주 2회에서 주 3~4회로 늘었고, 아침 먹고 나면 점심 뭐 먹지? 저녁 뭐 먹지? 이런 상황이라서 정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현금이 녹아내리는 느낌이다. 게다가 환율도 많이 올라서 더더욱 그런 것 같다.
이런 와중에 우리나라는 얼마나 올랐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지인들과 통화를 하다 보면 런던 물가 못지않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물가도 물가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여기서 이렇게 놀고 있는 나는 더욱 한국이든 회사든 돌아가기 싫은 건 왜일까?
여하튼 런던의 미친 물가는 정말 답이 없고, 아끼려고 온 것은 아니지만 최근 몇 개월 전부터는 꽤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월세는 더욱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월세를 10% 정도 올리는 것으로 집주인과 잘 이야기가 됐지만 보통 20% 이상 올리는 추세라고 한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현재 지내는 곳이 Zone2이고 런던 시내와 아주 가깝다는 점을 고려하면 20%는 꽤 큰 금액이다.
방 2개, 주방, 거실, 화장실 1개가 있는 Flat은 기본 350만 원에서 400만 원은 내야 된다. 공과금은 별도이니 월세로 끝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전기, 가스, 수도는 민영화의 모습을 잘 보여주듯이 우리나라와 다르게 요금의 수준이 다르다 보니 자연스레 아끼게 된다. 한국전력의 적자폭이 계속 늘어나다 보니 전기요금을 단계적으로 올리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요금명세서 보다가 런던의 명세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저렴하다고 느껴질 정도이니, 적자라는 이유를 놔두고서라도 물가 수준을 고려하면 올리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지도 모르겠다. 만약 우리나라의 전기, 가스, 수도가 민영화되면 지옥을 맛볼지도 모르겠다. 가까운 일본만 봐도 알 수 있으니 절대 그렇게 돼서는 안 될 듯싶다.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이 미친 월세임에도 집을 구하다 보면 집 구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는 사실에 한 번 놀라고, 돈이 있다고 그 집에서 무조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지금 지내는 집의 주인은 우리가 6개월만 연장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처음엔 거절했다가 집에 한 번 들르고 나서는 잘 협의가 된 상황이다. 사실 6개월만 연장하는 것은 우리의 입장이고 집주인은 부동산에 집을 내놓을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장기렌트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집주인은 두바이에 거주 중이고, 정말 운 좋게 런던에 올 일이 있어서 렌트기간 연장시기와 맞물려 한 번 집에 들른다고 해서 집을 깨끗이 해놨더니 만족하셨는지 웃으면서 6개월 더 즐겁게 지내다 가세요라고 했으니 착한 편이다.
6개월 렌트 안 해준다고 했을 때 이 근처에 집을 알아보면서 집주인이 얼마나 자선가임을 다시 한번 깨닫기도 했다. 이 집의 렌트비로는 비슷한 수준의 집을 찾기가 불가능했다.
런던 월세의 좋은 점이라고 해야 되나? 보증금이 월세 1개월분이다. 우리나라는 집값에 몇 퍼센트 정도로 임의로 설정하고 아파트의 경우에는 1억부터 몇 억까지 보증금을 넣고 월세를 내는데, 그에 비하면 런던에서의 보증금은 장점이지 않나 싶다. 퇴거 후에 별 문제가 없으면 부동산에서 다시 돌려주지만, 보통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라서 100% 돌려받는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 정신건강에 좋다고 한다.
즉 사진 잘 찍고, 동영상 잘 찍고, 하자여부를 처음부터 잘 체크해 두었다면 100% 받을 수도 있겠지만 살면서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는 어쩔 수가 없다. 특히 이 오래된 런던 집들의 특성을 고려하면...
그나저나 결론은 런던의 월세와 물가 상승이 매우 가파르다는 점이다. 런던에 와서 지내려면 생각한 것의 30~50% 정도는 여유 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