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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수림 Oct 21. 2019

당신은 어떤 이유로 다이어트를 하고 계십니까?

저의 가슴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는 슬픈 영화를 보지 못합니다 


 저는 슬플 영화를 보지 못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공포영화를 보지 못하는 것처럼, 저는 슬픈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보지 못한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그 시기가 언제쯤부터인지를 돌이켜보니, 아마 영화 '마더'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영화 마더 장면 중. 출처: 씨네 21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86882

  영화 '마더'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로, 조금 모자란듯한 아들(원빈)이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몰리게 되어 엄마(김혜자)가 절박하게 아들을 구하려고 하는 내용입니다(더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줄입니다). 여느 때처럼 영화관에서 아무렇지 않게 영화를 보다가, 어떤 장면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무엇인가가 저의 기억의 어떤 부분을 훅 파고들고 난 뒤부터 감정을 주체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소리 내어 크게 울고 싶은 것을 참는라 손등과 허벅지를 찔러야 했고, 영화를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 죽도록 애썼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이후로는 슬픈 영화 혹은 연극을 거의 보지 못한답니다. 


  아마도 그 영화가 건드렸던 저의 기억 속 약점(?)은,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생 때까지 순차적으로 겪었던 할머니, 외할머니 그리고 외할아버지의 죽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에는 제가 초등학생일 때여서 할머니께서 '중풍'이라고 들었을 때 그게 정확히 어떤 병인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장례식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할머니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현실적인 슬픔을 느끼게 되었죠. 



  그렇지만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습니다. 너무나도 정정하시던 외할머니께서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지셨다고 들었을 때, 물론 어머니께서 당연히 저보다 백배는 더 놀라셨겠지만 저 또한 매우 놀랐답니다. 병문안을 갔을 때에는 저를 알아보시는지 알아보지 못하시는지 분간하기도 어려웠고, 움직이기는 커녕 말씀도 제대로 하지 못하시는 모습이 너무 충격이었죠. 더군다나 제가 한의대에 들어갔다고 정말 자랑스러워하셨는데, '뇌출혈'로 누워계시는 외할머니께 정작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하니 그 모든 상황과 타이밍이 너무 속상했답니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상심으로 인한 것이었던지 외할아버지께서도 '혈관성 치매' 증상이 있으셨고, 결국에는 '뇌졸중'으로 돌아가셨답니다. 그때에도 저는 여전히 대학생이었고, 한의학을 배우고는 있었지만 외할머니 때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도 무능력한 제 스스로가 너무 답답하고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조금만 더 살아계셨으면'이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죠. 이렇게 세 번의 장례식을 경험하면서 부모님께서 슬퍼하시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봐서인 건지, 아니면 저도 부모님을 언젠가는 보내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서인지(물론 아직 그런 생각을 하기에 너무 이르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를 그리는 슬픈 영화는 절대 보지 못한답니다. 



  그리고 알아채셨을지 모르겠지만 네, 저에게는 가족력이 있습니다. 친가, 외가 조부모님께서 모두 뇌졸중으로 돌아가셨죠. 다행히도 아직 저희 부모님은 아주 건강하시지만, 저희 가족에게 가장 무서운 질환은 아마도 중풍일 것입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뇌졸중'이라는 질환은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뇌혈관질환은 공포의 대상일 것입니다. 암, 심장질환과 함께 우리나라 국민의 3대 사망 원인에 들어가며, 그 후유증 또한 옆에서 직접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너무 잔인하거든요. 


뇌졸중, 그리고 비만


  뇌졸중에 대해서 친숙하지 않으실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을 드리자면, 뇌졸중과 뇌혈관질환은 같은 말이며 뇌졸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혈관이 막혀서 생기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요. 뇌경색보다는 뇌출혈이 사망률은 높으나, 심각한 후유증은 뇌경색에서 더 많이 남는 경향이 있습니다. 후유증으로는 반신마비로 인한 감각과 운동장애, 인지장애(치매), 언어장애 등이 있습니다. 이러한 후유증은 평생 남기도 하며, 뇌졸중은 재발률도 높아서 예방 및 관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는 경우에 뇌졸중의 위험률이 높아지며, 체지방률이 25~30% 이상인 과체중, 비만인 경우에 뇌졸중 발병 위험도가 18.6%나 높아집니다. 게다가 비만인 경우에는 혈관벽에 염증이 많아 심장질환과 뇌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지므로, 반드시 염증 관리를 포함한 체중관리가 필수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저는 다이어트를 하기 위하여 저희 한의원에 내원하는 모든 환자분들께(체질검사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께도) 고감도 C-반응성 단백질 검사를 필수적으로 시행하고 있답니다. 


  C-반응성 단백질(CRP)은 동맥경화의 과정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심혈관질환의 바이오마커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혈관질환의 과거력이 없는 건강한 성인에서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심혈관질환의 발생률이 높은 사람을 선별해낼 수 있고, 심혈관질환이 이미 발병한 사람에서는 그 예후를 예측할 수 있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미국 심장협회에서는 CRP를 심혈관질환의 위험도와 예후를 평가하는 데 사용하도록 임상 지침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지, C-Reactive Protein과 심혈관 질환의 예방). 


당신은 어떤 이유로 다이어트를 하고 계신가요?


  그런데 정작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내원하는 환자분들 중 상당수는 건강상의 목적보다 미용적인 목적으로 오시는 분들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를 하러 왔는데 체성분 검사 이외에 이런저런 혈액검사를 하는 것에 의아해하는 분들도 꽤 있죠. 2018년에 한국 성인남녀 1,066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한 설문조사에서는 건강 증진을 목표로 다이어트를 한다고 한 사람의 수가 13.8%밖에 되지 않았습니다(복수응답인데도 불구하고!). 물론 설문조사가 이루어진 시기가 여름 직전이었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다이어트를 하게 되는 이유 중 외향적으로 보이는 것 때문인 부분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였습니다.


출처: 데이터솜 http://www.datasom.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43


  물론 미용적인 목적으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어쩌면 다이어트 시장은 날로 커지는데, 다이어트가 필요한 비만율도 계속 증가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3년에 7조 원대였던 다이어트 산업 시장이 2018년 말에는 10조 원까지 성장한데 반해, 국내 고도비만 인구 비율은 2015년에 5.3%였던 것이 2030년에는 9%에 이를 것이라고 한 유통업계에서 추측하고 있다고 합니다(출처 http://moneys.mt.co.kr/news/mwView.php?no=2019010217468098762&code=w0604&VRN). 또한 어떤 한 연구에 따르면 다이어트를 시도한 7명 중 단 한 명만이 1년 뒤에 봤을 때 실제 감량에 성공하며, 100명 중에 1명만이 다이어트를 시작하고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10kg 이상 감량에 성공한다고 합니다(출처: 보건정보통계학회지). 날이 갈수록 신박한 다이어트 보조식품, 최첨단 운동용품들이 출시되는데 왜 이토록 비만율은 줄어들지 않고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사람은 이렇게도 적은 것일까요? 


  게다가 다이어트 보조제를 복용하고 난 뒤 소화불량, 가려움, 어지러움, 배뇨곤란, 가슴통증, 그리고 심지어 '체중 증가' 등의 부작용 신고 건수도 굉장히 많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급격하게 살을 빼려고 하는 것이 이런 부작용을 낳는다고 말합니다. 물론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하여, 다이어트와 건강을 별개로 생각하는 것에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체중이나 사이즈에만 목표의식을 두는 다이어트는 당장에는 그럴듯하게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임시방편 다이어트?


  심지어는 일부 의사들이 그런 '당장에만 빠지는 것처럼 보이는' 다이어트를 돕기도 합니다. 환자분들께 들은 이야기인 데다가 실명을 언급할 수는 없지만, 어떤 의사분은 과거에 지금의 제 환자분께 음식을 씹기만 하고 다시 뱉으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강도 높은 식욕억제제를 처방하면서 아예 굶으라고 하는 의사분들도 있었고요(지금은 달라지셨을 거라 믿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환자분들 앞에서 표를 낼 수는 없지만, 속으로는 정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이런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한 분들은 당장에는 체중이 줄어들어 기쁠지 모르나 뒤에 반드시 요요가 올 수밖에 없으며, 원래 체중까지만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많은 최고 몸무게를 갱신하게 됩니다. 건강을 잃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 방법이 통했던 것을 기억하며 똑같은 방법을 반복하게 될수록 건강은 건강대로 나빠지고 체중이 빠지는 폭도 점점 줄어들게 되죠. 물론 비만치료를 하는 의사분들이 모두 이런 식은 아닙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의사분도 있고요. 그렇지만 이제는 아셔야 합니다. 누군가 이런 방법을 권할 때에는 이게 진정한 다이어트가 아니라는 것을요.



진정한 다이어트는,


   앞서 뇌졸중에 관하여 이야기한 것처럼 비만은 만성질환뿐만 아니라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그런데 동시에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인체의 호르몬 조절 능력, 대사기능, 세포 재생능력 등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건강이 나빠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들 중 하나가 '체중의 비정상적 증가', 즉 비만입니다. 그래서 보통 살이 갑자기 많이 찌면, 허리가 아프거나 발바닥이 아프고, 여드름이 나거나 팔다리가 저리기도 하는데, 살이 쪄서 아픈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증상들 중 하나가 살이 찌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체중을 줄이려면 우선, 건강해져야 합니다.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다 보면 체중은 저절로 줄어들게 됩니다(과체중, 비만인 경우). 그래서 너무 뻔하게 들리는 것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영양적으로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식사를 하며, 적당한 신체 활동을 하는 것이 다이어트의 기본이 되며, 이러한 것이 없이 한 가지 음식만 먹거나(요즘엔 다행히도 원푸드 다이어트는 잘하지 않지만) 특정 제품에만 의존해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그 목표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진정한 다이어트, 건강한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내가 가지고 있던 불편한 증상들이 함께 사라지게 됩니다. 체중이 감량되면서 여드름도 줄어들고, 생리불순도 좋아지고, 밤마다 쥐가 나던 것이 사라졌다면 다이어트를 '잘' 한 것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 건강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 것처럼, 당신이 과체중, 혹은 비만이라면(고도비만이라면 더더욱) 다이어트는 더 이상 '지금의 내 스타일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를 줘서 더 날씬해질 것이냐'의 문제가 아닌, 건강을 위한 필수사항입니다. 뿐만 아니라 체중감량 이후에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 그리고 비만을 예방하는 것도 마치 어렸을 때 올바른 성장을 위해 잘 먹고 잘 자는 것처럼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돈을 잃는 것은 적은 부분을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잃은 것이나, 건강을 잃는 것은 인생의 전부를 잃는 것이니까요. 체중계의 숫자를 유지한다기보다 건강해지려고 노력했던 습관을 유지하려고 해 보세요. 체중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출처: tvN 신서유기3 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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