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결정한 것은 집에 들어갈 때마다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아마 남자들은 이런 기분을 잘 모를 것이다.
일단은 신체적 약자이기 때문에,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운 채로 산다는 것은.
특히 질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동네에 살면,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이나 같다.
직장에서 걸어서 5분 거리. 하지만,
주변에는 강변, 카센터, 술집, 편의점.
그리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있는 음침한 동네.
발령이 갑자기 나는 바람에 천천히 집을 결정할 시간이 없어서 대충 알아보고 결정한 것이 화근이었다.
늦게 집에 들어가는 날에는, 집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일 정도로 사방을 살펴보면서 집에 들어가기 일쑤였다.
사는 곳이 중요하다는 것이 실감 나는 날들.
한 외국인(추측이다)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날 밤에,
당장 이 위험한 동네를 떠야겠다고 즉시 결정했다. 발령이 난지 딱, 2년 만이었다.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범죄를 당할 거라는 것이 나의 직감이었다.
그만큼 치안이 좋지 않은 동네는 위험하다.
특히 혼자 사는 여자가 위험한 동네에 산다는 것은,
아무도 당신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경찰?
경찰도 사건은 막지 못하고, 혼자 사는 여자가 범죄를 당하면,
친절하게 도와줄 경찰이 있을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공권력을 신뢰하지 않는다.
일이 일단 일어나면, 당하는 건 나니깐.
그래서 일단 독립을 하면, 특히 여자라면, 무조건 좋은 동네로 가야 한다.
돈이 많이 들어도 대출을 해서라도, 안전하고 좋은 곳으로.
원래도 사람에 예민하고,
낯선 사람과 아파트 엘리베이터도 잘 안탈 정도로 조심성이 많은 것이
다행이면 다행이었다.
나는 일주일 만에 이사를 결정하고 집을 구해서 바로 앞 동네로 갔다.
그 과정도 참 힘들었다. 이삿짐을 싸고(옷밖에 없지만), 트럭에 실어, 다시 옮기는 과정이 너무 진이 빠졌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사를 도와주는 사람도 잘 모르는 아저씨이기 때문에
나는 또 거기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내가 너무 예민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혼자 사는 여자는 되도록이면 배달이든, 수리기사든, 이삿짐센터이든 뭐든, 낯선 남자는 경계하는 것이 좋다.
여자가 혼자 사는데 만만하고,
경계를 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모든 범죄가 그렇게 일어나기도 하고, 범죄를 따로 저지르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여지를 주면 일어나는 게 범죄다. (뉴스에 일어나는 성범죄나 살인사건의 공통점은 좋지 않은 동네에 살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안면이 있거나 주로 쓸데없는 '친절'을 베푸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아는 사이라는 것.)
앞 동네는 주로 아이들이 많이 사는 동네로 치안이 좋고 편리했다. 숨통이 트였다.
왜 나는 그동안 이사를 가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었다.
누가 나를 챙겨주는 것도 아닌데,
너무 둔하게 살았다는 생각도 들고 여러 가지로 나 자신이 한심했다.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부모가 있었으면,
애초에 그 집에 살 일도 없었을 텐데라는 생각도 들어서 서럽기도 했다.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취직을 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내 삶의 질은 취직과 전혀 상관이 없었다.
취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하면 즉시 자리를 뜬다, 환경을 바꾼다, 도망간다.
나를 일단 챙긴다.
이것을 나는 알았어야 했다.
독립을 한다는 것은, 내가 나를 스스로 지키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조금은 고독하고, 슬픈 과정이지만 꼭 겪어야 할 어떤 과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