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다이어트의 두 번째 황금기
흔히들 '백일의 기적'이라고 하죠? 갓 태어난 아기를 키울 때에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수시로 수유도 해야 해서 힘든데, 백일쯤 지나면 아기가 통잠을 잘 수도 있고 수유하는 간격도 길어져서 육아가 좀 더 편해져서 기적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낳고 나니 100일이 되어도 기적이란 것이 없을 수도 있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고도 하더군요. 심지어 '우리 아기는 두 돌이 될 때까지 통잠을 못 잤어.'라는 이야기를 하는 육아 선배도 있었고요.
이렇게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정말 존재하는지도 불분명한 백일의 기적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만큼 초기 육아가 힘든 만큼 희망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었답니다. 신생아는 하루에 16시간을 잔다는데 저희 아기는 어른보다 짧게 자는 듯했고, 아기가 잘 때와 먹을 때 빼고는 계속 울었거든요. '다른 아기들은 다 잘 잔다는데 왜 우리 아기만 이런 것일까?',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답답한 마음에 우는 아이를 부둥켜안고 같이 울기도 했어요. 틈이 날 때마다 초보 엄마는 뒤늦은 육아 공부를 해야 했고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느라 시간을 보내니 자꾸만 저의 산후조리는 뒷전이 되더군요.
하지만 아이가 백일이 될 때까지 산후조리를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기가 100일이 되는 시점은 산모의 몸도 산후조리가 일단락되어야 하는 시점이기 때문입니다. 출산 후에 산모의 비뇨 생식기는 분만 후 6주 동안 회복되기 때문에 이 기간을 산욕기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6주간의 산욕기가 끝났다고 해서 산모의 몸이 바로 임신 전의 몸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아닙니다. 산모가 일상생활에 적응하려면 100일 정도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부인대전양방>에서는 "대체로 산모가 조리를 할 때는 100일이 되어야 비로소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다. 아주 조심하여야 한다."라고 하며 산모의 안정을 강조하였습니다.
또 젊고 건강한 산모라면 출산 후 첫 6주 동안 임신 중에 증가한 체중의 90%가 빠질 수 있고, 100일 정도가 되면 체중이 거의 임신 전 체중에 가깝게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본격적인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 산모는 많지 않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대신 몇 가지만 알고 있으면 다이어트를 하느라 따로 시간을 빼지 않더라도 체중을 되돌려 놓으면서 산후조리도 잘 될 수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출산 후 100일까지 지금부터 알려드리는 3가지만 명심하세요.
모유수유는 아시다시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기의 면역력을 길러주고 아이와 엄마의 유대감을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죠. 아기는 엄마 품에서 모유를 먹으면서 정서적으로 편안함과 안정감을 얻습니다. 산모는 옥시토신이 분비되어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우울감이 줄어듭니다. 이 옥시토신은 자궁을 수축하게 합니다. 그래서 아기가 젖을 빨수록 산모의 자궁이 빨리 회복되고 배도 빨리 들어갑니다. 또한 산모의 몸은 모유를 생산하기 위하여 많은 양의 ATP와 지방을 씁니다. 그래서 모유수유를 하면 체중이 빨리 줄어듭니다.
단, 모유수유를 하는 산모 중 젖양이 많은 경우에는 오히려 주의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젖양이 많아서 사출이 너무 강하면 아기가 그걸 다 먹어내기 힘들어하면서 모유를 거부를 할 수 있습니다. 또 양이 너무 많아 전유만 먹고 후유는 제대로 먹지 못할 수도 있고요. 그러면 유방에 남은 후유는 도리어 엄마를 살 찌웁니다. 모유 수유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모가 살이 찔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젖양이 너무 많은 산모는 젖양을 줄이려고 노력하거나 한 번에 한쪽 젖만 먹이더라도 반드시 후유까지 먹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출산 후에는 소화기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소화장애나 설사를 잘 유발하는 기름진 음식들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짠 음식은 부종을 유발할 수 있어 저염식이 좋습니다. 또 모유수유를 할 때에는 산모가 먹는 음식이 아이에게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모유수유를 할 때에는 자극적인 음식과 당도가 지나치게 높은 음식, 커피, 술은 피해야 하고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과 채소를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산모가 채소를 자주 섭취할수록 아이들이 나중에 채소를 편식하지 않고 잘 먹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초콜릿이나 케이크, 탕후루처럼 단 음식은 유선을 막을 수 있어 모유수유를 할 때 좋지 않습니다.
이렇게 산모에게 좋은 음식과 모유 수유를 할 때 주의해야 하는 음식은 출산 후 다이어트에도 똑같이 좋고, 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모들의 많은 수가 모유 수유를 하는 동안 음식을 가려먹는 것을 어려워한다고 합니다. 특히 김치나 고춧가루가 들어간 음식과 탄산음료, 밀가루 음식, 튀긴 음식을 가리는 것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임신 중에도 뱃속의 아기를 위해 열 달 동안 음식을 가려왔으니 출산 후에는 인내심이 다 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00일까지는 음식을 주의하는 것이 아기에게도, 산모의 출산 후 다이어트와 조리에도 좋습니다.
출산을 하고 나면 고생한 우리 딸, 우리 며느리를 위해 어르신들이 보양식이나 보약을 지어 주시려고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산을 하고 나면 산모의 몸은 매우 허약해진 상태이므로 보양이 필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체질에 맞지 않은 보양식은 약해진 산모의 소화기계에 부담이 될 수 있고 모유 수유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또 한의사에게 직접 진료를 받고 짓는 것이 아닌, 어르신들이 어디에선가 지어서 보내주시는 '정체 모를 보약'은 자칫하면 산후조리를 방해하고 산모의 살을 찌울 수 있습니다.
특히 흑염소나 잉어, 가물치의 경우 체질에 맞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8 체질 중 토양 체질과 토음 체질(사상체질 중 소양인)은 흑염소를 먹으면 식욕이 늘고 살이 찔 수 있답니다. 또한 젖 양을 늘리기 위해 많이들 사주시는 푹 고은 사골 농축액이나 돼지 족발 같은 고지방 고단백 음식은 유선을 막아 유선염이 생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합니다.
임신 중에는 물론이고 산모가 되어서도 주의해야 하는 것이 참 많죠? 특히 아기를 낳고 100일이 되기까지는 변화된 삶에 적응하기에 바쁘고 아기 챙기는 것에 급급하여 산모의 건강이 뒷전이 되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산모가 건강해야 아기도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법이죠. 물론 100일이 끝은 아닙니다. 100일이 되어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100일까지 산후조리가 어떻게 되었는지에 따라서 산후의 여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늘 알려드린 것들은 크게 시간을 들여서 따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더라도, 알고 있고 주의만 하여도 산후조리와 출산 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것들입니다. 부디 많은 산모님들이 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잘 관리하셔서 더욱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엄마가 되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산후조리를 잘하면 오히려 임신 전보다 건강해질 수도 있거든요. 다음 3편에서는 100일 이후의 출산 후 다이어트의 방법과 산후조리에 대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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