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고등어조림은 맛있었다. 짭조롬하면서도 밥을 부르는 맛. 딸은 싫어했지만, 내 취향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낯선 나의 공간에 제법 어둑한 밤이 찾아왔다. 장마가 막 시작되는 날, 비가 그친 어둠을 바라보다 메일함을 열어 정리했다. 스팸과 필요 없는 메일은 모두 휴지통으로.
“안 쓰는 메일은 다 지워줘야 해! 지구가 아파요!”
딸의 목소리가 떠올라 혼자 미소 지었다. 별표 표시한 중요한 메일을 열자, 핸드폰을 바꾸기 전 짐이 부르던 ‘모나 리사’ 녹음 파일이 있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자, 낮고 따뜻한 목소리가 흐르기 시작했다.
Mona Lisa, Mona Lisa…
나는 오래된 미소를 떠올렸다. 아무 말 없는 얼굴이지만, 어쩐지 모든 걸 받아주는 듯한 안정감. 짐의 노래 속에서, 떠난 사람들도, 지난 시간도, 조금은 더 평화롭게 서 있었다.
동시에 짐의 딸이 보낸 메일도 보였다. 두 개를 따로 묶어 저장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게 하고 싶었다.
띠링, 딸의 문자.
“엄마, 데이터 정리 감 잡혔어. 나 소질 있나봐. ㅋㅋ”
남편의 메시지도 도착했다.
“다음 주엔 올라갈게. 같이 밥 먹자.”
짐의 노래, 딸과 남편의 목소리, 메시지와 음악이 한데 겹쳐 울렸다. 사람들은 떠났지만, 소리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문득 떠난 이들을 놓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다. 용서라기보다, 더 이상 붙잡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마음을 놓으니, 기억과 시간도 조금 가벼워졌다.
짐의 노래가 멎자, 정적이 찾아왔다. 그 정적만큼 밤은 깊어갔다. 부엌을 지나 남은 접시를 정리하고 창을 닫았다. 젖은 공기와 어둠 속, 나는 내일의 세미나와 바쁨을 떠올리며 침대 머리맡에 그대로 몸을 기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