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k 록 Dec 30. 2018

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신입사원의 일기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무기력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억지로 힘을 낸 순간이 더 많았다. 하지만 글은 한 글자도 적을 수 없었다. 요가도 많이 가야 일주일에 두 번 갔다. 이런 나 자신이 싫었다. 내 안의 의지와 다르게 사는 모습이 초라하게 느껴지며 답답함에 숨이 막혀왔다.


신입사원의 욕심

새롭게 입사한 (이번엔 정규직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첫날은 상쾌한 마음으로 새벽에 요가를 갔고 팀원들은 대단하다고 했다. 그렇게 딱 이틀만 대단했다. 3시간 남짓한 출퇴근 길을 다니면서 출근 전에는 요가를, 퇴근 후에는 자기 계발을 하려는 계획은 작심삼일은커녕 이틀 만에 끝이 났다. 삼 일째 되는 날 나는 축 늘어져 출근했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으로 하루하루 버텨낼 뿐이었다.


tvN <미생> 6회 한 장면 ⓒ CJ E&M


집중하지 않는 시간은 떠다닌다. 

대학생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집중이 되지 않으면 시간을 쏟지 않았다. 집중하지 않으면 얻는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억지로 집중하지 않아도 꽤 빈번하게 집중을 잘하였고 몰입하여서 해낸 경우도 적지 않다. 공부 자체가 재미있을 때가 있었고 새로 배우는 일은 지금까지도 흥미롭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중고등학생 때 입시 스트레스가 적었고 쉽게 갔다고는 할 수 없지만 나름 즐기면서 재수 없이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니 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며 선택지가 늘어난 만큼 집중력의 밀도가 떨어졌다. 고등학교와 비교하면 집중이 가능한 과목이 줄었고 성적표는 극단적인 알파벳으로 채워졌다. 공부 이외 해야만 했던 아르바이트나 과외는 공부와 다르게 몇 배로 애써 노력해야 집중할 수 있었다. 그 뒤로 인턴을 하면서도 그랬다. 애써 노력한 시간이 끝나면 다른 취미나 생산적인 일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처음에는 운동도 해보고 책도 읽어 봤지만 집중하지 않으니 시간이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mbc 아빠! 어디가? 한 장면
어른이 된다는 건 떠다니는 시간도 애써 끌어모아야 하는 거다.

신입으로 일을 시작한 현실은 아르바이트나 과외를 하던 학생 때와 다르다. 회사에서 돈을 받고 하루 대부분 시간을 보내야 한다. 그 말은 내 시간 대부분을 애써서 노력해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어른은 집중할 수 없을 때도
집중해서 해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집중이 되지 않을 때도 집중을 해야만 한다. 나는 딱 출근부터 퇴근까지만 집중하면 되는 줄 알았다.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억지로 집중할 힘이 떨어졌다. 그러다 혼이 났다.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내 시간을 더 쏟아야 밀도가 더 촘촘해진다는 생각이 들면서 야근을 했다. 

피터팬의 한 장면 ⓒ디즈니


어른이 된다는 건 해야 하는 일을 하기 싫을 때도 해야 하는 거라고 듣곤 했다. 그 말이 와 닿지 않을 때가 있었다. 숨이 막히는 현실을 맞닿아서야 비로소 마음에 꽂히기 시작했다. 어른이 이런 거라면 어른이 되기 싫어졌다. 글을 한 글자도 적지 않고 요가도 많이 가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여 페이스북 친구에게 털어놓았다. 


인생 길어요. 너무 남의 이야기에 의미 부여하지 마요.
 다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거니까.

아는 이야기였지만 시기적절하게 들려오는 말은 새삼 용기가 되었다. 답답함에 숨이 막힌 현실이 앞으로 꿈을 위한 시간으로 느껴졌다. 단단한 어른이 되고 싶어 졌다. 현실에서 노력을 더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해야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단단한 현실을 살 수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적지 못한 글을 일요일 아침에 적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랜드 소셜 살롱 Be my B:우리가 사는 방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