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급여내역서를 보다가, 호봉이 오른 것을 발견했다.
1호봉당 10만 원씩 오른다. 아, 이제 딱 5년 차구나...
독립해서 치열하게 살아온 5년 동안, 나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1. 남들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하면, 더 일찍 지친다는 것
2. 인생은 절대 노력이 아니라는 것
돌아보면 나는 항상 모범생이었다.
원래도 규칙에서 벗어나는 걸 싫어하고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외운 만큼 정답이 나오는 것을 즐겼다고 해야 하나.
그 흔한 학원 한번 다니지 않고 나는 학교에서는 실패를 별로 겪어본 적이 없다. 공부를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정환경 탓도 있지만(안정감을 느낄 곳이 학교밖에 없었다) 나는 공부에 재능이 있었고 원체 기질이 성실했다.
그런 모든 노력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노력을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라는 그런 성향이 나를 결국 갉아먹고 있었다는 것을, 지난 5년 동안 문득문득 깨달았다.
또,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들도 많으며, 그런 사람들이 더 잘 산다는 것을, 인생을 잘 살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오히려 버려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력해서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학점을 받고 좋은 회사에 들어간다'라는 내 안에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았던 그 인생 공식은 사실은 내가 진짜 원한 것이 아니었는데, 어느새 내가 정말 원하고 갈망하는 것처럼 익숙한 진짜 같은 가짜였을 뿐이었다.
노력해서 남들이 보기에 좋은 위치에 올라간다고 해도 그건 그 사람의 실제 만족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무엇보다도, 실제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더욱 중요한 소통능력, 공감 능력, 융통성, 통찰력은 노력으로 절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노력이 아니라,
자신 및 타인과의 관계를 잘 맺고 지금 이 순간을 즐길 줄
아는 '성향'을 갖는 것이다.
오히려 노력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을 몰라서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규칙에서 벗어나면, 불안하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기 때문에. 비난받는 것을 견딜 수 없기 때문에, 노력을 한다. 그리고 노력하면 답이 있다고 믿는 것은 의외로 쉽다.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새햐얀 백지 같은 미래가 두려울 뿐..
나는 그랬던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지금의 내가 아닌, 더 나은 내가 되고자 했다.
물론 노력으로... 그렇게 계속 올라가면, 내가 만족하는 어떤 지점이 있고 노력을 더 이상 하지 않기를 바랐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평생을 거꾸로 살았으니 나는 내 편이 아닐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좋은 결과가 있을 때만 나를 사랑하고, 아닐 때는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헛된 시간들.
그런 억압된 감정들이 쌓이고 쌓여서,
20대의 마지막인 지금은 나를 소중하게 여기지 못했던 것을,
돌아오지 않을 그때 그 순간을 즐기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다.
문득, 인생을 뒤집어 입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옷은 뒤집어 입으면, 다시 벗으면 되는데. 인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의 사춘기는 더 이상 청소년들이 겪는 게 아니라, 살만큼 살아본 어른들이 더욱 겪는 것 같다. 배운 대로 살았는데, 인생은 노력 순이 아니고 성적 순이 아니다. 어느 날, 돌아보니 행복하지 않고 사는 것이 허무하다. 내 주변의 나 보다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욱 행복한 것 같다.라는 뻔한 레퍼토리
결국에는 내가 어떻게 살지를 정하고, 그 결과를 내가 책임지며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다. 남들의 평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알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만, 정해진 대로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던 사고방식이 나를 옥죄고 더 노력하게 만들었지만 그래서 더 숨이 막혔다.
뒤집어 입은 인생을, 다시 뒤집어 입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5년이 걸려서 깨달았으니 다음 5년 동안은 다시 뒤집을 방법을 찾아보자.
노력하지 않는 삶, 내 마음과 감정이 우선인 삶. 그것이 앞으로의 목표이다.