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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k 록 Oct 20. 2016

이게 몇 년만이야!

시간의 힘이랄까 

지금까지 살면서 이동하는데 큰 힘을 들인 적은 여행 말고는 없었다. 초중고 모두 10분 이내 보도로 이동이 가능했고, 대학교도 운이 좋아 자전거로 15분 이내의 거리에서 다녔었다. 체력과 비위가 좋지는 않아서 지하철과 버스에서 맡는 냄새에 힘들어하였고, 굳이 길바닥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럴 이유가 없었다. 서울에만 살았고 모든 것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4개월간 편도로 2시간 거리를 매일같이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뭐, 취업을 했다면 월급으로 방이라도 구했을 텐데 그건 아니고. 내가 지금 시기에 딱 원했던 교육이라고 할까? 


그래도 내가 원하던 교육이었던지라 긍정적으로   

"통학 4시간은 길바닥에 버리는 시간이 아니야!"

"난 그 4시간 동안 사색하고, 라디오도 듣고 어차피 하는 인터넷 서핑을 하겠어!"

라고 했던 것이 바로 어제였는데...


오늘 OT를 다녀오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지옥철 지옥철 하는구나'

'사람들이 왜 출퇴근 시간에 끼여있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논하는지 알겠다'


그리고 나는 4개월간 하루에 4시간씩 이동하면서 교육을 받을 의지가 점차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인슈타인이 시간의 상대성을 주장하며 시간의 개념을 뒤흔들어 놓았다지만 이건 절대적인 시간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렇게까지 생각이 미치니 나는 다시 나의 계획을 수정하고 있었다. 물론 행동으로는 어떻게 옮겨질지 모르지만. 


오늘 OT를 가면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간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광역 버스를 타고 마지막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하는데(총 3~4번의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한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탈 수 없었다. 아쉬워하고 있던 찰나에 앞에 있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고 우리는 동시에 00아!라고 부르며 반가움을 감출 수 없었다. 오늘 마주친 A양으로 말하자면 나와 중학교 시절 토요일에만 진행하는 동아리 활동을 함께했고 한 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으며 방과 후에 떡볶이를 함께 먹은 기억이 없는 걸 보면 같이 놀았던 것 같지도 않다. 그리고 중학교 이후에는 단 한 번도 서로 연락도 주고받지 않았고 친구의 친구로부터 소식을 들었던 적도 없다. 그런데 우리는 만나자마자 어떻게 지냈냐며 이야기를 하였고 버스를 기다리며 또 버스를 타서도 쉴 새 없이 서로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나는 진심으로 반가웠다. 우리 기억 속에 있는 서로는 미화되거나 왜곡되지 않았고 모두 사실이 기반하여 꽤 정확했다. 그리고 고등학교와 대학교 시절에 서로는 없었지만 현재 위치만 변한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많았다. 신기했고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4개월간 하루에 4시간. 

10년 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


나는 시간이 새삼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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