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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이 Aug 23. 2023

해설지를 버려야 독해다 (1)

<7강-1> 문장의 내적 패러프레이징

수능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이 흔히 취하는 공부 방법 중에 하나가 글을 독해할 때,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해설지를 찾아 읽고 '한글'로 '영어 지문'을 이해하려는 방식이다. 그러나, 해설지를 보면 어려운 영어 지문의 내용의 이해가 수월하기는커녕, 영어 문장이 아닌 번역된 '한글 문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웃픈 상황이 발생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수능 영어를 공부할 때는 해설지를 멀리하고 '영어 지문'의 문맥을 가지고 추론하여 독해하는 연습이 가장 중요하다. 


1. 수능 영어는 문장을 예쁘게 번역하는 시험이 아니다.

2. 어려운 영어 문장은 보통 해설지에 '매끄럽게 의역'이 되어 있고, 이것을 잘 이해한다 하여도 글의 주제문과는 연관이 없을 확률이 높다. 보통 미사여구가 많을수록 문장은 어렵고 주제문에서 멀어진다.

3. 해설지에 의역되는 과정에서 영어 문장의 앞 뒤 문맥을 파괴하기 때문에 오히려 이해가 힘들다.

4. 우리는 수능을 위한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한글 문장을 통해 억지로 글의 내용을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수능 영어와는 점점 멀어지는 '이상한 국어 공부'를 하게 된다.


따라서 해설지를 봐도 영어 지문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라는 수능 영어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말이다.

해설지를 보고 '한글'로 영어를 이해하여 '문맥'을 보지 않기 때문에 이해가 어려운 것이다.

영어는 영어로 이해하여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결론은 수능영어에서는 모든 영어 문장을 완벽하게 '번역'하거나 '깊이 있게 이해'하는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국어 영역의 비문학 문제를 풀 때도 모든 문장을 다 이해하지 않고 요지만 파악하는 것처럼, 영어 영역도 마찬가지만 글쓴이가 말하고 있는 내용의 '흐름'과 '문맥'을 파악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 기술이 중요하다. 하나의 문장을 읽고 해당 문장을 '나의 언어'로 머릿속에서 재진술하는 '내적 패러프레이징'기술과, 문맥을 이용하여 어려운 용어를 치환하는 '외적 패러프레이징' 기술이다.


먼저 내적 패러프레이징 기술을 연습해 보자. 

수능 기출 문항의 첫 번째 문장들을 이용하여 예시를 들고자 한다. 보통 첫 번째 문장에서 막히기 쉽기 때문이다.



1. 핵심어가 없는 일반적인 도입 문장

At every step in our journey through life / we encounter junctions / with many different pathways  leading into the distance. [2023학년도 수능 20번] 


-> 일단 문장을 읽고 그 문장의 메인인 주어, 동사, 목적어와 나머지 미사여구를 분리하여 빠르게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위의 문장의 메인은 'We encounter junctions'이다. 그리고 'At every~through life'와 'with many~distance'는 메인 문장을 각각 앞과 뒤에서 수식해주고 있다. '우리는 교차로를 만난다'라는 메인 문장을 먼저 머리에 집어넣어 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앞에는 우리가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교차로를 만난다고 부연설명하고 있으며, 뒷부분은 그 교차로가 '저 멀리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많은 길을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을 늘 그렇듯이  완벽하게 번역하려고 하면 다음과 같이 번역하게 된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정을 통한 매 순간(걸음)마다, 저 멀리 이어지는 수많은 길을 가지고 있는 교차로를 만나게 된다'


문장을 꼼꼼하게 번역하는 과정에서 1. 한국어로 직역했을 때 어색한 부분은 분명히 존재하며(step, into the distance 같은 단어들), 2. 굳이 몰라도 그만인 정보(교차로가 수많은 길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정보이다)도 내 머릿속에 꼼꼼하게 집어넣게 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시험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한국어 번역에 나도 모르게 신경 쓰게 되며, 쓸데없는 정보에 집착하게 된다. 


그렇다면 위의 문장을 간략하게 읽어낸다면 어디에 집중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는 살다 보면(필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집어넣은 단어임) 인생에서 교차로를 만나게 된다정도로만 내 머릿속에 '간단하게!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정도로 번역!' 하면 된다. 교차로가 저 멀리 이어지는 길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는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지문의 도입부에서부터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 막히는 학생들은, 영어 문법이나 구문 이해 부족의 문제도 있겠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내가 취할 정보만 가지고 오는 능력이 부족한 경우이다.  이것은 사실 영어의 문제라기보다는 문해력의 문제이며, 직독직해 공부법의 폐해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영어 문장 하나를 해석할 때 모든 단어에 집중해서 다 해석할 필요는 없으며, 메인 문장을 중심으로 취할 정보만 '선택적으로' 내 스타일대로 해석하면 된다. 수능 영어에서는 모든 문장의 완벽한 이해를 요구하지 않는다. 조금 더 어려운 문장들을 살펴보자. 


2. 핵심어가 명확하게 주어지는 도입 문장 

Environmental hazards include biological, physical, and chemical ones, /along with the human behaviors that promote or allow exposure. [2022학년도 수능 20번]

-> 메인 문장은 'Enviornmental~ones'까지이며, along with부터는 메인 문장을 수식하는 부사구이다. 1번 문장과 다른 점은 1번 문장이 글 전체의 분위기를 잡아주면서 명확한 핵심어는 없는 문장이라면, 2번 문장부터는 글쓴이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어(Environmental hazards)'가 주어에 명확히 표현되고 있다는 점이다.


메인 문장을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환경적 위험은 생물학적, 물리적, 그리고 화학적 위험을 포함한다'. 


그리고 그 뒤의 부사구를 꼼꼼히 읽을 것일지를 '스스로 판단'해본다. '스스로 판단'하는 부분이 능동적인 독해이며, 머릿속에서 패러프레이징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뒷부분을 스캔하면, '노출을 허락하거나 증진시키는 인간의 행동'이 되는데, '노출'이라는 단어가 암시적으로 표현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완벽히 번역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정확히 번역하면 '환경적 위험에 (인간들이) 스스로 노출되는 것'을 장려하는 인간의 행동이다. 이를 포함하여 환경적인 위험의 정의가 설정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부사구를 해석하다 보면, 특정 단어가 나타내는 내용이 만만치 않을 때가 많으며,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를 다 생각하다 보면 '다음 내용을 읽을 시간이 없다.따라서 위의 문장을 '환경적 위험은 생물학적, 물리적, 화학적 위험을 포함하며, 때로는 인간의 행동도 포함된다.'라고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노출'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보다는 '아, 지금 이 글을 쓴 사람의 '의도'가 바로 '환경적 위험'에 대해 앞으로 나는 설명할 것이다~~라고 나한테 지금 말해주는 거구 나를 캐치하고 넘어갈 것이다.


따라서 2번은 '핵심어'가 무엇인가, 그리고 앞으로 이 글은 이 핵심어 위주로 진행되겠구나, 이 두 개만 파악하면 된다는 것이다. 



3.  핵심어와 글쓴이의 입장이 드러나는 도입문장 1

Difficulties arise / when we do not think of people and machines as collaborative systems, but assign whatever tasks can be automated to the machines and leave the rest to people.

[2021학년도 수능 23번]

-> 3번부터는 핵심어가 소개되면서 그에 대한 글쓴이의 입장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메인 문장은 'Difficultieis arise'가 전부이지만, when이 이끄는 부사절이 '어떤 조건일 때, 어려움이 발생하는지'를 설명하기 때문에 '부사절'까지 꼼꼼하게 독해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사람과 기계를 협력적인 시스템이 아니라, 자동화될 수 있는 과업은 기계에게 할당하고 나머지를 사람들에게 맡길 때 어려움은 발생한다.'


위의 해석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무엇일까? 위의 문장을 조금 이해하기 쉽게 패러프레이징을 시도해 보자. 글쓴이 입장에서 '사람과 기계를 협력적인 시스템이 아니라'라고 여기면 어려움이 발생한다고 하였다. 사람과 기계를 협력적인 시스템이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 바로 사람과 기계의 일을 따로 분리시켜 '할당'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글쓴이는 사람과 기계를 협력적인 시스템으로 여기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이며, 사람과 기계를 분리시키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첫 번째 문장에 글쓴이의 어조를 통해 긍정/부정을 파악할 수 있는 문장의 경우 글의 전체적인 주제를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단서가 되기 때문에 해석을 한 뒤, 간단하게 머릿속으로 패러프레이징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글쓴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일까?로 나누면 된다.


또한 문장 안에 but이라는 연결사가 있을 경우에는, but의 앞 뒤로 상반관계가 성립되기 때문에 'but assign~to people'부분이 다소 해석하기 어려운데 이것이 해석이 잘 안 된다면, 앞의 단어를 이용하여 이렇게 해석하면 된다.


자동화될 수 있는 과업은 기계에게 할당하고 나머지를 사람들에게 맡김 => 사람과 기계가 협력적이 시스템이 아닌 것! 


정리하면, 사람과 기계를 협력적인 시스템으로 보는 것이 좋으며, 이 둘을 그런 식으로 보지 않고 분리시키면 좋지 않다! 



** 연결사가 만들어내는 논리적 관계를 이용하여 이렇게 반대로 돌려 이해하면, 훨씬 이해가 쉬울뿐더러 직독직해에 집착하지 않아도 문장의 유기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4. 조금 긴 핵심어와 글쓴이의 입장이 드러나는 도입문장 2

Any learning environment [that deals with only the database instincts or only the improvisatory instincts] / ignores one half of our ability. [2020학년도 수능 21번]

-> 이번에는 주어가 관계대명사절의 수식을 받고 있는 문장을 한 번 살펴보자. 관계대명사절이 any learning environment의 내용을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에 읽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오직 데이터베이스 본능(?)들 혹은 그 즉흥적 본능들만을 다루는 어떤 배움 환경이든 절반의 우리의 능력을 무시하게 된다.'


간단한 문장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글쓴이의 의도를 읽어낼 수 있겠는가? 


3번과 비슷하게 접근해 보면, 'ignore'이라는 단어에서 글쓴이가 해당 문장의 주어를 별로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느껴진다. 이것을 조금 더 쉽게 정리해 보자. 


오직 데이터베이스 본능(?)들 혹은 그 즉흥적 본능들만을 다루는 어떤 배움 환경은 (글쓴이 입장에서) 좋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왠지 명확하지 않은 'database instincts', 'improvisatory instincts' 등의 개념이 무엇을 뜻하는지가 모호하다. 문제풀이에 서툰 학생들은 생소한 개념이 나오면 단어의 뜻을 '한국어로 직역'하여 파악하려 하고, 그 뜻을 모르면 단어를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글쓴이가 말하는 학습 환경은 분명히 뒷부분에 자세히 설명회 되어있을 것이라 추측되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여 파악해 나가며 읽어야 한다. 고로 첫 번째 문장에서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는 단어에는 집착하지 말고 일단 넘어간 후, 다음 문장들에서 명확하게 그 개념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문장의 내용을 잡아나간다. 



1. 문장을 보면 키워드 중심으로 파악하되, 
2. 메인 문장을 수식해 주는 구문(분사구문, 관계대명사, 부사구 등)이 문장의 전체 해석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때나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단어들은 일단 넘어가고,
3. 완벽하게 해석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4. 해설지가 아닌 '나의 언어'로 최대한 간단하게 머릿속에서 문장을 만드는 연습을 한다.
5. 특히 문장에서 글쓴이가 키워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드러날때는 잘 기억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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