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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앤 May 17. 2021

너 잘 만났다! 보복 소비

 미국에 살다 보니 몇 가지의 소소한 재미가 있다. 한국이었음 “뭐야? 허접하게"라며 시시해 할런지도 모르나 그것만의 추억과 이유가 다 있다. 

 동네에 띵띠리띵 음악소리를 내며 도는 아이스크림 트럭이 바로 그것이고, 동네에 1년에 몇 번 찾아오는 꿈의 동산, 젊은이들과 아이들의 카니발이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땅덩어리가 너무 넓다 보니 스낵 하나 사러 가는 것도 자동차를 몰고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 아주 많아서 생긴 아이디어 같다. 허름한 아파트촌에 오는 스낵 트럭이 장사가 잘되는 이유일 수 있다. 차가 가족당 한 대 뿐이어서 집에 남겨진 사람들이 이 음악소리를 듣고 신나게 나온다던가 귀차니즘을 위한 편리한 소비일 수도 있고, 옛날 어린 시절에 사 먹던 추억일 수도 있다. 카니발은 비싸고 먼 놀이동산의 단점을 보완한 돌아다니는 이동식 놀이동산이다. 기구도 나름 다양하게 갖추어져서 바이킹, 자이드롭, 기차, 귀신의 집, 헬리콥터 등이 있다. 작은 아이부터 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다. 


 “스프링 필드에 카니발이 왔다는데 거기 가볼까?”

 남편의 말은 반가웠다. 아이와 또 어디로 가지? 하던 찰나에 목적지가 생긴 것이다. 문을 막 열려는 시간이었고 입장하려는 사람들을 따라 줄을 섰다. 긴 줄이 빨리 줄어들지 않는 이유를 알고 보니 입장료를 받아서라는 걸 알게 되었다. 아니 이런! 카니발에 입장료를 받다니! 남편은 혼잣말처럼 낮게 구시렁거렸다. 원래 카니발 같은 곳에서는 티켓을 사고 그걸로 체험하고 싶은 놀이기구를 탄다고 했다. 거기에 입장료가 더해진 건데 사람들은 그런 조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갑을 열었다. 

 아무래도 3불쯤이야, 하는 것 같았다. 항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했고, 심지어 아이들 입장은 무료라고 크게 써져 있음에도 임의로 3불을 부르거나 1불을 불렀는데 사람들은 부르는 대로 돈을 다 주었다. 우리 차례가 되었을 때 역시나 아이의 몫으로 3불을 더 불렀고, 우리는 항의했다. 결국 6불로 입장을 하게 되었다. 기준도 없고 사람보고 부르는 가격은 정말 기가 찰 정도였다. 더 신기한 건 찍소리 안 하고 지갑을 열어 달라는대로 다 주는 사람들이었다. 그 모습은 가격이 어차피 저렴하니 ‘옛다! 먹어라'가 아니라 자기가 마땅히 받을 권한을 내어 주고도 기분 좋은 심리가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보복 소비

외부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2020년 코로나 19 확산으로 급감한 소비가 전염병 확산이 누그러짐에 따라 소비 폭발로 이어져 보복 소비 현상이 나타났다. 

-네이버 지식백과



 어디선가 이 ‘보복 소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상태의 소비 심리를 이용해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은 머리만 잘 써도 고객을 유혹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세워진다. 코로나로 온라인에서 많이 소비하며 살았지만 오프라인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는 걸 알았다. 


 아마 그래서 영화관도 그런 사람들의 심리 때문에 다시 돌아올 거라는 베짱이 어느 정도 있나 보다. 오히려 그때를 더 준비하는 시간으로 쓰고 있으니 말이다. 큰 스크린을 통해 보는 영화의 감격은 안 해보았음 모를까 그 맛을 안다면 결코 80인치 TV 스크린으로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화면이 크면서 다 함께 급격한 순간에 “오우" 소리를 내며 볼 수 있는 사람들이 그리운 것이고, 코로 맡아지는 고소하고도 달콤한 옆사람의 팝콘 냄새가 그리운 거다. 집에서 튀겨 먹는 팝콘 혹은 작은 과자봉지로 사 먹는 그것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집 근처 파크에서는 쥐라기 공룡전이 열렸다. 차 한대당 받는 가격은 49불이었다. 세상에나! 이 파크는 그리 크지 않은 데다 겨울이면 차로 돌면서 불빛축제를 하는 곳이다. 얼마나 허접하면서 볼 것이 없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공룡 모형을 세워두고 차로 도는 걸로 50불 가까이 받다니. 그런데도 갈 곳이 없고 목말랐던 사람들은 아이들을 이끌고 죄다 이곳에 몰릴 것이다. 너도나도 다 보겠다고 지갑을 서슴지 않고 열 텐데 이걸 이용해 가격을 올리는 행위는 과연 옳을까. 

 물가가 예전과는 무척 달라진 것도 실감한다. 이것은 가격을 올리는데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비즈니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말이다. 

 

 엊그제의 카니발 경험으로 인해 경제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작은 일상을 통해서 보게 된 신기한 경험을 글로 남겨본다. 

 

 부디 이런 심리까지도 다 지나가고 안정이 찾아지는 때는 과연 올까. 모르는 미래는 그냥 남겨두기로. 

 

 어쨌거나 아이와 함께 한 가족 나들이는 대만족으로 오래간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도 사실 이제와 얘기인데 인당 3불씩 9불을 낼 의향이 있었다. 권리를 내어 주고도 기분이 좋았을 것 같다. 이런... 제길.



© mohamed_hassan,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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