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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꺼실이 Dec 19. 2020

안성의료사협전무 안성시장 되다.

시골에 살아 행복한 의사이야기


    2020년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일 겸 안성시장 재보선 하는 날. 마을 사람들과 함께 텔레비전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데 12시가 다 되도록 개표상황은 암울했다. 안성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신선한 시장후보 김보라가 지고 있었다. 사회적 기업 전문가로 경기도의원을 지냈지만 토호세력이 강한 안성에서 안성 출신도 아닌 여성이 시장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의료협동조합을 하면서 지역의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일을 열정적으로 잘 한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기에 지지도는 높아져갔다.

포기하고 잠이나 자야하나 하는 순간 SNS에 갑자기 김보라 후보의 당선인사가 떴다. “이게 뭐지?”하고 선거 사무실에 연락해보니 나중에 개표된 부재자 투표에서 몰표가 나와 당선이 확실시되었단다. 땅으로 꺼지던 마음이 하늘로 치솟았다. 여기저기 알려주자 반응들은 “잘 좀 알아봐. 진짜 맞아?”였다. 현장의 개표상황이 선관위에 집계되어 방송으로 나오기까지 약 한 시간 반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이 친구는 처음부터 똘똘하고 당돌했다. 학번으로 6년 후배인데 간호대 학생회장을 지냈다고 했다. 안성의료협동조합을 준비하던 중 실무자로 일하고 싶다고 나타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 년 반 정도 일하다가 그만 두고 무슨 일을 해야 할까 고민 중이었단다. 선배들이 의료협동조합을 추진 중이라는 말을 듣고 이거야말로 내가 간호사로서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한다. 작은 체구에 마른 편이었으나 하는 일마다 야무졌고 조합원들을 조직하는 일에 탁월했으며 그의 ‘말빨’은 아무도 못 당했다. 우리끼리 하는 말로 “이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외웠다가 다른 데서 써먹어.” 했다.


 의료협동조합이 일반 의료기관으로 머물지 않게 하는 활동들의 많은 부분들을 이 친구가 만들어냈다. 가정간호가 없던 시절 방문 간호, 보건학교, 사랑의 집 고치기 사업, 치매 중풍환자들을 위한 해바라기 교실, 조합원과 함께하는 요양시설 봉사 등등. 보건예방사업실장, 사무장, 지역복지 담당 등 의료협동조합의 일들을 두루 거치고 전무가 되었다. 오늘의 안성의료협동조합이 있기까지 가장 큰 공을 세운 장본인이지만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역의 정치를 바꾸지 않으면 건강한 지역사회를 꿈꿀 수 없었다.


 마침 경기도의회에서 비례대표를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이 들어왔고 사회적 경제 전문가가 필요했던 더불어민주당에 영입이 되었다. 경기도의원으로 활동을 하면서 그는 보건의료복지 분야와 사회적 경제 분야에 많은 정책을 생산해 내고 경험을 쌓았다. 4년간의 활동을 바탕으로 그는 안성시장선거에 도전하였고, 이렇게 멋지게 당선된 것이다.


 의료협동조합에 회의가 많아 저녁 늦게 들어가게 되는 날이 많았다. 엄마 언제 들어오느냐고 하는 아이들에게 그의 남편은 “엄마는 지금 세상에 꼭 필요한 일을 하고 있어.”라고 말했다 한다. 그의 친정어머니는 결혼하여 여성에게 요구되던 아내와 엄마로서 살다보니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다. 딸은 자신의 삶을 펼치고 살게 하고 싶어서 이 친구 젖을 먹일 때부터 “너는 꼭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수없이 말하셨다 한다. 지역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살아온 많은 분들이 안성 사람도 아닌 여성임에도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쉽지 않았을 텐데 얼굴에 가득 웃음을 담고 “상품이 좋잖아!”라고들 하셨다. 하늘이 돕고 땅이 응원한 일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정치는 사람들이 서로 도우며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될 것이다. 지역의 정치가 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상생의 경제인 사회적 기업이 늘어나서 이를 통해 지역민의 생활이 풍성해지리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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