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독립은 강변가에 있는 작은 원룸이었다.
원래 3월에 났어야 할 발령이 9월에 갑자기 나버리는 바람에, 헐레벌떡 집을 아무렇게나 구했다.
그때는, 학교(직장) 근처의 동네가 어떤지도 몰랐고, 무엇보다도 내가 살던 곳에서 멀리 떠나야 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큰 도시에 살다가 작은 도시에 살게 되니, 마치 수학여행을 온 것 같았다. 도시 전체가 하나의 동네만큼이나 작은 느낌.
이사 온 첫날, 동네 구석구석을 걸어서 둘러보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시골에 살게 되어 걱정했지만, 나는 집 근처에 내가 자주 가는 올리브영과 스타벅스가 있다는 사실에 그저 안도했다. 그리고 일단은, 집을 나왔다는 사실에 감격했다. 독립은 나의 오랜 소원이었으니까. 고등학생 때부터 잠들기 전에 항상 하는 기도가 '제발, 이 집구석을 벗어나게 해 주세요.'였다. 엄마가 나의 소원을 들어줬다고 믿었다. 그리고 할머니, 외할머니도. 우리 집에 죽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시험에 빨리 붙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사실은 독립은 이미 오래전에 했다. 나는 항상 혼자였으니까.
그저 모든 것이 확실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강변가에 있는 허름한 원룸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믿었다. 그때까지는, 사는 것이 더 힘들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몰랐다. 당장 취업이 급할 때는, 취업을 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는, 그렇게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던 중이었다. 참으로 어렸다.
창문을 열면 습한 바람이 잘 들어오던, 그 방에서 나는 홀로 기뻐했다. 나를 짓누르던 어린 시절의 집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성공이었다. 마음이 편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하고 모든 것이 자유로웠다. 나만의 인생을 살아나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후로, 그 방에서 나는 딱 2년을 살았다.
그제야 그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동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몸이 독립한다고 해서, 집에서 벗어난다고 해서, 내 마음까지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같이 깨달았다.
습관과 환경의 중요성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찬 바람이 계속 들어오던 위험한 동네에서 살던 2년 동안에도 참 많은 일이 있었다.
항상 혼자라고 생각해왔지만, 그때의 나는 혼자라는 것에 슬프진 않았다.
하지만, 힘든지도 모르게 힘들었다. 야금야금, 갉아먹히고 있었다.
첫 사회생활의 고단함과 좋지 못한 여러 인간관계들, 나 자신을 돌보는 데에 서툰 습관 덕분에
강변의 습기와 함께 마음에 곰팡이가 피었다.
강변가의 원룸을 지나칠 때면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돌아보면 지금의 나보다는, 그 모든 시간을 이겨낸 내가 가장 강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