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타고났어."
정말 내가 타고난 걸까?
아니, 어쩌면.
나는 태어나기도 전에,
음악 안에서 숨 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엄마의 꿈은 성악가셨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
전교생 앞에서 노래를 부르던 이야기
지휘하시던 이야기를 종종 해주셨다.
성악가가 되고 싶으셨던 엄마.
학교 선생님이셨던 외할머니는 단호하셨다.
"여자가 노래해서 뭐가 되겠니?"
그 한마디에 엄마는 꿈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포기한 건 '꿈'이지
'노래'는 아니었다.
엄마는 여전히 노래하셨다.
빨래를 널며, 밥을 하며, 아이를 재우며.
그건 후회도 미련도 아닌,
삶을 견디게 해주는 숨 같은 존재였을 거다.
그리고 나는 그 숨결 속에서 자랐다.
아빠도 음악을 사랑하셨다.
클래식 공연을 찾아다니셨고
차 안에는 항상 음악이 흘렀다.
우리 집의 아침은 늘 음악으로 시작됐다.
알람 대신
"일어나" 대신
클래식 음악이 우리를 깨웠다.
엄마는 노래를 참 많이 불러주셨다.
내 나이 다섯 살.
몇 가지 동요를 정확한 음정과 박자로
부르기 시작했다.
녹음테이프를 만들었고
그건 지금도 남아 있다.
지금 들어봐도 신기하다.
사람들은 말했다.
"넌 감이 남다르다."
"정말 타고났어."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속삭였다.
'그건 부모님이 제게 주신 선물이에요.'
엄마의 숨결.
아빠의 리듬.
음악을 사랑했던 두 분의 삶과 분위기.
그 모든 것이 나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나는 그 안에서 자라났고,
결국 오늘의 내가 되었다.
누군가는 이걸 재능이라 부르겠지만
나는 안다.
이건 부모님이 내게 남겨주신 '유산'이다.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기 전부터
이미 내 안엔 부모님이 물려주신 소리가 있었다.
이보다 더 깊고 따뜻한 유산이 또 있을까?
음악적 재능은
내게 남겨진 최고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