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이후의 길은
생각보다 훨씬 더 고단했다.
연습실 불빛 아래 건반과 마주 앉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는 매일 나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과
이쯤에서 쉬고 싶다는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부딪혔다.
결국 이겨야 할 상대는 누구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었다.
솔직히 지쳐 쓰러지고 싶은 날이 많았다.
손끝은 얼얼했고 마음은 자꾸 흔들렸다.
그럼에도 나는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강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더 약해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힘들다고 내뱉는 순간
그 말이 나를 더 무너뜨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웃으며 다시 건반 앞에 앉았다.
소리가 나를 위로해 줄 때까지
내 안의 음악이 깨어날 때까지.
돌아보면 그 시간들은 고통의 연속이 아니었다.
조금씩 단단해지는 과정이었다.
버티고 또 버티는 동안 나는 음악을 닮아갔다.
어긋남을 조율하고
불협화음을 끌어안으며
끝내 조화를 만들어내는 음악처럼
내 삶도 서서히 균형을 찾아갔다.
힘들었지만 그 길 위에서 나는
분명히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내가 마주하게 된 또 다른 시작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