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피아노를 시작한 지 1년도 안 됐을 때였다.
나는 소나티네 한 곡을 들고
'한미콩쿠르'무대에 올랐다.
지금처럼 학년별로 상을 나눠주는 것도 아니었다.
초등학생 전부가 같은 기준으로 심사받았다.
그런데,
내가 금상을 탔다.
전체 2등이었다.
대상은 6학년 언니가 받았고,
그 아래가 나였다.
그날 나는 무대에서 떨리지 않았다.
매일이 피아노로 가득해서였을까?
사실 엄마가 빡세게 시켰다.
아침에 일어나면, 피아노.
학교 다녀오면, 피아노.
밥 먹고 나면, 또 피아노.
선생님께 개인 레슨을 받고 오는 날이면
그날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건 당연했고,
다음 주 레슨곡 예습까지 엄마가 다 체크하셨다.
엄마는 그냥 '시키는 엄마'가 아니었다.
진심이셨다.
악보를 함께 보고, 손가락 번호까지 외우게 하고,
"그렇게 치는 거 아냐"라고 말하면서
될 때까지 시키셨다.
"틀리면 처음부터 다시."
그 말이 그렇게 무서울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내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빡셌지만, 억지로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내 꿈이 되어버렸다.
"커서 뭐 되고 싶어?"라고 누가 물으면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피아니스트요."
진심이었다.
그건 누구도 시키지 않은 내 대답이었다.
나는 잘했고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걸 해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모든 걸 버텨낸 내가 참 대단하다.
피아노를 치면 칠수록, 더 빡세졌다.
처음엔 피아노가 좋았다.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나고,
그 소리를 내가 만든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피아노를 치는 건지,
피아노가 나를 끌고 가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