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란, 준비된 자에게 주어진 보상이다
내게 온 첫 번째 기회
1차 합격 이후,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2차 발표 심사에 참여해 주세요.”
메일을 받고 얼마나 한참 동안 메일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나는 촉박한 일정을 확인하고
다시 정신을 차리기 바빴다.
나는 PPT를 만드는 게 낯설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해 왔다.
장애인, 치매 노인, 대기업 임원, 공무원 교육…
정말 다양한 환경에서 마이크를 잡았고,
그 누구보다 ‘말로 사람을 설득하는 경험’을 쌓아온 사람이라 자부했다.
PPT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고,
카메라 앞에서 말하는 것도 익숙했다.
하지만…
그날의 발표는 달랐다.
발표 날, 내가 긴장했던 이유
그날은 아직도 생생하다.
코로나로 인해 학원 문을 닫고
줌(ZOOM)으로 수업을 하던 시절.
나 역시 줌으로 발표 준비를 했다.
시간은 한정돼 있고,
준비해야 할 수업 자료도 많았고,
그래서였는지
이번 PPT는 어디까지나 형식적 정리에 그쳤던 것 같다.
아니, 다시 돌아가도
그때 나는 그게 최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작은 서재방에 들어가
상의는 정장, 하의는 잠옷 차림으로
줌 카메라 앞에 앉았다.
그땐 다들 그랬지 않나?
위는 포멀, 아래는 편안하게.
“배경은 괜찮나?”
“화장은 다시 고쳐야 하나?”
“내가 왜 이렇게 떨리지?”
평소엔 긴장도 안 하던 내가
이상하게도 그날은,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다.
피칭 5분, 너무나 짧았던 그 시간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4명의 전문 위원이 심사하는 온라인 발표.
환하게 웃으며 말문을 열었고,
내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새로운 방향을 더해
불편한 부분을 바꾸어 나간다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생각했다.
내가 꿈꾸는 사업의 방향을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해진 시간은 고작 5분.
나는 1부터 100까지 다 말하려는 초보 발표자였고,
그 마음은 저 멀리 핵심으로 향하는데
입은 아직 중간쯤에 머물러 있었다.
“띠-링.”
종소리가 울렸다.
끝이었다.
내가 그렇게 강조하고 다녔던
“간결하게, 핵심적으로, 청중 눈높이에 맞게”
그 모든 조언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 순간이었다.
질의응답, 그리고 한 줄의 비수
짧디 짧은 발표시간이 지난 후,
질의 시간.
심사위원들이 차례로 질문을 던졌다.
나는 최대한 진심으로 답변을 이어갔다.
그러다 마지막 질문이 나왔다.
“대표님, AI랑 빅데이터 다룰 줄 아세요?”
그 질문은
마치 내 머리 위에 갑자기 구름이 끼고
하늘이 어둑어둑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겨우 말문을 열었다.
“아… 기본적인 개념은 알고 있고요,
전문가 자문을 받고… 관련 공부를…”
횡설수설한 내 답변에
말을 끊으며
"네, 알겠습니다. 직접 개발이 어렵다는 말이죠?"
" 네..."
내 목소리도, 내용도
스스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발표가 끝난 뒤
그날, 나는 위에는 정장은 입었지만
아래는 잠옷 바지 차림으로
누가 보면 엄청 웃긴 차림새로
그 의자에 멍하니 한참 앉아 있었다.
“이게 나의 최선이었을까?”
“정말 그랬을까?”
그리고 결론 내렸다.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지금이라면 더 잘 말할 수 있겠지만,
그때의 나는 그만큼 준비했고, 그만큼의 시야였다.
미선정이라는 세 글자
며칠 뒤, 결과 발표가 났다.
메일 제목에 쓰여 있던 세 글자.
.
.
기대하지 말자고 수없이 말해왔지만
그 세 글자가 왜 그렇게 쓰라린지.
알고도, 또 미워졌다.
그 이후 나는
AI와 빅데이터에 대해 다시
꼼꼼하게 공부하기 시작했다.
관련 서적을 사고,
강의를 듣고,
전문가와 자문을 이어가며
내가 만들고 싶은 개발에 대한 확신을 키워갔다.
“그 도전이 없었으면,
나는 지금도 그걸 그냥 막연한
아이디어로만 두었을 것이다.”
나는 당연히 그 후에도 전문가가 된 건 아니다.
당연하다.
그 분야의 전공자도, 실무자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게 됐다.
“뭐든지 잘하는 대표도 좋지만,
잘하는 사람에게 맡길 줄 아는 대표도 좋은 대표다.”
나는 모든 걸 내가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다.
이게 1인 사업자의 고충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코딩을 몰라도,
데이터 라벨링을 못 해도,
내가 하려는 이 사업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도 내가 전문가라는 걸.
" 내가 이 분야에는 내가 전문가이니까,
내가 전문가라서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그리고 지금도 나는,
협력사나 대행사, 외주 파트너를 만날 때
그때의 실패가 나를 더 겸손하게,
더 준비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음을 느낀다.
너무 뻔하디 뻔한 말이지만,
항상 신기하게도 낯선 말
실패는 좌절의 끝이 아니라,
내가 진짜 어디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방향표였다.
걱정하지 말고
시작해 보자.
생각보다 지하는 욕심에 욕심을 더해
더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지만
내려갈 수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