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이 바뀐 거 아녀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조합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얼마 전 구내염이 생겨 약을 지어갔는데 먹은 느낌이 하나도 안 난다는 거다. 약 사진을 찍어 보냈는데 흰색 약이 붉게 보여 옆의 약국에 보여드렸더니 빛 때문에 붉게 나온 거지 약은 맞단다. “약은 맞대요. 다시 와보셔.” 했더니 약을 들고 왔다. 입안을 들여다보니 구내염으로 인한 궤양이 더 심해졌다. “에구.. 요즘 무리하더니 몸이 많이 힘들었나 봐요. 너무 심하니까 진통제 한 알로는 간에 기별도 안 간 거예요. 진통제 좀 세게 쓰고 비타민제도 같이 처방할 테니 가글을 해주세요.” 했더니 주사까지 놓아달라고 애원을 해서 맞고 돌아갔다. 2-3일 후에 많이 좋아졌다고 기별이 왔다.
사람들이 약이 잘 안 맞는다고 해주면 고마운 일이다. 그러면 거기에 맞게 대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거나, 약을 바꾸거나, 좀 더 빨리 낫는 방법을 함께 모색해볼 수 있다. 그런데 잘 낫지 않는다고 다른 병원을 가버리면 같은 종류의 약을 또다시 처방받아서 같은 과정을 또 겪거나 불필요한 처방을 받게 될 수 있다. 어떤 질환이나 증세로 내원했을 때 가장 보편적으로 쓰는 약을 먼저 쓰고 호전되지 않거나 부작용이 있으면 다른 약을 쓰기 때문이다. 아니면 낫지 않았다니 갑자기 단계를 높여서 처방을 하게 될 수도 있다. 환자들은 의사가 하는 처방을 고정적이라 생각하고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환자도 손해를 보고 의사도 피드백을 받지 못하게 된다. 혹 의사를 바꾸었다면 처방받았던 약의 이름을 알려주는 게 좋다.
잘 낫지 않으면 의사가 처방을 잘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낫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괜히 미안할 수도 있디. 늘 바쁜 것 같으니 나랑 오래 상담할 여력이 없어 보이기도 할 거다. 그러나 아픈 사람은 의사를 잘 이용해야 한다. 그렇게 이용하라고 만든 조직이 의료협동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