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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여행온에어 :: 나이가 들어서도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낮에 점심을 먹고 잠시 은행에 들렸다.
순서를 기다려 마주한 은행원 분은 중년의 남자 팀장님이었다.
그분은 나의 질문이 처음 듣는 내용이셨는지 조금 고민했다.
그러더니 이내 독수리타법으로 자판을 톡톡 두드리며 도와주셨다.
답변해주시기 위해서 열심히 움직이시는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머릿속에 기억이 하나 스쳤다.
그곳은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 위치한 어느 항공사 사무실이었다.
아르헨티나 내에서도 관광지로 유명한 바릴로체는 대로변을 따라 관광객이 북적거렸다.
그 정신없는 틈새를 지나 육중한 나무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신기하게도 소음이 딱 끊겼다,
바릴로체와 아주 잘 어울리는 나무 장식으로 꾸며진 사무실이었다.
그 모습은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다.
그 편안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나 역시 번호표를 뽑고 느긋한 마음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다가가 마주한 항공사 직원은, 의외로 아주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할머니였다.
단정하게 유니폼을 입은 그녀는 내게 목적지, 탑승을 희망하는 날짜 등을 물어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톡톡톡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비록 독수리타법일지라도 열심히 내 항공권을 찾아봐주는 그녀가,
그리고 그녀의 주글주글 주름살로 가득한 손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 없었다.
제아무리 나이가 들었다 하더라도 열심히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날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나도 꼭 일을 하는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단언컨대, 나이가 들어서도 일하는 사람의 모습은 아름답다.
@ _ 아르헨티나 바릴로체 항공사 사무실에서 (La oficina de aviadora, Bariloche, Argentina, 2013
위 글은 아래 블로그에서 옮겨오며 일부 수정을 거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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