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올리브 키터리지의 지혜

나이 들어도 계속 빛나는 업데이트

by 리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올리브 키터리지』는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다. 하지만 상보다 더 빛나는 건, 우리 곁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올리브라는 인물이다.


올리브는 은퇴한 수학 교사로, 처음에는 무뚝뚝하고 거칠게만 보인다. 학생들에게도, 이웃들에게도 직설적인 말투로 상처를 주곤 한다. 사람들은 그녀를 피하지만, 이야기를 읽어 갈수록 올리브가 가진 단단함과 동시에 깊은 연민이 드러난다. 까칠한 껍질 속에서 은근한 따뜻함이 새어 나오는 순가, 독자는 올리브라는 인물에 매료될 수밖에 없다.


이혼숙려캠프를 보면서 느낀 건, 결혼 생활이란 언제나 제3자의 눈에는 극적이라는 것. 그렇다면 세월이 흐른 뒤에는 조금 더 따뜻하게 서로를 바라볼 수 있을까? 올리브도 남편 헨리와 끝없이 싸웠다. 그러나 헨리가 병으로 쓰러졌을 때, 올리브는 누구보다도 곁을 지키며 사랑과 연민을 보여주었다. 가까이 있을 땐 미움이 더 크게 보이지만, 결국 세월이 쌓이면 또다른 형태의 사랑이 자리잡는 게 아닐까.


자식과의 관계는 또 어떤가. 올리브는 아들을 키우면서 자신이 완벽한 부모가 아님을 받아들여야 했다. 우리는 후회와 용서를 끝없이 하며 산다. 나이 든 부모로서, 때론 자식 앞에서 작아지는 순간을 마주한다. 그 과정에서 비로소 겸손을 배우고, 서로를 인간으로서 바라보게 된다. 올리브가 보여주는 건 바로 그 진실이다.


친정언니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주 미웠지 뭐야. 그런데 이른 새벽부터 일어나 주섬주섬 가방 싸고 나가는 모습을 보며 순간 울컥했어." 언니는 딸의 재수 생활을 곁에서 지켜보았다, 키울 때도 힘들었다고 말하는 언니였지만, 동도 트기 전 학원을 향해 가는 딸의 뒷모습을 보며 단단히 닫혔던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했다. 미움이 사라지는 건 서서히가 아니라, 어느 순간 툭 하고 터지는 것일지 모른다. 아마 나이를 먹는다는 건, 많은 세월의 진실과 대면하는 일일 것이다. 시간이 필요한 성찰이 있다. 뒤늦게야 알게되는 그런.


그래서 나는 닳고 단 손톱, 거칠게 주름진 손, 머리가 희끗한 사람들을 볼 때면 겉모습보다 그들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그들이 살아내며 얻은 통찰은 무엇이었을까? 그 시간의 무게 속에서 어떤 연민을 품게 되었을까?


올리브 키터리지는 엄격하고 직설적으로 살아온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말년에 보여준 연민과 따뜻함은 오래 남는다. 그것이야말로 나이 들어도 빛날 수 있는 힘이 아닐까. 나는 어떤 할머니로 살게될까? 누군가 나를 떠올렸을 때 "까칠한 양반, 그래도 마음은 따뜻했어"라고 말한다면, 내 인생은 충분히 아름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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